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침묵도 거짓이다

축구, 풋살에서 필드에 들어가는 순서 정하는 법

by 끼우

부동산 공부를 할 때 배웠다. 예를 들어 집에 대한 하자가 있음에도 침묵했다면 거짓에 해당된다. 집에 대한 중대한 사실은 손님에게 말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조용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정말 사실인지 의문이 들었다. 때에 따라 조용히 있을 곳도 다르다는 말이다. 풋살에서도 ‘침묵’이라는 단어가 거짓인가 아닌가 고민하게 됐다.



누구나 뛰고 싶다


누구나 운동장에서 경기를 뛰고 싶다. 누구나 쉬고 싶지 않다. 더 뛰고 싶고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뒤에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내가 실력이 없는데 실력이 있다고 착각에서 시작된다. 내 실력이 얼마가 되는지 아는 것.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경기 영상을 보면 실력이 들통나기에 차마 보지 못했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한 걸음 물러서 주는 것도 배려다.



서로 쉬겠다고 나설 줄 알았다


후보선수를 해봤는가. 그 처참함은 입에 올려봐야 입만 아프다(앞에서 수도 없이 말했다). 축구에서 실력이 없는 선수라고 취급받음이 마땅했다. 하지만 풋살 신생팀에서는 중간은 할 수 있는 선수였다(이것도 내 생각). 풋살은 다섯 명이나 여섯 명이 필드에 들어가는데 우리 팀에 여덟 명이 있었다. 두 명씩 번 갈아가며 쉬고 한 명은 골키퍼를 하기로 했다. 골키퍼는 순서를 정해서 들어갔는데 문제는 쉬는 선수의 의사 표현이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쉬겠다고 나설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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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해서 빠지는 순서를 정했다


첫 경기에 들어갔고 한 쿼터(15분)를 뛰고 자진해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음 쿼터는 자진해서 쉬었다. 그 덕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고 밖에서 응원하는 시간이 생겼다. 세 쿼터를 뛰는 내내 팀원들은 자진해서 밖으로 나갔다. 네 쿼터째에서 ‘안 뛴 사람 나갑시다’라는 말을 물어도 묵묵부답인 사람이 있었다. 여덟 명이라 누군지 빤히 보이는데도 침묵했다.



결국 강제적으로 숫자를 정해야 하는가


다른 풋살팀에 가면 개인별로 숫자를 정한다. 그러면 1번 쉬고 4번 골키퍼 이런 식으로 순서가 정해진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하지 않아도 어른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순서가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깨져버렸다. 많은 경기를 하지 않음에서 오는 침묵인 걸까. 내가 뛰어나다는 침묵인 걸까. 더 뛰어서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침묵인 걸까.



축구(풋살)에서도 사람 간에 예의가 있다. 예를 들면 풋살장을 빌려서 함께 했다면 빌려준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여야 한다. 사람들을 모으고 기획하고 일일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질문에 답변하고 풋살장(혹은 축구장)의 구장비에 1/m을 해주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지만 이런 노력을 모르는 이들이 있다. 배려심이 없는 이들이다. 그저 내가 끼고 빠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생각보다 있어 놀랐다. 팀 운동을 하면 사람의 인성이 보인다.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하고 싶음에도 얼마나 누르고 남에게 배려하는지. 누구나 사람을 보는 눈은 비슷하기에 보인다.


제발 이기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배려하고 알아서 빠져주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이 연속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내 욕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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