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케리는 우리 집에서 키우던 개이름이다 늘 자유로움에 목말라하던 그 개는 목줄에 묶여 있는 동안은 발버둥을 쳤다 좁은 마당 좁은 집이 아니라 넓은 들판을 마음껏 누려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몸집도 크고 짖는 소리도 컸다 지금에는 도시에 그런 큰 개가 마음대로 짖는 소리가 나면 다들 민원이 들어와서는 키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케리는 골목 입구에 식구들의 발소리만 들어도 그 반가움에 짓기 시작하고 낯선 이의 발소리에는 더 높고 앙칼진 소리로 으르렁대기만 했다 아무리 튼튼한 목줄을 매도 사흘이 멀다 하고 끊어버리고 대문이 닫혀 있으면 방 안으로 들어와서는 사방팔방으로 뛰어나녔다
한마디로 아무도 케리를 제어하지는 못했는데 오빠는 늘 케리를 잘 다루었다 꼭 오면 목욕을 시켜주고 케리가 좋아하는 뼈다귀를 챙겨다가 갖다 주었다 그렇지만 오빠는 일찌감치 집을 떠나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고 입시 공부하느라고 주말에나 가끔 집으로 왔다 지금 생각이지만 아마도 케리는 오빠를 찾느라 불안증을 보인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케리는 몸집이 크고 키가 커서 먹기도 많이 먹고 변도 엄청난 양을 봤다 다행히 화단에 묻어 거름으로 쓰고는 있었지만 냄새가 지독했다 케리는 대문간에 있었고 대문간 가장 가까운 곳에 내방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개 짖는 소리를 가장 잘 듣고 그 지긋지긋한 개냄새는 아무리 창문을 이중으로 닫고 닫아도 들어오기 때문에 나는 케리를 정말 싫어했다
하지만 개를 둔 이유는 딱 하나 서울에 집안행사가 있어 식구 모두가 집을 비워 둔 사이 집에 도둑이 들었던 적이 있었고 그 도둑은 집안의 패물이며 옷가지 돈 등을 가지고 달아나면서 방안에 동을 싸놓고 달아났던 불편하고 나쁜 기억들이 있다 그때도 엄마는 머리를 싸매고 며칠을 들어 누웠다 이후 케리가 집을 잘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많은 어려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케리가 그 집을 떠난 때까지 키웠다
케리를 키우는 동안 대문은 닫혀 있었다 문이 열려 있으면 케리가 목줄을 끊고 달아나면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고 다시 찾아오지 않는 한 케리를 잃어버린 시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개장수들이 계절을 막론하고 동네를 오갔기 때문이다 특히 개조심이라고 쓰인 집 앞에는 문을 열어두면 개에게 약을 먹여서 훔쳐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케리도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사라졌다 학교 다녀오는 길에 대문이 열려 있었고 케리의 목줄만 덩그러니 풀려 있었던 점을 미루어 볼 때 케리는 목줄을 풀었고 열린 대문을 누군가가 열어 데려갔을 거라는 추측만 있다 그 시기에 다니러 온 오빠는 케리의 부재를 매우 슬퍼했다 하지만 케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나의 강력한 시위 끝에 다시는 우리 집에 개를 키우지 않았다 케리의 똥을 묻던 화단 한끝에는 대신 향기로운 라일락 무리들이 자리 잡았다 나는 라일락의 향기가 코끝을 찌를 때마다 가끔씩 똥을 무던히도 싸던 케리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