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by 김지숙 작가의 집

막걸리



엄마는 명절이면 막걸리를 만들었다 늘 만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아버지의 특별한 요청이 있을 즈음이면 만들었다 아마도 다른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막걸리까지 만드는 일은 손이 많이 드는 일이었지만 늘 그대로 아버지의 말을 들어 막걸리를 만들었다 파는 것보다 맛도 좋고 남으면 식초로 사용하기 때문에 명절이나 제사 때는 자주 만들었다

손이 커서 아주 큰 대야에 쌀알이 깨어지지 않도록 쌀을 빙빙 돌려가며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아주 여러 번 아니 족히 백번 정도 씻어서는 구멍이 숭숭 뚫린 커다란 장독 뚜껑모양에 면포를 깔고 김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꽁꽁 사 맨 다음 고두밥을 1시간 이상 쪄냈다 잘 쪄낸 고두밥은 그냥 한 줌씩 먹어도 정말 맛이 있었다 꼬들꼬들한 식감은 보통의 밥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맑고 깔끔한 고유한 쌀밥맛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나는 이 고두밥을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엄마는 언제나 고두밥을 넉넉히 헤서 몇 뭉치를 소쿠리에 담아 두곤 했다 면포를 잘 덮어 둔 고두밥은 학교에서 오면 가장 반가운 먹거리였다

적당히 식은 고두밥은 넓게 펴서 잘 식혀 준 다음 식은 밥 위에 누룩을 밥 10에 2 정도의 비율로 맞추고 항아리에 물을 2리터 정도 붓고는 잘 삭혀준다 물의 비율은 넉넉하게 고두밥이 잘 섞일 정도이다 그리고는 장독입구는 면으로 잘 싸매고 2-3일에 한 번씩 잘 저어주고는 날이 더울 즈음 제삿날에는 시원한 곳에 추운 설에는 아랫목으로 옮겨와서 4-5일에서 일주일 정도 지나면 막걸리를 걸러주면 된다 건더기와 술을 분리해서 분리된 술에 설탕이나 사카린을 타서 마신다

사실 물의 양이나 누룩의 비율은 정확하지 않다 그냥 엄마의 눈대중으로 옆에서 지켜본 것이 다다 그래서 쉽게 먹걸리를 만들고자 시도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냥 한 번쯤은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술은 못 마시지만 막걸리는 마시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엄머가 막걸리 만드는 것을 줄곧 지켜봤고 가끔씩 맛을 보는 엄마 옆에서 나도 따라서 맛을 본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막걸리 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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