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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선물 부담스럽습니다.

우리 아들 한번 만나봐.

by 넌들낸들

여행사에서 일하면서 해외 출장이나 여행도 많이 가게 될 줄 알았는데 정말 사무실 지키기만 했다.


간혹 랜드사나 항공사에서 영업을 오면

"나랑 같이 여행 갈래요." 하며 주접을 떠는 남자 직원들을 볼 때면 느끼해서 후춧가루라도 뿌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난

"진짜 내가 너무 예뻐서 탈이야." 하며 웃음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고객님들의 추근 거림에는 뭐라 말할 수 없어 미소만 보였다.


봄 야유회 때

일명 [아주라 게임]을 했다. 우리 팀이 이겨 항공권을 따냈고 부산 지사 사장님은 막내 여행 보내준다며 호텔 항공 다 지원해 준다며 큰소리쳤었다. 알고 보니 패키지 자리 남은데 날 끼워 고객님들과 여행하게 되었는데

난 그곳 가서도 여행사 직원임을 어필하며 명함을 돌리고 고객들과 함께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모습이 예뻐 보였는지

그 팀들이 다 나의 고객이 되어주었다.

그중 자주 날 찾은 사장님이 계셨다.

신사적이고 정중하셔서 그 고객님을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았다.

호주로 가족 여행을 간다며 미팅을 했다.

미팅이 다 끝날 무렵


"★씨, 우리 아들 한번 만나볼래? 우리 아들이 @@에서 일하고 연봉도 좋아. 일하느라 여자친구가 없어. 이번 호주에 같이 가는데 ★씨 다음엔 우리 아들이랑 한번 미팅해 봐."


"고객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괜찮습니다."


"우리 아들 짝이 되면 정말 좋겠다 싶어. 하긴 우리 ★씨가 너무 어리다."

하며 웃으시며 돌아가셨다.


그리고 며칠 뒤 아드님이 상담을 위해 오셨다.


"★씨죠. 아버지께 많이 들었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 무슨 일로 오셨나요?"


"출장 가야 돼서 티켓 발권 하려고요. 아버지가 이왕이면 ★씨에게 해주라고 하더군요."


"사장님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이렇게 오로지 티켓 발권으로만 안면을 텄다.

그런데 며칠 뒤 전화가 왔다.


"★씨, 뭐 필요한 거 없나요?"


"네? 없습니다."


"여자들은 버버리 1234, 샤넬 뭐 등 백 좋아하지 않나? 내가 출장 갔다가 사 올게요. 원하는 제품 있으면 제품 번호로 문자 보내놔요. 제가 다 사 올 테니까. 부담 갖지 말고요. 우리 부모님께도 잘해드려서 감사의 의미로 ★씨한테 선물도 해주라고 하더라고요."


"아뇨. 괜찮습니다. 고. 객. 님."


나의 단호한 멘트에 머쓱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고객님은 선물해드리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출장 다녀온 후 부모님과 호주 여행 가기 전에도 선물 타령이 계속되었다.


단골 고객님이라 공항 응대까지 하게 되었는데

(워낙 많은 인원이라 감사 인사 차원에서 나가게 되었다. 가족 여행이라도 대가족으로 15분 예약하셔서 대규모로 떠나시는 팀이었다.)

그곳에 모든 가족들이 예비 며느리 보듯 다들 선물 하나씩 주겠다고 난리였다.


정말 부담스러워 괜히 공항에 나왔다며 후회를 했다.

"사장님 선물 정말 괜찮습니다. 정말 부담스러워요."


그러자 옆에 사모님께서

"아이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럼 부담 안되게 향수 정도는 어때?"


"사모님 괜찮아요. 정 선물해주시고 싶으시면 저기 스타벅스에서 시원한 커피 한잔만 사주세요. 전 그걸로 대만족 합니다."


"아이 참..."


옆에서 아드님이 쭈뼛쭈뼛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사모님이 아드님을 부르더니

"아들 ★씨랑 스타벅스 다녀와. ★씨 먹고 싶다는 거 다 사드리고 와. ★씨 우리 잘 다녀올게. 다녀와서 또 봐요."


"네 사모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난 그렇게 아드님과 스타벅스에서 커피 테이크아웃받아 헤어졌다.


그래도 사장님과 사모님은 티켓 발권이나 여행 갈 일 있으면 날 찾았다. 아드님은 더 이상 찾지 않으셨다.



좀 부담스러웠지만 지금까지도 고마웠던 고객님들이다. 나에게 많은 힘을 주기도 했던 분들이라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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