20241210 여성축구인 슈팅의 감감무소식
손흥민과 안정환, 그리고 나.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뷔페였다. 마음껏 골라 먹을 수 있었고, 그들의 옆에 내가 앉는다 해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먼저 아는 척을 하며 자연스럽게 앉았고 음식을 먹다가 대뜸 내가 말했다.
“제가 슛을 못해요. 슈팅 좀 가르쳐 주세요”
꿈이었다.
슈팅은 주변의 다른 코치님들과 선배님들 감독님께 배우면 된다. 하지만 왜 저런 유명한 축구선수들을 만나서도 기본의 자세를 물어봐야만 했나. 그 질문은 꿈이어서 마음대로 말할 수 없었어도 상황에 맞지 않았다.
꿈은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다. 나는 발가락 골절 이후로 슛을 넣어본 적이 없었다. 발등을 세워서 공을 찰 때, 엄지발가락을 바닥에 긁을까 무서웠다. 두려움은 몸을 사리게 만들었다. 초심의 악바리로 끈질기게 뛰던 나는 없었다. 두려움은 내 포지션도 변경시켰다. 앞 센터에서 사이드백으로.
가끔 운동을 나오는 회원 언니가 경기 중에 골을 넣었다. 매일 나오는 나는 2년을 넘도록 배워도 각 팀이 11명 뛰는 큰 경기에서 한 번도 골을 넣은 적이 없었다. 그 언니가 부러웠다. 이런 게 운동신경의 차이였다. 나를 가르쳐주시는 분이 말했다. “실력이 안 느는 것 같지? 늘고 있어”라며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실력의 향상은 좀처럼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예를 들면 우리의 목표가 우주 목성 탐사였을 때, 비행선을 띄운 시간이 오래 지나서 ‘멀리 갔겠지’하며 기대하지만 눈 떠보면 고작 달 옆인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더 기이한 점은 축구 수업을 하루, 이틀, 몇일만이라도 빠지고 나면, 우리의 우주탐사선은 아직 지구를 벗어나지 못한 위치와도 같은 이치다. 실력향상은 코딱지를 몰래 바닥에 쌓아 발을 밟고 올라간 느낌이다. 밟고 올라간 높이가 차이가 없다. 하지만 결석으로 인한 실력의 감소는 1층에서 계단으로 지하 100칸은 내려간 느낌이다.
“일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들면 지루함이 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지루함을 물리치기에는 결심의 ‘이유’를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전념하기의 여정 중에 나타난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전념> 피트 데이비스
다시 슈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엄지발가락이 땅에 닿지 않는다. 무섭지 않다. 슈팅도 못하는 바보로 남을 것인가. 내 슈팅의 단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발등을 세우고 대신 원심력을 이용해 몸을 왼쪽으로 눕히면서 왼 무릎을 구부린 채로 오른발로 공을 차는 연습. 연습의 반복은 두려움을 조금씩 물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생들과 뛰는 연습경기에서 남편이 골대 앞까지 몰아 택배로 받은 공을 그대로 골로 연결했다. 물론 슈팅은 아니었다. 그냥 인사이드 패스를 골망에 뛰어가면서 넣었을 뿐.
어찌어찌해서 2024년이 끝나기 직전 가까스로 한 골을 만회했다.
슈팅아 슈팅아 아무리 꼭꼭 숨어봐라.
내 끝내 슈팅 너를 찾아내 내년에는 두 골 넣어볼 테니!
“나는 손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다. 발도 항상 글 쓰는 사람과 함께하길 원한다”
<즐거운 학문>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