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네
형이 블록을 꺼낸다.
형을 따라 만들기를 한다.
형이 만들다만 놀잇감을 가지고
형처럼 논다.
형이 그림을 그린다.
동생이 끄적인다.
색종이를 접는다.
구긴다.
책을 읽는다.
책 읽어줘 한다.
네 아이가, 성별이 같은 아이들이 자라는 사형제의 집에서 혼자만의 놀이는 거의 없다. 첫째의 사춘기가 아직 찾아오지 않아 그럴지 모르나 형이 놀이를 시작하면 동생들은 자연스레 따라쟁이가 되어 같은 놀이를 한다. 형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동생에게 이어져 형 따라 만들기를 배우고 놀이를 배운다.
한창 글자에 관심이 생긴 여섯 살이 글자를 묻고 아는 것을 찾아 읽자. 세 살이 묻는다. 이건 무슨 글자야. 시작은 언제나 놀이다. 놀이는 배움이 되고 다시 놀이가 된다. 뭐든 빠른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알아야 할 것을 억지로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배우는 환경이 되는 건 고마운 일이다.
어린이집에서 근무할 때 4,5세 혼합반을 맡았다. 처음 4세들이 혼합반에 오게 되면 5세들은 졸업한 형, 언니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자리에 온 동생들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같은 연령끼리 모여서 또래놀이만 하는데 놀이란 유동적이라 그대로 있을 리 없다. 멋진 종이접기를 하는 형아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인다. 색종이를 손에 쥐고 형아 껌딱지가 된다. 언니는 어쩜 공주를 진짜 공주처럼 그리는 걸까 옆에 꼭 붙어서 따라 그리는 아이가 생긴다. 같이 놀아도 돼?라는 말이 시작되면 나이는 금세 허물어진다. 물론 갈등도 있고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적응기를 지나면 형은 열렬한 지지자를 얻을 수 있고, 동생은 놀이대장, 만들기 대장, 그리기 대장 형, 언니 덕분에 나중에는 자신도 어린이집 대장직함을 얻게 된다. 아이들에게 형, 언니만큼 좋은 배움의 장은 없다. 또한 형, 언니가 되는 것만큼 자부심과 효능감을 높이는 자리도 없다.
둘째에게 첫째는 언제나 멋진 형이었다. 공감을 잘하는 둘째가 형아의 모습에 얼마나 호응을 잘했는지 모른다. 형을 따라 하며 또래보다 빠른 부분이 있었지만 형보다는 서툴렀기에 위축되는 마음도 있었다. 스스로에 대해 늘 부족하다고 여기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둘째가 어린이집 큰 형아가 되면서 아이는 집이 아닌 곳에서 형이 되어 갔다. 물론 우리 집에는 셋째가 있으니 집에서도 형이긴 했지만 어느 집이나 셋째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집에서는 위에서 아래에서 치이는 둘째였지만 어린이집에서는 뭐든 척척해내는 큰 형아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애교쟁이 막내 덕분에 둘째도 큰 형 못지않은 뭐든 잘하는 작은 형이 되었다.
네 아이가 자라는 집은 아주 소란스럽고 어지럽다. 정리 좀 하라는 소리를 끝없이 하고 쉼 없이 세탁기를 돌리며 마른빨래를 개야 한다. 그러나 대청소다!라는 말에 정리 놀이가 되면 순식간에 정돈이 되기도 한다. 놀이가 먼저이면 시름이 준다. 형이 놀이를 시작한다. 북적북적 사형제네는 오늘도 뭐든 놀이가 되고 절로 배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