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안식

by 김지숙 작가의 집

모임



나는 어떤 모임이든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모임이라는 게 먹고 떠들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흥청망청 취기가 오르면 일방적인 신념으로 몰아붙이는 정치 이야기 남의 집안 얘기 자기 자랑 돈 자랑 자식 자랑 손주 자랑까지 도를 넘는 이야기를 펴 놓는 자리가 되어버리는 게 정말 싫다

화제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한 번쯤은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것조차도 없는 상태에서 주군의 마음을 헤아리며 읍하는 모습들도 보기가 싫었다 다들 그러면서 출세한다고 주위 친구들을 말한다도 하지만 난 그렇게 생겨먹지 않은 걸 어쩌나

함부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자연선택의 폭이 좁고 정보도 늦고 그럴 수 있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다면 최소한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덜하지 않았을까

최근에는 멀리 있어 더군다나 모임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사이에도 관계의 안식년이 필요하다 많지 않은 모임에서 받은 지난 세월 받은 피로감은 가끔은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격리에 가까운 이 시간들이 적응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난 그동안 나는 날 사랑하지 않았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너무 헌신적이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행위들은 내게 더 이상의 어떤 보상도 주지 못하는데 여전히 나는 너무 많은 시간을 습관적으로 할애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작에 정리했어야 했던 관계도 있엇다. 본의 아니게 주변과 끊고 지내는 안식의 시간은 필요하고 평온하다. 내가 원한다면 계속 그렇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랫동안 만나지 않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믿음 같은 것이 있다. 그 믿음은 보이지 않는 시공간을 넘나들기도 하나보다. 30년을 넘게 통화 한번 안 하다가도 문득 연락이 닿아 전화를 한 친구가 있다 물론 어제 만난 듯 반갑고 어제 통화한 것 같이 변함없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오래 만나지 않아도 진심이 닿았던 관계는 쉽게 변하지도 끊어지지 않는다 어릴 적 친구를 만나면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는 이치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을 만나고 그 사이사이에 또 만나는 자주 보는 관계에서도 진심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끼여 있다면 그것에는 관계의 안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재점검을 하고 난 후에 다시 만날지 말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무조건 내편인 단 한 사람 내게 진실한 단 사람만 있어도 그 모임이나 동일한 시공간, 그 세상을 따뜻하게 잘 살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단 한 명 진심인 독자가 있어도 글을 쓸 마음을 챙기는 것처럼

그런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모임에 진심을 무기로 지닌 채 들어서기에는 발길이 지나치게 서걱거린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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