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詩詩한 내 벗』
낙동강 둑길
갈잎이 유난히 곱던 지난해 겨울
할머니의 손을 잡고 구포장엘 갔다
겨울 들판 추운 바람을 피하며
양지바른 틈에 곱게 핀
붉은 상추가 먹고 싶다 하시며
여름 내내 앓으셨던 할머니
그날따라 발걸음을 재촉하셨다
원 없이 그 쌈을 드시고 할머니는 세상을 뜨셨다.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가 구포장을 다녔을 때에도
낙동강 둑길은 늘 같았다
강바람 갈매기 소리가 장난을 치고
숭어 떼 철새 떼 함께 놀던 곳
둑길의 갈잎은 가지마다 하늘과 강물을 담았다.
올겨울, 둑길에 아스팔트 길이 났다 온몸을 파헤친 강은 빈혈기가 돌았고 수도공사 전기공사 도시가스공사 하수구 공사 가로수 정비 공사 우회 도로 공사 민들레 꽃 갈대 쑥부쟁이 주검들이 즐비하다 지난밤 폭우로, 깊게 팬 물길에 숨을 텄는지 누운 꽃들이 다시 피었다
구포 장날이면 장 구경을 가기전이나 후에 구포역 앞으로 놓인 둑길을 걷곤 했다 요즘은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걷기에 무척 편하게 되어 있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생각할 것이 많은 날은 혼자서 이 길을 찾아 걷곤 했다
당시만 해도 길은 울퉁불퉁했고, 사람들이 구포장이나 구포역에 오가면서 낸 발걸음들이 모여서 낸 자연스러운 길이 나 길바닥이 편치는 않았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돌멩이들 덜어내거나 흙을 메운 정성들이 길에 담겨서인지 정겨운 느낌은 있었다
할머니는 오일장을 무척 좋아하셨다 그래서 장날이면 꼭 무엇을 살 것이 없어도 장에 가곤 하셨다 그러다가 결국 장날 장구경을 하시고 장에서 사 온 상추쌈을 드시고는 햇살 좋은 날 좋은 곳으로 떠나가셨다
사람들은 일생 동안 얼마나 허망하고 또 얼마나 헛된 일에 감정소모를 하며 살아갈까 요즘은 꼭 필요하지 않는 감정소모는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 보기도 한다 하지만 낙동강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 여전히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 낙동강을 사랑한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낙동강에 대한 많은 일들을 알고 있고 여전히 알아간다 강이 덜 아팠으면 좋겠다 건강한 물줄기를 흘려보내고 건강한 얼굴로 일출과 일몰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낙동강을 할머니의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면 좋겠다 모든 것이 원래의 자리로 회귀하려고 하듯 강도 그러리라 믿는다 건강한 강으로 되돌아가려는 그 무수한 몸짓을 바라보고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