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풍경

by 김지숙 작가의 집

『어서와, 詩詩한 내 벗』




지하철 풍경




연이은 깡통 속으로 들어간다

오전 8시


문이 정확히 열리고 닫히는 순간마다 반쯤은 쏟아지고 반쯤은 다시 남긴다 가벼운 소리를 내며 달린다 닫힐 때마다 조금씩 흔들린다 기계음의 안내방송 역겨운 일상사 지난밤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술냄새 빈자리가 나면 먹이를 찾아나선 짐승처럼 달려간다 내장을 가라앉히고 뇌신경을 쉬게 하고 이윽고 잠이 든다 신이 점지한 자리에서 신과 교신한다


종착역 마지막 남은 사람들이 쏟아진다

다시 청소되는 고가의 깡통










빈자리가 즐비한 곳을두고 신문지를 덮고 자는 역사의 노숙자


지하철을 타고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지하철 속 사람들을 관찰하고 느끼고 흔들렸다 바쁜 출퇴근 길에야 비좁고 몸이 끼는 불쾌감을 감수해야 마땅하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하나산한 지하철도 타고 싶다 가는 거리가 멀면 괜히 빈자리를 이리저리 살피게 되고 자리 앞자리도 아닌데 비교적 먼거리에서 달려와서는 쏙 기어 들어와서는 약삭 빠르게 움직이고 앉는 사람들을 보면서 측은 한 마음 반 부러운 마음반이 되곤 했다

지금이야 지하철 노선이 많거 자가용 이요하는 사람이 많아 부산 지하철을 출퇴근 시간에 탈 일은 없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얼쩡대다 보면 퇴근길에 맞닥뜨리는 지하철을 타면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빈 자리를 두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 더 고상하게 좀 더 점잖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들을 하면서도 긴거리를 가려고 오래 서 있다 보면 나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이 빈 자리가 보이면 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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