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이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오래 전의 일이다 숲세권으로 이사를 갔다 이사 간 아파트 같은 층 맞은편 집에는 60대 중반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나이 든 처녀 둘과 살고 있다. 문제는 그 아주머니의 쓰레기에 관한 사고방식에 있다 그 아주머니는 음식물 쓰레기를 언제나 마주 보고 있는 복도 현관문 앞에 내놓는다 뚜껑을 덮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바킷에 담아 몇 날 며칠을 거기다가 붓고 또 붓고 한다 요즘 같았으면 어림없는 짓이지만 이삼십 년 전만 해도 그런 사람들이 허다했다 쓰레기를 집안에서 바로 투입하는 투입구가 있던 시절이다 냄새에 유난히 민감한 나는 그 집 쓰레기가 무척 비위에 거슬렸다.

더군다나 쓰레기봉투 100Kg짜리를 아예 현관 앞에 두고 쓰레기를 버리러 집 밖으로 나온다 과일 박스는 생긴 대로 쌓아놓고 종이며 캔 우유팩 등등 집 앞은 아예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잡동사니로 가득 채운 채 살아간다

문제는 우리 집 현관문을 열면 바로 그 쓰레기들이 직통으로 보이고 스멀스멀 현관 안까지 그 더러운 냄새가 기어들어 온다는 점이다 아무리 방풍 테이프를 붙여도 소용이 없다 자기 집 쪽은 문이 닫혀 그 쓰레기들이 덜 보이고, 그 집은 드나드는데 그 더러운 모습이나 냄새가 덜 들어간다

나는 전혀 보고 싶지도 냄새 맡고 싶지도 않은데 그 아주머니는 자기 집에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무슨 반찬을 해 먹었는지 어떤 과일을 먹었는지 어떤 찌개를 먹었는지 쓰레기로 내게 보고한다 우리 집 현관문만 열면 난 그 어지러운 모습들에 토할 것만 같다

소리와 냄새에 민감한 나는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우연히 엘리베이터를 타러 나온 그 집 아주머니에게 두세 번 말했다 연세도 있고 생긴 것도 상식이 통하지 않게 생겨 심한 말은 못 하고

아주머니,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너무 해요?' 하니

내가 수영하고 골프치고 외출이 잦다 보니 너무 바빠 쓰레기 버릴 시간이 있어야지 한다 그 말을 듣고 욱하면서 뭔가 치밀어 올라온다

그게 바쁜 거랑 무슨 상관이요 더럽고 게을러서 그렇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았다

나이도 나이지만 말도 통하지 않을 듯했다

공자가 했던 말도 생각났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겐 어떤 대화가 불필요하다

후로 나는 그 집과 대화도 만나는 것도 싫어서 피한다 이게 나의 단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번 싫으면 죽어도 말도 섞기 싫으니 이 버릇도 쉽게 고쳐지지 않으니 이것도 문제다

한동안 골똘히 생각하다,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주민이라고 하여 민원을 넣어 '계단참에 쓰레기나 물건을 방치하지 말라'는 경고방송을 부탁을 했지만 전혀 방송에도 전혀 변화도 없었다.

한 일주일 더 기다리다 안 되겠다 싶어 소장에게 직통 전화를 요구했다. 이만저만하여 얼굴 붉히지 않고 일을 해결하고 싶은데 처리해 달라고. 소장은 의외로 노력해서 해결하겠으니 며칠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날 저녁 방송을 딱 한번 하고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더 지저분해져서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계단참이었다. 날마다 집으로 들어가는 일과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이 끔찍했다 온몸에 더러운 기운이 퍼지는 듯하여 정말 이사 온 것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했다

오가는 친지들도 그 참 별난 사람이네 문제네 고생하겠다

이웃 영 잘못만났네 별 별 위로 같잖은 위로도 많이 받았다

다시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음식물 쓰레기 계단참에 방치하면 소방 위생법 위반인 거 아시죠 그 집이 우리 라인 반장 집인 거 아시죠 모범이 되어야 할 반장이 그러면 되겠어요 소방 위생법 위반하면 벌금 많이 내야 된다고 들었는데... 그 집과 직접 부딪치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좀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다소 당황한 담당자는

조처를 취하고 결과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연락처를 주세요라고 말했다

난 좀 당황했다 이러다 싸움 나는 것 아닐까 나는 싸움을 잘 안 한다 에너지 낭비를 하기 싫어서이다 집 번호 말고 직장 번호를 가르쳐 줬더니 오후에 곧바로 연락이 왔다.

직원을 보내 경고했는데 알겠다 하더랍니다 며칠만 기다려 봅시다

한 달을 기다렸는데 며칠이야 기다리죠

며칠이 지나고도 여전히 우리 집 앞은 쓰레기장이다 난 문 앞에만 오면 여전히 널브러져 있는 김치 국물이며 쓰레기 덩이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전에 살던 사람들은 어찌 살았을까? 새삼 무디면서도 무지하고 이기적인 앞집 사람들이 미워지면서도 한편, 불쌍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덜 길들여진 인간이 아니라 이기적인 자기애가 강한 인간 유형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척하는 인간의 민낯을 보는 듯하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더러운 신선함도 있다니.... 여태 살아오면서 이런 유형의 인간형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견딜 수 없는 쓰레기 냄새로 다시 관리소에 전화를 넣었다

소장님, 어떡하죠 똑같은데

예 우리 직원들이 사진을 찍어 엘리베이터에 붙이고, 경고문고 현관문에 붙일 생각입니다

그래요, 그렇다고 꿈쩍할까요?

다시 직원을 그 집에 다시 보낼게요

며칠만 더 기다려 봅시다

소장님 음식물 쓰레기 복도에 방치하면 소방법 위반이 거 아시죠 다시 한번 말했다 제가 직접 신고할까 해요

그때서 소장은

우리가 해결하겠습니다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당연히 그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도 일주일이 지난 아침 난 이사 와서 처음으로 집 앞이 후련한 모습을 봤다. 현관문 앞이 깨끗해졌다 아직은 김치 국물이 흘러 더럽고 지저분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대부분의 쓰레기들이 사라졌다 오늘 내일 청소아줌마가 치우게 되면 보통 집 앞처럼 깨끗해질 것이다.

저렇게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왜 미련 곰퉁이처럼 음식쓰레기며 일반쓰레기를 한 비닐봉지에 담아 쓰러지게 해서 너저분하게 사는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에 무관심하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뻔뻔함이 충만한 삶을 사는지 더럽고 지저분한 인식을 심어주는지 도무지 이해 안 가는 연구 대상 인물이 앞 집에 산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그 버릇이 하나둘 나왔다 명색이 이 라인의 반장이란다 이사 오면 자기 집에 인사하러 와야 한다고 갑질까지 한대 그 당시에는 한 달에 한번 반상회 같은 것도 하고 불참하면 삼만 원을 내야 했다 그 돈을 받은 반장이 과일이며 과자 음료수를 사서 그 라인 사람들을 대신 대접한다는 이유였다 오자마자 반상외를 하라고 했다 원래 오자마자하는거라면서 나는 그냥 3만 원을 내고 말았다. 정말 저래도 되나 싶다가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생각하다가 결국 앞집 쓰레기 문제를 못 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이사를 결심했다. 아마도 전에 살던 이 집 사람들도 그렇게 나가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도 많다 세상에 이런 일 나오기에는 2% 부족한 사람들과 이웃하며 사는 일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지금 사는 집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멀리 강과 산이 보이고 햇살도 넉넉하여 따습고 행복한 곳이다 아이들이 쑥쑥 잘 자라주고 베란다에 식물들이 햇살을 받는다

평온한 행복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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