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8 반복된 기술을 몸에 담는 중
“끼우가 요즘 많이 늘었어. 이렇게 실력이 늘었을 때 집중훈련을 더 해야 하는데.
요즘 더위가 사람을 죽이게 생겼다.
그러니 이번 주 운동은 쉬자.”
폭염경보가 있는 날이었다.
여성축구 감독님의 칭찬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웬만해서는 칭찬을 입 밖으로 절대 내지 않는 감독님이다. 경기에서 세 골을 넣어도 칭찬하나 해주지 않는 강철 입술이란 말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에게 ‘많이 늘었다’는 칭찬을 몇 번 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어쨌든 거짓이 아니고 사실이라는 점, 허튼소리는 아니라는 점에 안심했다. 내가 풋살을 배운다고 했던 5월부터 저녁마다 일주일에 이틀씩 했던 개인 레슨이 실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 월요일과 금요일은 시니어팀과 큰 경기를 한다. 그때마다 사이드백 포지션을 맡는다. 달리기도 느린데 상대편의 재빠른 윙을 잡아야 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감독님은 나에게 윙에게 패스되기를 기다리고 풀백과 나 사이의 패스길(골대를 정면으로 하는 가운데 길, 그림참고)을 주지 말라는 주문 했다. 하지만 경기에 뛰어보면 알지 않던가. 경기장 내에서 회원들 간에 요구사항이 빗발친다는 것을.
“윙에게 붙어”
“나가”
“포워드 잡아”
“네가 막아”
회원들의 요구사항에 따르다 보면 어느 순간 감독님이 말하는 가운데 패스길이 뚫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윙을 잡으러 나가야 했다. 그러려면 센터백에게 내가 맡았던 상대편 포워드를 맡긴다거나 앞센터에게 포워드를 잡으라고 말하고 내가 나가야 한다. 하지만 만 3년이 다 되어가도 실력이 모자란 내가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윙을 잡으러 내 영역을 나갔다. 소통을 안 해서 상대편에게 뚫리는 일이 제법 생겼다. 경기 중에는 틀려도 괜찮으니 말을 했어야만 했다.
윙을 잡을 때도 너무 골대 가운데를 벗어나 잡는 게 아니다. 슬슬 오기를 기다렸다가 큰 박스로 상대편 윙이 가까이에 왔을 때만 밀착 수비를 해야 했다. 멀리 서는 우리 편 골대를 등지고 서서히 조금 멀리서 가운데로 좁히는 수비 방식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 중에는 어떤 쉬운 기술이라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레슨은 개인 기술 위주로 배웠다. 팬텀, 드리블, 속도 변화 등의 기본 발재간이었다. 두 달 반복이 되었어도 경기 중에는 나오지 않았다. 경기 중에는 어떤 기술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경기만 하면 백지상태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시니어분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나왔다. 왼쪽으로 가려다가 오른쪽으로 가는 기본 페인팅이었다. 물론 달리기가 느려서 빠르게 가진 못했지만 우리 편에게 패스까지 어떻게(?)든 보냈다. (우리 편이 받기 편하게 갔다는 얘기는 아니다;;;;)
처음에는 경기 중에 공을 받는 게 어려웠다. 1년 뒤에는 공을 받아도 우리 편에게 주는 일이 힘들었다. 2년 뒤에는 공을 우리 편에게 주긴 했으나 폭탄을 돌리듯이 마구잡이로 튕겨주어서 우리 편이 받기 힘든 공을 굴리기도 했다. 만 3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우리 편이 쉽게 받을 수 있는 공을 주는 게 이번 목표다. 상대편 수비수를 내 쪽으로 끌어당겨서 페인팅으로 속이고 우리 편이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저녁 레슨에서도 풋살팀이 창단되었는데 등번호 10번을 선점했다. 평생을 살면서 언제 그 번호를 받아보겠냐며 남편의 설득에 5번에서 10번으로 바꿨다. 그리고 이제 그 번호처럼 메시처럼 나도 그렇게 되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축구의 등번호는 그 번호를 가진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있다. 수비 위주의 나는 공격형의 메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실력이 안되면 그 실력이 되도록 노력하면 되는 게 아니던가.
해보자.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