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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전문가윤담헌 Sep 27. 2023

조선왕조실록 일식 不관측 기록 정리(2) 세조~광해군

한반도에서 볼 수 없었던 일식 기록들에 대한 오해와 정리

1. 세조 9년 5월 1일 - 1463. 5. 18.


일식(日食)하였다.

己丑朔/日有食之。


이 날 일식은 한반도 바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종결되었다. 역시 구식제를 지냈다거나 하는 기록은 없다.

이 일식은 일몰 시점과 일식 시점이 겹치는 구간이 중국이다. 그렇다면 당시 명사(明史)에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을까?

 명사 천순 7년(1463)의 기록이다. 정말이지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똑같이 적혀 있다. 조선이 대륙에 있었다면 명나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세조실록은 세조 사후에 편찬된 역사서이다. 실시간으로 작성되는 기록물이 아니라, 기록되었던 사초와 외교문서 등을 갈무리하여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날 일식이 있었다는 기록은 명나라에서 왔을 일식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적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2. 중종 38년 1월 1일- 1543. 2. 3. 


일식이 있었다.

丙午朔/日有食之。


 중종 시기는 천인감응론에 심취한 중종 자신과 사림들로 인해 숱한 천변 기록을 자세하게 관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날의 일식도 기록만 했을 뿐 구식제를 지냈다거나 한 기록의 흔적은 없다.

위 그림에서처럼 한반도를 비켜 가고 북아메리카까지 관측할 수 있었던 일식이다. 중국 대륙의 경우 남동부 해안에 걸쳐서 일출 시점에 잠깐 볼 수 있었을 정도이나 거의 보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명사(明史)를 살펴보자.

가정 22년(1543) 일식기록의 기록이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기록이 되어 있다. 그럼 명나라의 영역은 어디인가?

이것 또한 명나라에서 온 일식 추보 기록을 따라 적은 것에 불과하다.



3. 명종 5년 8월 1일 - 1550. 9. 10.


일식이 있는 날인데 짙은 구름이 끼어 보이지 않았다.

壬戌朔/日當食, 密雲不見。


 이 날 일식은 한반도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당시 일관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구름이 잔뜩 끼어 일식이 보이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있었다. 일식 추보의 실패를 날씨로 인한 관측의 실패로 둘러댄 것이다. 관측 자체가 실패한 기록이므로 그림자가 지나간 곳이 영역이라느니 하는 주장 자체도 뒷받침할 수 없는 기록이다.


4. 선조 33년 6월 1일 - 1600. 7. 10.


정원이 아뢰기를, "오늘 정사(政事)하라고 전교하셨는데 오늘 마침 지하(地下) 일식(日蝕)이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하니, 내일 하라고 전교하였다.

政院啓曰: "今日政事爲之事, 傳敎矣, 今日地下日食, 何以爲之?" 傳曰: "明日爲之。"


 이 일식 기사는 국역본에서 부제목을 '일식이 일어나서 정사를 연기하다'라고 되어 있어 마치 일식을 본 것처럼 오해할 수 있으나 실제 기록은 위와 같이 '지하 일식'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하일식이라고 기록한 것은 이 날 일식의 그림자가 지나간 곳이 '지하', 즉 조선 땅이 아니어서 관측할 수 없다는 말이기 때문에, 아래 그림에 해당하는 영역은 조선 땅이 아니다. 아메리카 조선을 주장하고 싶어 하다가 자충수에 빠진 꼴이다.


5. 광해 9년 7월 1일 - 1617.8.1.


일식이 있었다.

丁巳七月初一日 朔癸亥日食。


 이 날 일식은 한반도에서 볼 수 없었고, 유럽과 시베리아 일대를 지나가고 중국 북부와 만주에서 종결되는 일식이었다. 역시 명사(明史)를 보자.


명사 만력 45년 일식 기록 (출처 : https://ctext.org/wiki.pl?if=gb&chapter=798514&remap=gb)


조선이 대륙이면 명나라는 어디일까. 이렇게 단순히 '일식'이라고 표시하고 어떠한 액션도 없는 기록은 명사에서 따왔을 가능성이 높다.


6. 광해 14년 10월 1일 - 1622. 11.3.


일식이 있었다.

壬戌十月初一日 朔癸亥日食。


 간단하게 '일식'이라고만 기록되어 있다. 중국과 한반도, 일본등 동아시아를 제외한 동남아, 호주, 중동, 아프리카를 지나간 일식이다. 따라서 명사(明史)에도 일식 기록이 없다. 그런데 6번 선조 33년 때처럼, 지하 일식이어도 오늘 할 정사(政事)를 내일로 미루었는데, 이 날 일식이 있었거나 말거나 비변사에서 아뢴 일을 처리하는 광해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경도상 지하일식은 아니고 일식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추보의 성공이 있었으므로 일식과 관련된 아무런 액션도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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