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누구에게나 주인공이 되는 무대가 있다

여성축구인의 위기의 순간

by 끼우

사람은 어디에서나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 어느 집단에서든 해야 할 역할의 크기가 다르다. 하지만 역할이 커지고 영향력이 커지는 집단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 내가 돋보이고 싶은 팀이 있다. 그걸 이제야 깨닫고 있는 중이다.



부정적인 인간의 재탄생


최근 부정적인 인간이 되었다. 나란 인간이 배려버렸다.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 기질이 부정적인 사람인데 주변의 부정을 흡수하다 보니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내 머릿속은 온통 부정적으로 시스템 되었다. 여성축구라는 세계는 늙은 감독들이 옛날 방식으로 가르치는 곳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내가 속해 있는 팀은 그렇다. 주전 멤버들은 다른 지역에 살면서 대회 때만 되면 참석해 우리 팀의 이름을 빛내준다. 그래서 다른 팀이 보는 우리 팀은 실력이 좋다고들 말한다. 실력자들이 있는 이곳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했다. 그래서 실력자들과 운동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허드렛일 하는 스페어 선수


축구장에 열심히 나오지만 실력이 없는 사람은 축구경기에 필요 없었다. 단지 허드렛일을 돕는 사람에 불과했다. 축구에서는 그 사람의 실력이 중요했다. 늦게 들어오더라도 다른 곳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왔다면 대접을 받는다. 주전 멤버들의 먹을 물을 챙겨 나르고 물수건을 챙겨주는 나 같은 사람은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다. 선발멤버가 지치면 대타로 잠깐 들어갈 사람, 그뿐이었다. 우리 팀이 2,3점 이기고 있지 않으면 교체되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몸도 마음도 비오는 날의 천연잔디에서 축구하듯 만신창이다.


양보단 질이었다


실력이 없어서다. 팀에 남기 위해 택한 방법이 허드렛일이었다. 하지만 만 3년이 지나도 내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다. 노력했었다. 사실 양이 질을 이긴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양보단 질이었다. 일정 시간 안에 얼마나 집중해서 내 것으로 흡수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래서인지 신입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남아있는 사람들조차 핑계를 대며 떠나고 출석일수가 부족한 회원들이 잘리는 일이 반복됐다.



시작할 때 돈 좀 들일걸


하지만 왕초짜가 들어와서인지 나에게 허락된 연습은 패스와 트래핑뿐이었다. 슈팅과 킥은 가당치 않았다(못하는 것을 하면 혼쭐이 났다). 만 3년이 되었음에도 슈팅은커녕 킥도 못 올린다. 나이를 헛먹었듯이 나온 시간(월수금 4시간씩)에 비한 나의 노력은 헛먹었다. 무료교실에서 왕초짜가 실력향상을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 돈을 조금 투자해서 제대로 된 레슨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처음 시작할 때 잘 배워야 했다. 멋대로 굳어져버린 자세는 고치기가 두 배 세배는 더 힘들었다. 그래서 아직도 초짜다.



출석률은 내가 짱


하지만 누구에게나 주인공이 되는 무대는 생긴다. 출석률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그래서인지 이곳저곳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이 들어왔고 풋살 창단 팀에 몸담게 되었다. 풋살팀에 들어갈 때도 여성축구 감독님께 허락을 맡아야 했다. 축구와 풋살을 병행해 축구실력을 올리려는 것뿐인데 안면이 있던 여성축구 감독님과 풋살팀 코치님은 전화상으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나로 인한 껄끄러움이 생겼다는 데에 또 자책했다.



남의 눈치 보지 말자


사람을 모아서 하는 운동이 축구라 뺏고 뺏기는 사람 싸움이 일어나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취미로 하는 축구가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닌데 골치 아파하는 나도 한심했다. 내가 더 끌리는 대로 내가 원하는 곳으로 직진하면 된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뭐가 그리 베베 꼬여있나. 뭐가 불만이어서 주변의 인간관계에 불만을 드러내는가. 모두가 내 마음가짐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 일뿐. 모든 머릿속 고민과 고통은 나에게서 비롯되었다.

나에게 패스 안 해주면 무시해라. 나에게 욕을 하면 저 사람 걸러라는 신호이니 기쁘게 받아들이자.

사람을 보는 눈이리고. 나랑 안 맞는다고 생각하며 그만이다.

그 사람을 욕할 필요도 없다. 에너지를 쏟을 시간이 아깝다.

나는 나대로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만 해 나가자.



사실 별로 흔들림이 없다. (뿌리 깊은 나무다!ㅋ)

너는 너. 나는 나.

찾고 있다. 신나게 즐겁게 운동하는 곳을.

철새가 아닌 터줏대감으로 오래 자리 잡을 그런 팀에 열정을 쏟아부을 테다.


이제 주인공인 나의 무대가 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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