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축구장에서 쥐구멍을 찾아 도망갔다
2대 2 경기에서 상대편 볼을 막다가 멋지게 엉덩이를 축구장에 찍었다. 하지만 멋지게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멋진 포즈와 시원한 골로 사람들의 느낌을 지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지린 건 사전에 나온 생리적 현상이었다.
뿌지직.
추석부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오랜만에 코로나로 벗어난 명절을 보냈다. 조용했던 코로나의 명절에서 북적대던 명절이 그리웠었다. 하지만 갑자기 온 북적거리는 명절에는 가득 쌓인 설거지가 나를 반겼다. 3일을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고 축구대회가 주말 연속 2주 내내 열려 참가했다. 내 축구대회 끝내고 애들 축구대회에 애들 배드민턴 대회까지. 쉼이 없는 대회의 연속이었다.
목구멍이 아프진 않은데 그 옆으로 목이 부어 목을 누르는 느낌이었다. 처음 느끼는 몸의 이상함에 병원을 찾았고 40년 만에 비염을 알았다. 목뒤로 넘어가는 콧물이 목을 붓게 만든다. 비염이 없다고 자신하며 40년을 살아왔다. 아이들이 가진 비염도 이젠 내 몫이 생겼다.
그러고 나니 체력 리즈를 갱신 중인 지금의 내 몸도 힘들었다. 의사의 말을 듣기로 했고 항생제를 먹었고 설사를 얻었다. 이날은 설사 이틀째였다. 항생제가 안 맞음에도 이틀은 먹어보기로 했다. 설마 축구할 때 지장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자 당황했다. 지금 하는 2대 2 경기든 하지 말든 중요하지 않았다. 냄새가 남들에게 주는 불쾌감을 걱정했다.
평소라면 뽕뽕 울려대는 방귀는 걱정이 없었다. 최근 ‘방귀 산책’이 좋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식사 후 가볍게 10분 정도 산책하면서 가스를 배출하는 시간을 가지면 비만 균을 억제하고 혈당을 낮춰 당뇨도 예방한 댔다.
(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6/28/2024062802600.html)
실외에서 하는 운동이라 크게 울릴 일도 없으며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밀집해서 붙을 일도 없었기 때문에 방귀대장 뿡뿡이처럼 이리저리 퐝퐝거리며 울리고 다닌다고 해도 피해를 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달랐다. 같은 소리인데 묵직했다. 화장실로 달렸다. 역시나 소리는 지문만 한 자국을 남겼다. 팀전이고 나발이고 집에 빨리 숨고 싶었다. 나에게서부터 나온 것이었지만 또 묻어나는 것도 싫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 마음은 진흙밭이었다. 그래서 우리 팀은 졌다.
지리도록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지리고 축구장에서 쥐구멍을 찾았다. 너른 초록 땅에서 어딜 숨겠는가. 오로지 집뿐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얼른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