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지팡이는 그림자도 굽었다

by 김지숙 작가의 집

굽은 지팡이는 그림자도 굽었다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에며 각자는 개인의 내면에 어떤 고유한 특성을 자연스럽게 지닌다 본성은 천성이라 인위적인 노력이나 훈련으로 쉽게 바뀌거나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혀 환경이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루소는 우리의 본성이 무엇을 허용하는지 모른다고 하였다 또 공자는 본성은 배워서 아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성품으로 교육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였고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한 것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이치와 같다고 여긴다 이 점에서 보면 루소의 견해는 인간이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는 선하나 인간의 손에 들어오면 타락한다고 하는 맹자의 견해와 유사한 맥락을 지니며 유교적 가치관과 유사한 면이 있다

반면 순자는 유학자이긴 하지만 이들과는 반대의 견해를 지니며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악하고 악한 본성을 억누르고 배우는 과정에서 선함에 이르는 것은 노력의 결과로 보지만 궁극적으로는 도덕적이고 선한 인간의 본성을 목표로 삼는 점에서 기독교적 가치관과 유사하다

성선설이든 성악설이든 우리에게는 주변 사람들이 선한 탈을 쓴 악한 사람인지 선한 탈을 쓴 선한 사람인지 악한 탈을 쓴 선한 사람인지 악한 탈을 쓴 악한 사람인지를 구분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지속할 것인지 끊을 것인지에 대한 결단의 문제에 늘 직면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세상 사람들은 공자의 말처럼 점점 이익에만 집착하고 언행이 일치하지 않으며 너그러움이 사라지고 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균형 있는 배려가 사라지고 자신은 대접받고 싶어 하나 같은 정도로 남을 대접하지는 않는다 서로 배려하고 대접하면 가는 정과 오는 정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한쪽에서만 지속적으로 배려한다면 그 관계는 연속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떤 친구를 알게 되고 습관적으로 상대에게 친절을 베풀고 나면 돌아오는 것은 결국 무시와 하대라면 더 이상 친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솔직한 심정이다 상대에게 잘 대하는 것은 자신도 그런 대접을 받으려는 기본적인 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이 갑이라고 여기는 마음이 생기고 두세 번을 더 잘해주면 이에서 나아가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다 그런건지 아니면 그 사람만이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은 자신에게 잘 대해주면 그 본성이 서서히 드러나기 보다는 잘해주는 속도에 비례해 점점 빠르게 드러난다 그런 본성을 읽고 나면 더 이상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거리를 두게 되고 가급적 부딪치지 않으려고 피하게 된다

그럴 경우 상대는 자기에게 잘해주더니 갑자기 변했다고 여길 수 있고 눈치 빠른 사람의 경우는 더 이상 자신에게 잘해주지 않으니 자신에게 잘해주는 또 다른 호구를 찾아 나서게 된다 혹은 한결같이 잘해주나 못해주나 그냥 믿음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한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혹은 오랜 세월 함께 지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진심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잘 대해 주는 극약 처방을 써 보면 그 사람이 내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단박에 파악하게 된다 마음을 쓰고 마음을 보낸 딱 그만큼 되돌아오는지 반쯤 돌아오는지 아예 돌아오지 않는지 그 이상으로 되돌아오는지에 대해 결과를 지켜보면서 수용 가능한 관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게 된다

우리는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가며 감내할 수 있는 정도는 어디까지이며 지닌 에너지는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으며 어떤 부류의 사람과 공존 가능하며 또 어떤 본성을 지닌 사람들과 협력 가능한지 그리고 편하게 마음 놓고 대화가 가능한 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다양한 수양의 방법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성찰할 수도 있고 스스로 세상 속에서 부딪치며 터득할 수도 있다 복잡 다난한 현재의 사회 상황 속에서 살다보면 미처 겪지 못한 일들이 속속 생겨나고 이런 경우 어디에도 답이 없는 본성을 지닌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살면서 느낀 점은 나이가 들수록 그렇게 많은 인간관계가 필요할까에 의문이 든다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나 그 본성을 숨기고 자신에게 필요한 만들어진 성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남의 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본성이다 자신은 어떤 특성을 지녔고 어떤 가치관을 지녔으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정신과 육체의 한계와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모든 관찰의 이유는 복잡하고 이기적이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자신을 살리기 위함에 있다 스스로가 건강하고 현명하게 잘 버텨내야만이 선한 본성을 지닌 선한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고 한다 호구가 되지 않고 현명하게 살아남는 방법은 선한 사람으로 남아 그런 사람끼리 만나고 관계맺어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데 있다고 믿는다

굽은 지팡이는 그림자도 굽었다 하지만 살면서 그림자를 보이지 않는 어둠이 더 많고 우리는 그 어둠 속에서 그림자의 향방을 가늠해야 하는 경우에 더 자주 직면한다 세상을 살면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어둠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 보다는 그들의 그림자를 바라볼 수 있는 밝은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대처가 가능하고 자신이 아는 방향대로 나아가면서 스스로를 책임지고 온전히 자신만의 삶을 살아낼 가능성이 커진다 굽은 지팡이는 그림자도 굽었지만 어둠 속에서는 어떤 그림자도 내 보이지 않는다 어지간히 세상을 살면 자신이 굽은 지팡이를 만나는 순간이 생기고 최소한 그 순간만큼은 어둠 속인지 밝은 태양 아래인지를 우선 점검하게 되고 그림자가 굽었는지 바르게 펴졌는지 보이지 않는건지 아예 처음부터 없는 건지를 깊이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스스로 명심하게 된다

굽은 지팡이의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도 굽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해서 사람을 대할 때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혜안을 지녀냐 하고 내게 맞는 사람을 가려 사귀는 본능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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