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엄마도 수원삼성블루윙즈 그랑블루였단다!

20250727 수원 언제나 우린 너와 함께해, 수원삼성블루윙즈 직관기

by 끼우

“어디 출신이오?”

삼국지에 많이 나오는 질문이다.

“상산 조자룡이오.”


나에게 되묻는다면

“어디 출신이오?”

수원 끼우이오.”


수원 애착녀가 바로 나다. 남편이 결혼해서 다른 곳에 살자 했을 때 속상했다. 수원을 떠나기 싫었다. 수원에서 태어나서 수원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녔다. 학창 시절 학교에서 매일 가던 화성을 소풍으로 또 간다 했을 땐 싫어했지만, 방송에서 나오는 화성을 시청하고 있노라면 감명받은 눈에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화성은 수원을 대표하는 각종 앰블럼에 새겨져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수원삼성블루윙즈 앰블럼이다.

bluewings.kr/club/emblem


수원 출신 사람이라면 수원삼성블루윙즈를 모르는 이가 없으며 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응원한다. 수원에는 삼성 계열의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의 지원으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를 볼 기회가 많았다. 그곳에서 본 응원은 새로운 세계였다. 2002년 월드컵이 있기 전에 이미 대한민국 축구 응원가는 수원삼성블루윙즈 그랑블루에서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 시절, 수원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수원의 지지자만이
수원의 사람만이
이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오오 오오 오오~~~

-응원가 중-

수원삼성블루윙즈 팬이 첼시구장에


영국 런던 첼시 홈구장에 서 있었다. 첼시와 버밍엄시티가 경기하는 2007년 여름이었다. 그 당시 첼시에 삼성이 후원하고 있어 같은 색, 같은 회사명이 쓰인 푸른색 유니폼이었다. 거대한 푸른색(그랑블루)의 동질감으로 첼시 구장에 이어져 앉아 있었다. 어쩌면 푸른색을 좋아하는 것도 이 그랑블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깃발을 흔들며 첼시를 응원하는 팬들의 열성은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주변의 맥주집들은 축구경기를 시청하며 한잔 하는 문화가 즐비했다.


하루 전날 구했던 제일 싼 좌석의 티켓을 들고 경기장이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앉아 경기를 보았다.
빈 좌석에 쓰인 첼시 문구에 왠지 뭉클했다.

내 또래의 부모와 아이들


번영하던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전성기를 젊은 시절 함께 누렸던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응원석 옆 W석에 찰싹 붙어 앉아 있었다. 격해질 수 있는 응원석에는 마음만 보내고 목소리로는 응원석과 하나가 되었다. 38도의 무더운 여름에도 응원석에는 찜통더위도 이겨내는 승리의 마음이 함께 했다. 더위를 이기는 열정이 땀으로 흠뻑 젖어드는 90분이었다.


거칠고 투박하며 정든 응원가


오랜만에 듣는 함성 소리는 야구장의 그것과는 달랐다. 첼시구장에서도 그랬다. 누군가 큰 소리로 노래 한 구절을 외치면 일파만파 모든 팬들이 따라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열두 번째 선수로 함께 하는 축구팬들의 응원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예쁜 여자들이 몸매를 드러내며 유행가에 맞춰 춤추지 않아도 팬들이 먼저 외치는 투박하고도 거친 응원 문화 그게 좋았다. 수원삼성블루윙즈 서포터스가 우리나라 최고의 축구구단 서포터스였지. 잊고 있었다.


Romantic city
손뼉을 치며 이 거리에 낭만을 만들자
장안에서 권선까지 팔달에서 영통까지

-응원가 중-


엄마도 예전에 그랑블루였단다


옛 응원 구호와 응원가에 맞춰 노래가 절로 나왔고 흥이 났다. 아이들은 물었다. “엄마가 이 응원을 어떻게 알아?” “엄마 예전에 그랑블루였어.” 맞다, 그랑블루였다. 서포터스로 몇 번의 정모도 나갔고 대학생 때 안산(수원 사람이 아닌데도 수원팬이었다!! 그만큼 수원삼성블루윙즈가 매력이 넘친다는 얘기)에 살던 선배를 따라 응원석에 오기도 했던 그랑블루였다. 결혼 전에도 남편과 함께 직관을 왔었는데 잊고 살았다.



내가 공을 차는 이유


내가 공을 차는 이유도 어쩌면 마음속 깊은 곳의 그랑블루가 있었기에 쉽게 축구를 접한 게 아닐까. 애들은 더위에 싸우다 지쳤고 경기력에 속상해했지만, 나는 또 가고 싶다. 응원가 속에서 예전의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저렇게 응원하며 열정적이던 엄마가 된 소녀가 이 사실을 깨닫고 싶었다.

응원에 비해 경기력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뛰어본 사람은 안다. 저 날씨의 잔디에서 뛴다는 자체가 얼마나 힘에 부치는지. 그럼에도 상대편은 조금 더 뛰는 덕에 승리했지만 2부에서 언젠가 부상할 수원삼성블루윙즈를 위해 응원한다.


오오오오~ 사랑한다~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오오오오~ 좋아한다~
오직 너~만을~ 사랑해~

-응원가 중-


+ 요즘은 프렌테 트리콜로(스페인어로 삼색 전선, 수원의 선수들과 함께 열두 번째 선수가 되어 응원을 통해 함께 싸워 나간다)로 서포터스 명칭이 변경되었다. 바뀐 지 오래되었다는데 관심이 너무 없었다. 바뀐 응원단 이름도 멋지다. ㅎㅎ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갔지만 내 마음속 고향은 수원이다.

수원! 언제나! 우린 너와 함께해!

주먹을 쥐고 힘차게 단어를 끊어 읽으며 손을 하늘로 향해 찌르고 내린다.

수원! 언제나! 우린 너와 함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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