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집

by 김지숙 작가의 집

고물상집



철길가에는 판자로 얼기설기 지은 판잣집들이 많이 있었다 지금에야 철도 주변을 재정비하느라 사라지고 없지만 당시에는 그 많은 판잣집들에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그중에서도 한 친구집은 고물상을 하고 있었다 고물상집은 놀러 가면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 고물상집에는 할머니가 두 분이 있었다 친구의 할머니는 두 번째 부인이었고 첫 번째 부인은 아이를 낳지 못해서 쫓겨났는데 멀리 가지 못하고 우리가 살던 집 바로 아래에 무허가로 판잣집을 지어 살았다 철길가의 무허기 판잣집과는 십 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친구의 할머니는 재취로 들어와서 아들딸을 낳고 아주 자손을 많은 편이었다 재취 할머니의 손녀가 바로 내 친구인 셈이다 그런데 내 친구는 큰 할머니집이라면서 우리 집 아래에 골목 한 귀퉁이에 사는 무허가 할머니집에 자주 왔다

나도 가끔씩 친구를 따라 그 할머니집으로 가면 아주 좁고 낡은 부엌과 한 사람이 누우면 꼭 알맞은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그 큰할머니는 먹을 것을 준비해 뒀다가 내 친구가 오면 주곤 했다 큰집 할머니는 무척 외로운 사람이었다 친정도 없이 혈혈단신 월남한 뒤 고물상집 남자를 만나 살림을 차렸다

당시의 사람들이 그래도 자기가 가진 재주로 먹고 살아갔다 친구의 큰 집 할머니는 급체를 하거나 다리를 삔 사람들을 고쳐주는 재능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난하고 갈 곳 없는 고물상 남자에게 쫓겨난 작은 움막에 사는 할머니를 아무도 마음으로는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고물상집 남자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얀 얼굴에쪽진 머리를 한 커다란 돋보기 안경을 끼고 아무런 표정없이 다쓰러져 가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선 아픈 사람들을 맞아서 조용히 고쳐주는 모습은 잊히지 않는다

keyword
이전 09화판잣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