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성공 레시피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때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 관련하여...
가장 바꾸기 어려운 습관은 한때 효과적이었고, 그로 인해 보상까지 받았던 행동 패턴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갑자기
“당신의 성공 공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면,
그들 자신의 경험이 오히려 그 진단을 부정한다.
그들을 설득하는 길은 쉽지 않다.
그 과정은 고전적 비극(classic tragedy)의 한 장면과도 같다.
성공이라는 이름의 마귀
100년 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 중 21세기까지 살아남은 곳은 제너럴 일렉트릭(GE)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2018년 결국 다우존스 지수에서 제외되었다.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 소개된 47개 기업 중 14개는 불과 4년도 안 되어 그 명성을 잃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는 성공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 즉 성공 자체가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이 숨어 있다. 우리는 이 강력하고 교활한 힘을 '성공이라는 이름의 마귀'라고 부른다.
이번 글의 관심은 성공을 실패로 전환시키는 다섯 가지 근본적인 요소 즉, 모방, 타성, 부분 최적화, 게임의 변화, 패러다임의 전환을 경영학 초심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 원리들을 이해하면, 왜 위대한 기업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함정을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당신이 이룬 성공 속에는 지금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까?
첫 번째 요소: 모방 (Imitation)
'모방'은 경쟁 우위를 침식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아무리 뛰어난 성공 공식이나 차별점도 시간이 지나면 경쟁자들에게 모방당하고, 결국에는 업계의 평범한 기준(norm)이 되어 더 이상 특별한 가치를 갖지 못하게 된다.
사례) 기술 리더의 40% 비용 열세, 결국 복잡도 관리와 자기 통제 실패
미국의 한 유명 장비 회사는 기술력만큼은 업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직접적인 경쟁사에 비해 무려 40%나 높은 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회사의 원가 구조는 원자재 40%, 직접 노무비 15%, 간접비(오버헤드) 45%로 구성되어 있었다. 경영진은 직접 노무비를 5% 줄이면 간접비도 비례하여 15% 감소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20% 비용 절감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1년 내내 노력한 결과, 직접 노무비만 줄었을 뿐 간접비는 전혀 줄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상황: 회사는 기술적으로는 업계를 선도했지만, 생산 비용이 경쟁사보다 40%나 높아 생존을 위협받고 있었다.
원인: 문제의 핵심은 '부품 수'에 있었다. 경쟁사의 제품은 1,800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반면, 이 회사의 제품은 무려 2,800개의 부품을 사용했다. 그 이유는 지난 10년간 개발한 신기술들을 기존의 낡은 플랫폼에 계속 덧붙이는 '누더기식' 접근법으로 제품을 개선해 왔기 때문. 이로 인해 제품은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경쟁사가 더 적은 부품으로 효율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이 미국 회사가 개발했던 기술들을 활용했다는 점. 경쟁사는 기존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고 '백지상태(clean slate)'에서 이 기술들을 최적으로 조합하여 우위를 점한 것이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냉혹하다. 당신의 R&D 성과가 더 민첩한 경쟁자의 손에 들어가 당신을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경쟁 우위는 특정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성공의 유산에서 벗어나 '백지상태'에서 기술을 최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조직적 역량에 있는 것이다.
기업의 독보적인 강점이 모방당했을 때(모방), 리더들은 혁신으로 대응하기보다 과거에 성공을 안겨줬던 프로세스에 더욱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경향을 보이기 쉽다. 이처럼 익숙한 과거로 회귀하려는 방어적인 자세가 바로 두 번째 요소, '타성'의 시작이다.
두 번째 요소: 타성 (Inertia)
'타성'은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나 시장의 변화에 대한 조직의 반응을 지연시키는 강력한 요소이다.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역설이 존재한다. 과거의 성공이 클수록 변화에 대한 저항도 커진다는 것.
변화에 직면했을 때, 대부분의 성공한 조직은 근본적인 혁신 대신 기존 방식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땜질(Patching)'로 대응하려 한다. 이는 단순히 결정적인 시간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운영 비용을 증가시키고 결과물의 품질까지 저하시키는 이중의 위험을 초래한다.
사례) 거인의 몰락, 콘티넨탈 캔
한때 미국 전역에 500개의 공장을 두고 3피스(three-piece) 캔 시장의 45%를 점유했던 거대 기업 '콘티넨탈 캔'의 사례는 타성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새로운 2피스 캔 기술이 등장했을 때, 콘티넨탈 캔은 변화를 외면하고 기존의 성공에 안주했다. 그들의 늦은 반응은 치명적이었고, 결국 3년도 채 되지 않아 시장의 지배력을 잃고 무너지고 말았다.
이 사례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조차도 변화를 부정하고 안주하려는 타성을 이기지 못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타성의 가장 큰 위험은 변화를 인지하고도 '부정(denial)'의 단계에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마침내 변화를 받아들였을 때조차 근본적인 혁신이 아닌 '땜질'로 대응하여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다는 점이다.
타성에 갇힌 조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과거의 성공 방식에 광적으로 과잉 투자하기 시작한다. '우리를 위대하게 만든 것이 우리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라는 믿음은, 자기 파괴적인 세 번째 요소, '부분 최적화'로 곧장 이어지게 된다.
세 번째 요소: 부분 최적화 (Suboptimization)
'부분 최적화'는 하나의 성공 공식에 집착하여 그것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과장의 오류를 의미한다.
이는 "X가 좋으면, 더 많은 X는 훨씬 더 좋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다.
하나의 성공 공식에 대한 맹신은 조직 문화를 획일적으로 만들고, 다른 대안적 사고를 제거한다. 결국 조직의 가장 강력했던 강점은 유연성을 잃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파괴적인 약점으로 변질되고 만다.
사례) 이카루스의 역설
이 현상은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의 이야기에 비유할 수 있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이카루스는 자신의 능력에 도취해 점점 더 높이 날아오른다. 결국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나머지 날개가 녹아 추락하고 만다.
이처럼 기업들도 성공에 도취해 자신들의 핵심 강점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다가 몰락하는 현상을 '이카루스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경영학자 대니 밀러는 그의 책에서 DEC의 장인정신이 강박적인 기술 집착으로 변질된 사례, 폴라로이드의 혁신성이 기술적 유토피아에 빠져 시장을 외면하게 된 사례 등을 통해 이 역설이 신화가 아닌 현실의 문제임을 보여주었다.
결국 부분 최적화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보유한 자신의 강점을 과신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부분적으로 개선을 추구하는 '부분최적화'에 빠질 경우, 이는 최악의 약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성공 공식에 매몰되어 자신의 기존 강점에만 집착하는 경우 경쟁의 본질, 즉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접근하는 경쟁에서는 밀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를 네 번째 요소, '게임의 변화'로 이끌게 된다.
네 번째 요소: 게임의 변화 (Change of the Game)
'게임의 변화'란 게임에서 성공적으로 플레이했단 그 행위 자체가 이미 게임의 규칙을 바꾸었던 것이라는 의미이다. 즉, 어떤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나면, 그 문제와 연관된 사람들의 관심사가 이미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져 있는 현상을 얘기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부분 최적화는 당신이 이미 참여하고 있는 경주에서 점점 더 빨리 달리는 것이다. 반면 게임의 변화는, 당신의 승리로 인해 모두가 그 경주는 끝났고 이제 철인 3종 경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과 같다.
사례) 헨리 포드 vs. 알프레드 슬로언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사례는 '게임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20세기 초, 자동차 산업의 게임은 '어떻게 하면 자동차를 싸고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할 것인가'였다.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통해 이 '생산'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며 게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런데 포드의 성공으로 인해 자동차가 대중화되자, '생산'은 더 이상 경쟁의 핵심이 아니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색상과 모델을 원하기 시작했던 것. 니즈 다양성과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포드는 "어떤 색상이든 검은색이기만 하다면"이라는 유명한 말로 새로운 게임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반면, GM의 알프레드 슬로언은 다양한 브랜드를 관리하는 '제품 기반 사업부' 구조를 통해 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완벽하게 이해했고, 결국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었다.
한편, 일본 도요타의 오노 다이이치는 미국식 시스템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린 생산을 창안했다. 그는 프레스를 교체하는 데 미국 기업들이 3일이 걸리던 일을 3분 만에 끝내는 혁신적 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 산업은 자만과 안일함에 빠져 이러한 “게임의 규칙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고, 그 결과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할 기회를 얻었다.
이 과정은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서서히 끓는 물속의 개구리” 비유처럼,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동안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조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게임의 변화”는 정치에서도 반복된다.
걸프전 승리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그 성공이 오히려 국민의 관심을 안보에서 국내 경제로 이동시켜 결국 재선 실패로 이어졌다. (클린턴의 “It’s the economy, stupid!”_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즉, 성공이 곧 새로운 게임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승리는 곧 실패로 전환된다.
이 요소가 주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진정한 승자는 현재의 게임에서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으로 인해 다음 게임이 무엇이 될지를 예측하고 먼저 준비하는 사람이다'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모방, 타성, 부분 최적화, 게임의 변화라는 요소들이 축적되면, 개별적인 위협을 넘어 업계 전체의 근본적인 사고방식, 즉 패러다임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가장 거대한 변화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다섯 번째 요소: 패러다임의 전환 (Shift of Paradigm)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전 네 가지 요소가 누적된 결과로 나타나는 궁극적인 변화다. 이는 기존의 상식,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멘털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는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게임의 규칙이 바뀌는 것을 넘어,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틀'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영국의 시스템 사상가 스태포드 비어는 이 전환기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수용 가능한 아이디어는 더 이상 유능하지 않고, 유능한 아이디어는 아직 수용 가능하지 않다."
이 황혼의 시간은 기존의 강자에게는 위기이지만, 새로운 도전자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되는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① 현실의 본질에 대한 변화: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하는 것
기계(mechanical) 모델: 조직을 자체 목적이 없는 '생각 없는 시스템'으로 본다. 부품은 선택권이 없으며 효율성이 유일한 목표.
생명체(biological) 모델: 조직을 하나의 뇌(경영진)를 가진 '단일 정신 시스템'으로 본다. 부품은 여전히 선택권이 없으며, 생존과 성장이 목표.
사회문화적 시스템(socio-cultural) 모델: 조직을 목적을 가진 구성원들의 '자발적 연합체'이자 '다중 정신 시스템'으로 본다. 여기서는 부품, 즉 구성원들이 선택권을 가지며, 이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다.
② 탐구 방식의 변화: 문제를 개별 변수들로 쪼개서 분석하는 '분석적 사고'에서, 변수들 간의 복잡한 상호의존성과 전체적인 관계를 파악하는 '시스템 사고'로의 전환이다.
우리는 현재 이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거대한 이중의 전환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도전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 인식을 규정하는 낡은 멘털 모델을 의식적으로 폐기하는 비학습이다. 문제는 새로운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낡은 프레임워크의 완고한 지속성인 것이다. 진정한 혁신은 당신이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렌즈 자체를 해체하는 데서 시작된다.
결론: 끊임없이 진화하는 게임에 대처하는 자세
지금까지 살펴본 다섯 가지 요소—모방, 타성, 부분 최적화, 게임의 변화, 패러다임 전환—은 각각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점진적으로 심화되는 계층 구조를 이룬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성공한 조직에 가하는 위협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영자의 관점을 학습하는 우리 모두에게 이 개념들이 주는 최종적인 교훈은 명확하다. 진정한 성공은 한 번의 위대한 승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성공 공식을 의심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자신을 재창조하며, 나의 성공이 만들어낼 다음 게임을 먼저 준비하는 유연하고 겸손한 자세에 있다.
이 글을 닫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우리의 현재 가장 빛나는 성공은, 미래 실패의 어떤 씨앗을 품고 있는가?"
성공의 정점에서 실패의 씨앗을 발견하고 관리하는 지혜, 그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성공의 핵심이다.
참고자료
1. Systems Thinking: Managing Chaos and Complexity, A Platform for Designing
Business Architecture, Jamshid Gharajedaghi, 2011
[부록]
조직 전체는 점점 상호의존적으로 작동하지만, 그 구성요소들은 동시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 이중적 구조적 긴장을 해결하려면, 두 가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첫 번째 패러다임 전환
조직을 “다중지성적 사회문화적 시스템”으로 인식해야 한다. 즉, 조직은 단순한 명령체계가 아니라, 목적을 가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환경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자신들의 목적도 실현하는 공동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두 번째 패러다임 전환
혼돈과 복잡성 속에서도 상호의존적인 변수들의 관계를 통찰하고 다루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 전환이 없으면 조직은 구조적 갈등, 불안, 무력감, 변화 저항에 빠진다.
오늘날의 조직 구조는 표면적으로는 “변화”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변화를 억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지배적인 조직문화는 과거의 성공 공식과 암묵적 전제를 반복적으로 재생산한다. 이러한 전제는 조직의 집단기억 속에 자리 잡아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며, 결국 미래 혁신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코드’가 된다.
이러한 암묵적 문화 코드의 내용과 의미를 명시화하고 해체하지 않는 한, 아무리 잘 설계된 개혁도 일시적 효과에 그치며, 조직의 본질적 성향은 그대로 지속되게 된다.
조직처럼 복잡한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그것과 유사하면서도 단순한 모델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조직을 설명하는 세 가지 모델을 제시하며, 이는 조직 개념의 역사적 발전 단계를 나타낸다.
마음 없는 기계 도구 (mindless mechanical tool) — 조직을 단순히 명령과 통제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적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
단일지성적 생물체 (uni-minded biological being) — 조직을 하나의 의지와 목적을 가진 유기체적 존재로 이해하는 관점.
다중지성적 복합체 (multi-minded organized complexity) — 조직을 여러 목적과 사고를 지닌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며 형성하는 복잡한 사회문화적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
① 마음 없는 시스템 (Mindless System) — 기계적 관점
르네상스 이후 프랑스에서 발전한 기계론적 세계관은 우주를 원인과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로 이해했다. 이 사고는 산업혁명과 기계적 조직 형태의 토대가 되었다.
산업혁명 초기, 농업 노동자들이 대거 기계로 대체되었습니다.
“트랙터 한 대가 500명의 농부를 대체했다.”
이에 따라 농촌의 비숙련 실업 인구를 단순한 기능 수행자로 전환하기 위해 ‘기계적 조직’ 개념이 등장했다.
조직은 목적이 없는 도구, 즉 이익을 추구하는 소유자의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이 시스템의 주요 가치는 신뢰성(reliability), 효율성(efficiency), 통제 가능성(controllability) 등이며 이 구성요소들은 자율성이나 선택권이 없으며, 환경이 안정적일 때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기계적 조직은 목적 없는 효율적 도구이며, 구성원은 단순히 ‘움직이는 부품’ 일뿐이다.”
② 단일지성적 시스템 (Uni-minded System) — 생물학적 관점
독일과 영국에서 발전한 생명체 중심 패러다임이 미국으로 확산되었다. 조직은 이제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 즉 독립적 목적을 가진 단일 생명체로 이해되었다. 그 목적은 생존이며, 생존을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하다.
이 모델에서 이윤은 목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수단이다. 조직은 자기 조절과 피드백 제어에 의해 유지된다.
구성원(기관)은 선택권이 없으며, 중앙의 ‘두뇌(경영진)’가 모든 결정을 내린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은 ‘정보 부족’으로 간주되고, 해법은 ‘더 많은 정보와 소통’이 된다. 단, 구성원이 의식과 선택을 가지게 되면 시스템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예: “온도조절기가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난방 시스템은 혼란에 빠진다.”)
가부장주의(paternalism)가 이 모델을 대표한다. “아버지가 가장 잘 안다(father knows best)”
포드, 듀폰, GM, IBM 등 20세기 초 거대 기업들은 이러한 가부장적 유기체 모델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③ 다중지성적 시스템 (Multi-minded System) — 사회문화적 관점
조직은 목적 있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회적 체계이다. 구성원은 목표(ends)와 수단(means) 모두에서 선택권을 가진 목적적 존재(purposeful entity)다. 따라서 이 체계는 기계적·생물학적 모델로 설명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조직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 변수는 ‘목적(purpose)’이다.
러셀 애코프에 따르면, 동일한 환경에서 여러 방식으로 같은 결과를 낼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는 존재가 목적적이다. 기계는 단지 목표추구적일 뿐이지만, 인간은 목적적이다. 조직 역시 사회의 일부이자, 그 안에 또 다른 목적적 개인들을 포함한 목적적 시스템의 위계 구조를 가진다.
기계적 시스템이 ‘에너지 결합(energy-bonded)’으로 되어 있다면, 사회문화적 시스템은 ‘정보 결합(information-bonded)’으로 유지된다. 자동차(기계)는 운전자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지만, 말(horse)은 라이더와의 상호 인식(agreement)을 통해 움직인다. 따라서 조직도 이처럼 신뢰와 소통의 정보적 결속으로 운영된다.
사회문화적 조직의 결속력은 공유된 목적, 가치, 문화에서 비롯된다. 구성원 간의 합의(consensus)는 필수적이며, 문화는 ‘조직을 하나로 묶는 시멘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각 구성원이 자율성을 가지므로, 조화와 통합은 한 번의 작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다.
조직에 대한 이해는 “기계 → 생명체 → 사회문화적 시스템”으로 진화해 왔으며, 오늘날의 조직은 자율적 선택을 가진 구성원들의 복합적 상호작용 체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진정한 혁신은 구조 개편이 아니라, 조직을 하나의 ‘다중지성적 사회 시스템’으로 재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 독립 변수의 한계와 상호의존성의 현실
① 고전 과학의 한계 ― “독립 변수”의 환상
고전 과학(Classical Science)은 세상을 독립 변수들의 합으로 이해했다.
즉, 전체는 단지 부분의 총합이며, 각 변수를 따로 분석하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 접근은 분석적 사고(analytical thinking)의 기초가 되어 물리학뿐 아니라 생물학, 사회과학에서도 그대로 차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은 ‘제2유형 속성(Type II, emergent property)’, 즉 사랑·행복·성공 같은 창발적 특성(emergent properties)을 설명하지 못한다.
분석적 사고는 단순하고 독립적인 시스템에서는 유용하지만, 현실 세계의 상호의존적 복잡성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사례 ― 포드(Ford) 사의 “품질 혁신” 실패와 재설계
1980년대, 포드사는 “Quality is Job One” 슬로건 아래 지속적 개선 운동을 전개했다.
우드헤이븐 공장은 11개 개선 항목을 정하고, 각 항목을 0(초기 상태)에서 10(세계 수준)까지 3년 안에 끌어올리려 했다. 초기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18개월 만에 개선이 정체되었다. 이후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지지 않았다.
원인: 공장의 운영 변수가 실제로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의존적(interdependent)이었기 때문. 초기에는 변수 간에 여유(slack)가 있어 개별 개선이 가능했지만, 일정 수준 이후에는 한 변수를 개선하면 다른 변수가 악화되는 구조로 변했다.
따라서 회사는 공장 전체의 시스템 설계를 재구성해야만 했다.
새로운 설계가 도입되자 불과 6개월 만에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독립 변수의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상호의존적 시스템은 전체적 재설계를 통해서만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② 상호의존성의 본질 ― “시스템 사고로의 전환”
③ 시스템 사고의 세 세대
시스템 사고도 시대에 따라 발전해 왔다.
◻︎ 제1세대 — 운영연구(Operations Research)
기계적·결정론적 시스템의 상호의존성 문제 다룸.
목표: 효율적 최적화.
◻︎ 제2세대 — 사이버네틱스 및 개방체계(Cybernetics & Open Systems)
생명 시스템의 자기조직(Self-organization)과 부정 엔트로피(neg-entropy) 개념 등장.
시스템은 스스로 질서를 창출할 수 있음.
◻︎ 제3세대 — 설계 기반 시스템 사고(Design-Oriented Systems Thinking)
사회문화적 시스템을 대상으로 함.
세 가지 도전 과제: 상호의존성, 자기조직, 그리고 선택.
조직의 문화(culture)가 유전자(DNA)처럼 작동하여 스스로를 반복적으로 재생산(default)하거나, 의식적으로 재설계(design)할 수 있음.
④ 사회적 시스템의 DNA ― 문화와 설계
사회 시스템은 생명체와 달리 문화(cultural code)를 통해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한다. 하지만 조직은 ‘기본값(default)’으로 작동할 수도 있고, 혹은 ‘의도적 설계’로 작동할 수도 있다.
기본값(default): 기존 신념과 전제가 무비판적으로 반복됨 → 변화 없음.
설계(design): 신념·가정·기대치를 명시화하고 검증 → 혁신 가능.
조직의 문화적 전제는 보이지 않는 코드이며, 이를 의식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아무리 개혁해도 기존 질서(mess)가 반복 재생산된다.
결론적으로 두 번째 패러다임 쉬프트의 의미로는 다음과 같다.
분석적 사고 → 시스템 사고로의 전환은 독립 변수 중심 사고에서 상호의존성중심 사고로의 근본적 변화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앞으로의 조직 경쟁력은 부분 최적화가 아니라 전체 최적화, 분석이 아니라 통합적 이해, 정보가 아니라 의미와 관계의 재구성에 달려 있다.
조직 패러다임의 변화 과정, 즉 기계적 → 생물학적 → 사회문화적 → 시스템적을 설명한다. 각 게임은 시대의 지배적 사고 패러다임을 반영하며, 새로운 기술·조직·사고방식의 전환을 이끌었다.
“게임이 바뀔 때마다 세상은 바뀐다”
각 경쟁의 게임은 특정 패러다임에 대응한다. 각각의 조직 형태는 특정한 능력을 요구하고, 그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권과 권력을 부여한다. 그러나 기존 질서의 성공은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변하고, 결국 시대에 뒤처진 조직 형태는 기술 변화 못지않게 치명적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여섯 가지 경쟁의 게임과 조직 패러다임
➊ Mass Production — 대량생산 (기계적 패러다임)
헨리 포드의 ‘부품과 노동의 상호교환성’
기계적 조직의 직접적 산물로, 6,000대/일 생산 체계라는 비약적 생산성 향상을 이룸.
문제는 “생산”의 시대가 끝나고 “판매”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것.
이는 결국 시장은 다양성과 품질, 개성의 시대에 진입한다. 그러나 기계적 조직은 일탈(no deviation)을 금지하는 구조로, 창의성과 다양성 대응력이 결여되어 소비자 불만 → 통제 강화 → 비효율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규모가 커질수록 통제가 약화되어 중앙집권 ↔ 분권화의 끝없는 진자 운동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기계적 조직은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지만, 다양성과 변화의 요구 앞에서는 무력했다.
➋ Divisional Structure — 사업부제 구조 (생물학적 패러다임)
GM의 앨프리드 슬론이 창안한 ‘성장과 다양성 관리’의 체계
포드와 달리, 슬론은 경쟁의 본질이 생산에서 성장·다양성 관리로 이동했음을 간파.
사업부제와 예측·준비 방식의 경영이 등장.
본사는 “두뇌”, 사업부는 “신체”처럼 작동.
이 구조는 각 부문은 자율성은 있으나 의식이 없는 반자동체로 기능한다. 따라서 이 체계는 MBA 교육의 표준 모델이 되었으며, 전후의 안정적 시대에는 탁월했지만, 제품 수명주기 단축과 다중지성적 인간의 등장으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따라서 이 구조는 여러 문제점을 야기시켰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조적 경직성
“별(Star)–젖소(Cash Cow)–개의(Dog)”로 분류해 어려운 사업을 포기하는 전략적 회피
참여경영과 린 생산의 도전에 직면
사업부제는 성장의 시대를 지배했지만, 변화와 자율성을 요구하는 다중지성 시대에는 맞지 않았다.
➌ Participative Management — 참여경영 (사회문화적 패러다임)
지식과 선택의 확산으로 인한 ‘다중지성(multi-mindedness)’의 등장
정보기술 발달과 부의 확산은 개인의 선택권을 확대시켰다.
그러나 이는 조직 내 갈등과 복잡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가부장적 문화에서는 ‘아버지의 권위’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현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이어서 이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조직은 중앙집권 ↔ 분권화, 개인 ↔ 집단, 통합 ↔ 분화 사이를 오가며 방향을 잃게 된다.
참여경영은 자율성을 확대했지만, 갈등을 관리하고 통합할 새로운 사회문화적 메커니즘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➍ Operations Research — 운영연구 (제1세대 시스템 사고)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을 수학적으로 다루려는 첫 시도
애코프와 처치먼의 연구에서 시작.
수리모형을 통해 상호의존 변수의 최적해(optimal solution)를 찾는 접근.
이 이론이 1960년대 미국 경영학계를 석권했지만, 조직을 여전히 ‘기계’로 보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함.
MIT의 제이 포레스터의 시스템 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도 이 계열.
1979년 애코프의 선언 ― “The future of OR is past” ― 으로 상징적으로 종언을 맞음.
운영연구는 상호의존성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려 했지만, 인간적·사회적 복잡성은 다루지 못했다.
➎ Lean Production System — 유연성과 통제의 게임
제2차 세계대전 중 발전한 조직적 연구(organized research)는 전후 산업계에 R&D 중심의 혁신 체계를 확립시켰다. 그러나 급속한 변화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존의 “예측하고 대비하라”라는 고전적 관리 패러다임은 한계를 드러냈다.
새로운 경쟁의 법칙: Flexibility & Control (유연성과 통제)
R&D의 폭발적 발전은 새로운 지식이 시장 자체를 재구성하도록 만들었다. 성공하는 기업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adapt)이 아니라 환경을 상호작용적으로 재구성하는 것(interactively influence)에 능했다. 경쟁의 핵심은 “유연성과 통제”로 전환되었다.
제품 출시 주기 단축
제품/시장 차별화 강화
가격–품질 동시 향상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시스템
일본 도요타의 오노 다이이치는 생물학적 시스템 사고를 응용해 린 생산 시스템을 창안했다.
이 시스템은 손익분기점을 10배 낮추고, 생산의 유연성과 품질 통제를 동시에 실현하여 경쟁의 게임을 완전히 새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린 생산은 “예측과 통제”의 시대를 넘어 “유연성과 상호 피드백을 통한 통합적 최적화”의 시대를 연 시스템 혁명이었다.
➏ Interactive Management — 디자인적 접근(Design Approach)
패러다임 전환: “예측에서 디자인으로”
러셀 애코프는 『Redesigning the Future (1974)』에서 사회 조직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설계’함으로써 미래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목적적 시스템의 원리에 따라, 구성원들이 참여적 설계를 통해 공동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봤다.
처치먼(Churchman, 1971) 또한 『The Design of Inquiring Systems』에서 “시스템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설계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설계(Design)의 철학과 방법론
설계는 인간 발전의 핵심인 ‘선택(choice)’을 중심에 둔다.
발전(Development) = 선택 능력의 확장
설계(Design) = 선택 능력과 전체적 사고(holistic thinking)를 강화하는 도구
설계자는 미래를 예측(predict)하는 대신 선택(choose)하려 한다.
그는 합리적, 감정적, 문화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 다기능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구조를 만든다.
이를 위해 설계자는 아래 세 가지를 배워야 한다.
¹ 자신이 이미 아는 것을 활용하는 법,
²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식하는 법,
³ 자신이 배워야 할 것을 배우는 법.
즉, 설계는 부분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전체적 통찰을 기반으로 한 창조적 조정 과정이다.
현대의 위험관리는 변수의 독립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상호의존적 충격이 초래하는 연쇄 붕괴를 막지 못했다. 나심 탈레브의 『The Black Swan (2007)』은 이를 입증했다.
1982년 불황: 대형 은행들의 누적이익이 증발
1990년대 초 부동산 붕괴: S&L 위기, 5천억 달러 손실
1998년 닷컴 버블 붕괴
2009년 금융위기: 모기지 및 주택시장 붕괴
이처럼 작은 상호의존적 편차의 누적이 거대한 파국을 낳는 현실 속에서, 단순한 분석이 아닌 설계적 시스템 사고가 필수적임이 강조된다.
설계는 단순한 도식이 아니라, 복잡성과 상호의존성 속에서 인간이 능동적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행위이다.
시스템 사고의 궁극적 목표는 “예측이 아닌 설계, 분석이 아닌 통합, 지식이 아닌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