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잣집

by 김지숙 작가의 집

판잣집



우리가 살던 집 아래로는 도로가 잘 구획되어 있었고 도랑 너머로는 판잣집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도랑가를 넘어 사람들이 도로가에도 판잣집을 지었다고 한다 우리 집은 대로변에서 두 번째 도로여서 꽤 큰 도로였다 따라서 작은 판잣집을 짓는다고 차가 못 다니지 않아서인지 골목이 끝나는 지점까지 너도나도 집을 지어서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고 작은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자잘한 고장이 날 때면 그 솜씨들을 빌려야 했기에 이들과 공존하면서 나름 조화롭게 살아갔다

우리 집 아래 골목에 자리한 판잣집에는 고물상집 큰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다 한 번씩 지나다가 보면 전구알을 끼워 떨어진 양말을 깁거나 이불을 꿰매고 있었다 이 할머니의 손은 약손으로 통했다 약구이나 병원이 멀던 시절이라 체하면 모두들 이 할머니 판잣집으로 향했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뭘 먹으면 탈이 났고 병원이나 약구이 하지 않는 시간에는 할머니 판잣집을 찾곤 했다 이불을 꿰매는 커다란 대침을 할머니의 머리에 쓱쓱 문지르더니 어깨 등을 투닥거리다가 손가락 끝을 하얀 실로 칭칭 감아서는 쿡 찌르고는 눌러 피를 짜내고 배를 쓸어내리면 끝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병원에서 예방주사를 맞는 것보다 더 길고 고통스러웠다

세월이 흐르고 그 판잣집에 살던 친구의 큰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는 친구의 큰오빠가 그 집에 살게 되었다 도로정비사업을 하느라고 도랑가의 판잣집이나 길가의 다른 집들은 모조리 떠나갔다 정부에서 다른 산동네에 작은 평수의 땅을 내어주고 기본적인 구조의 집을 한채씩 받으면서 판잣집을 대부분 떠나갔다 그런데 이 판잣집만은 관에서 나온 사람들과 싸우고 동네사람들과도 싸우면서 끝내 떠나지 않았고 관에서도 포기를 했는지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판잣집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가 이사 나올 때까지도 여전히 살고 있었다

우리가 살던 집은 동창의 아버지가 사서 살고 있어 그곳에 들러보니 여전히 그 집만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집의 아들인지 며늘인지 모를 젊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당시에는 나가라는 사람들을 향해 <누가 더 오래 사는지 두고 보자>며 치기 어린 말을 하던 친구의 오빠는 이제 아마도 그때 큰 할머니의 나이쯤 되었으리라

왜 그렇게 고집스레 그 집을 주장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세월이 지나도 무허가 판잣집이 바뀌는 것은 아닐 텐데 다른 집들처럼 정부에서 이주정책으로 잘 구획된 지역에 작은 집을 내어주던 곳으로 이사를 갔더라면 좀 더 잘 살지 않았을까 이사 간 그곳은 수차례 집값이 오르고 그곳이 재개발되면서 땅값도 올라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간 사람들도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나는 그 깊은 생각은 알지 못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대대손손 그 집을 지키며 사는 그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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