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30 축구 인생 1막이 막을 내린다
설레었다. 처음 축구화를 신었던 날. 2022년 가을이었다. 축구장의 햇살이 유난히 뜨거웠다. 달리기로 거칠어진 숨소리와 시끄럽게 내지르던 회원들의 소리가 경기장에 고스란히 파묻혔다. 소리를 지르는 일도, 공을 발로 차는 일도 내겐 너무 어려웠다.
2025년 가을은 유난히 차갑다. 아니다. 마음의 온도 차이일 것이다. 그렇게 지글지글 타오르던 축구 열정이 식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 팀을 나오는 게 최선의 선택인가.
만 3년 축구를 배웠다. 운동한 적 없던 아줌마가 축구를 한다는 건 맨땅에 헤딩이었다. 왕초짜들을 받아서 실력을 올려놓는 것 자체를 감독, 코치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팀이든 기본을 갖추고 들어오는 신입을 좋아한다. 특히 스포츠의 세계는 그래서 냉정하다. 매주 3일 두 시간은 항상 축구장에 서 있었다. 개인적인 일로 빠졌던 날이 3년 동안 10일이나 될까. 출석왕이었다. 하지만 초짜의 신세는 실력을 갖춘 신입들에게 밀리기 십상이었다.
1년에 두 번에서 세 번은 대회를 나갔다. 최근에 다녀온 대회까지 여섯 번의 대회를 출전했다. 선수등록을 했고 열심히 잡일을 도맡았다. 예를 들면 대회에 나갈 선수 명단을 정리하고 유니폼 사이즈, 선수등록을 하고 대회 아이디카드를 만들어 코팅도 했었다. 물, 축구공, 작전판, 아이스박스, 수건 등 나서서 챙기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엔 축구공을 차는 건지 축구 사무일을 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좋아서 내 열정과 시간을 쏟아부었다. 이렇게라도 해야만 대회에서 출전할 기회를 얻는다고 착각했다.
실력 좋은 신입들은 대회에 나보다 더 오래 출전했다. 실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으니 기분 나빠하지 말라는 감독의 말을 고지 곧대로 들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실력 좋은 신입들은 평소 출석률이 안 좋아도, 각종 잡일을 하지 않아도 그냥 인정받았다. 실력이 없는 잡일꾼은 축구선수가 되길 꿈꾸며 3년을 기다렸다. 잡일을 하다 보면 5분, 10분이라도 축구장 잔디를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대회는 달랐다. 대회용 선수들(노화로)이 조금씩 실력이 하향되었고 경기가 비등비등해져서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없어져버렸다. 각종 대회마다 연령대별로 선수 출신과 일반인들의 인원 제한이 있어서 선수를 넣고 빼는 데에도 골치가 아프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화가 났다.
실력이 없어서 경기에 뛸 수 없었다. 인정한다. 하지만 경기용 선수들(대회에서만 볼 수 있다)이 필드 100%가 되는 순간엔 팀에 대한 나의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 팀이 잘하면 무엇하는가. 나는 이 팀에 기여도가 0%인데. 잘하는 선수들에게서 함께 운동하며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대회에서 혹은 친선경기에서만 볼 수 있었고, 함께 뛸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았다. 비단 우리 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팀이건 선수 출신 사람들이 있다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회의 선수기용 문제는 매일 열심히 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감독이 우승만을 바라보느냐 아느냐다. 내가 속한 팀은 우승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평소 열심히 나오는 회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평소 운동하면 대회에 내보낼 것처럼 희망 고문을 줬다. 그렇게 3년이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는데 나는 개만도 못했다.
대회 한 달 전에는 남편과 잠자리를 하지 말라는 얘기들과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장을 연거푸 달리게 만들었던 때. 수비를 못해서 패스를 못해서 실수해서 들려오는 비난과 힐난들이 감정을 품고 들어와 매일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 칭찬이 없었다. 응원도 없었다. 흘려들었건만 어느새 켜켜이 쌓여서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참고 참다가 내 그릇에 한계가 왔다. 몸은 생리불순이 되었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버렸으며 아이들에게도 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즐거워야 할 취미 운동이 스트레스로 변질되면 끝내야 했다. 유니폼을 정리했다. 받은 물품이 많았던 것 같아 박스를 제일 큰 것으로 골랐다. 그런데 웬걸 받은 축구용품들이 생각보다 적었다. 텅 빈 내 마음이었다. 패딩만 세탁해서 넣으면 끝이다.
축구 인생 3년 만에 1막이 막을 내린다.
취미로 조용하고 즐겁게 다닐 생각에 신이 난다.
변화의 움직임이었다.
앞으로의 세계는 어떻게 달라질지 걱정반, 기대반이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