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화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앵두화채


우리집 정원 연못가에는 앵두나무가 아주 큰게 있었다 그 나무에 앵두는 해마다 나무가 붉게 보일만큼 아주 많이 달렷다 반은 송충이가 먹었고 반은 따다가 앵두화채를 만들었다

앵두를 한소쿠리 따 깨끗히 씻어서 가운데 칼집을 넣어 씨를 뺀다 잘 익은 앵두는 살짝 누르면 씨가 잘 바진다 다행히 살이 많고 크기도 비슷해서 앵두의 씨를 빼고 나도 제법 모양이 있다 설탕이나 꿀에 절여 두었다가 오미자청에 잣이나 얼음과 함께 그냥 동동 띄워 간편하게 먹기도 했다 하지만 손님이 오는 날이면 우리집에서는 앵두화채에 한천을 사용했다

적당히 한천을 끓이다가 씨를 빼고 손질해 꿀에 절여둔 앵두를 열을 가해 묽어진 한천에 넣고는 한번 더 끓여준 다음 두께가 있는 큰 그릇에 넓게 펴서는 식으면 똥과자의 모양을 찍는 것 같은 쇠로 만든 작은 도구로 동그라미 모양이나 별모양을 찍어냈다 그리고는 오미자청에 한천 속에 박힌 앵두를 띄워 화채로 만들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앵두를 조청물을 넣고 끓이다가 식혀서 으갠 다음 최대한으로 졸인 후 얼음 물에 한두숟갈을 넣고 꿀을 넣어 연하게 타먹기도 했다

요즘은 산앵두가 열려있는 자주 모습을 본다 하지만 사람들은 앵두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씨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고 과육이 적어서인지 사람들은 아무도 따지 않는다 올 봄 나는 그 옛날 생각이 나서 산언저리에 조밀조밀 나 있는 앵두를 두손 가득 따와서 설탕에 버무려 둔 게 있다

생각난 김에 그걸 꺼내서 앵두화채를 만들었다 한천은 없지만 설탕 조림이 되어 있어 지금도 그 모양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 앵두화채를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득실거리던 그 추억의 순간 한알을 더 먹어보려 애쓰던 그 앵두화채는 아니었다

첫사랑을 뒤늦게 나이들어 만나면 대부분은 다 실망하는 법이라고 첫사랑은 절대로 만나지 말라고 하던 사람들의 말처럼 엄마의 앵두화채처럼 정성이 덜 들어거서인지 아쉬운 마음과 실망이 더 컸다 하지만 내년 봄에는 다시 시도해 볼 참이다 정식으로 한천도 사고 모양틀도 찾아서 최대한 비슷하게 아니 같도록 만들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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