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엄마 축구인의 여름이 오면 챙겨야 할 것들에 대하여
여름아 부탁해 아이꿍
따라리라 따라따라리라라라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해’ 노래가 라디오에서 울려 퍼진다. 여름이 왔다는 신호다. 여름이 오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건 다들 다르겠지만 나는 여름의 시작을 라디오에서 감지한다. ‘여름이 왔구나.’
사계절이 돌고 돌아 언제나 오는 여름이지만 이번은 만반의 준비를 한 여름이어서 달랐다. 축구를 시작하고 여름이 오면 체력이 바닥을 쳤다. 이번 여름을 위해서 나름 탄수화물도 꽤 먹고 운동시간을 늘려 체력을 길렀다. 때문에 몸무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눈바디(눈으로 보이는 몸)는 적게 보이니 안심했다. 남들은 살 빼려고 노력한다지만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는 몸무게가 빠져서 기력을 상실이 더 두려웠다.
여름을 위해 아껴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순댓국이다. 물론 겨울에도 즐겨 찾지만 나는 기력보충으로 순댓국을 먹는다. 우리 집 주변에는 다섯 군데의 순댓국 가게가 있다. 걸쭉한 국물이 먹고 싶으면 A로, 깔끔한 국물과 고기를 먹고 싶으면 B로, 얼큰한 순댓국을 빠르게 먹고 싶다면 C로, 토렴 된 적은 양의 순댓국이 필요하다면 E로 간다. 이러다가 지겨워질 때쯤이면 조금 더 걸어 나가서 다른 스타일의 순댓국을 먹어본다. 먹고 나면 땀으로 흠뻑 젖지만 그럼에도 고기로 인한 기력 보충으로는 제격이다.
여름이 오면 땀샘은 폭발한다. 이제 운동인의 몸이 되었다는 증거다. 겨드랑이의 워터 파크는 이미 개장한 지 오래되었고 더불어 구부러지는 모든 곳에서 스멀스멀 땀이 차오른다. 어릴 적부터 여자는 민소매를 입고 그 위로 옷을 입어야 한다는 엄마의 명령에 41살이 되어서도 민소매를 챙겨 입었다. 하지만 땀이 나고 민소매가 그 땀을 흡수하고 나면 그 축축함이 더 좋지 않아서 벗고 바로 운동복을 입었더니 신세계를 만났다.
드디어 내 몸과 하나였던 민소매를 축구로 인해 떨어진 순간이었다. 민소매가 없으니 땀은 금세 식었고 축축한 느낌의 불쾌함도 없었다. 통기성으로 바람이 몸속을 지나가 땀이 마르기도 했다. 스포츠를 할 때는 민소매를 벗어야 한다는 점을 축구를 시작하고 3년 만에 알게 되었다. 자꾸 민소매 브라탑 스포츠 옷이 사고 싶어 눈이 돌아가는 중이다. 이미 나에게는 여름 장갑과 팔토시와 머리띠가 있음에도 말이다.
여름이 오자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정신을 단단히 잡으려 했으나 역시 나라는 인간에게 완벽은 없었다. 아이들 배드민턴 대회와 축구대회, 나의 축구대회, 방학 때 할 여러 캠핑장과 캠프(핑곗거리들)들을 생각하는 동안 아이의 학년을 잘못 기재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마터면 아이의 실력보다 높은 학년과 경기를 할 뻔했다. 남편은 축구 시간(일주일에 18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탓했다.
여름이 와 순댓국을 먹고 민소매를 벗고 정신은 몸에서 벗어나려 하염없이 애를 쓴다. 여름에 체력을 기르는 때라고 여성 축구 감독님은 말한다. 축구대회를 앞둬서 그런 건지 기력이 빠지는 때라 기력을 소진하지 않도록 기르는 건지 알 수는 없다. 체력을 기른다고 정신없이 축구하다가 제 할 일도 못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