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미술작품의 조건_시대성(EP.1)
수학에만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술투자에도 공식은 있다. 하지만 공식만 외운다고 시험 점수가 잘 나오는가? 어려운 응용문제는 ‘사고’라는 것을 해야 하고 지속으로 문제를 풀어 그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공식에 대입해 풀 수 있어야 한다.
아트 컬렉팅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그렇다. 아트 컬렉팅을 그렇게 할 수 있다. 공식만 알면 가능하다. 이제부터 그 공식을 하나하나 알려줄 것이다. 주의할 점은 공식만 달달 외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술투자는 언제나 응용문제를 푸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헷갈리고 알쏭달쏭할 때에는 한 가지 사실만 기억하자. 될 놈이 안 되는 경우는 있어도 안 될 놈이 되는 경우는 없다. 안 될 놈은 될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추락하고야 만다.
훌륭한 미술작품의 조건
시대를 가로질러 훌륭한 작품으로 남아있는 명작에는 공식이 있다. 작품성, 시대성, 대표성이다. 작품성은 내용과 형식으로 구분하여 판단할 수 있다. 시대성은 개인과 사회로 나누어 생각하면 쉽게 구분이 갈 것이다. 대표성은 전문가, 대중, 시장 영역에서 모두 인정받아야 획득할 수 있는 가장 광범위한 영역이고 작품 안에 있는 영역이 아니라 밖에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예술가에게는 가장 어렵고도 이루기 힘든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작품을 알아보는 방법을 하나하나 살펴볼 것이다.
작품성 시대성 대표성
이번 편에서는 시대성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유튜브 <Artist TV-미술투자로 부자 되기>에서 가장 처음 제작되었던 에피소드는 시대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가고시안 갤러리에 방문한 날 때마침 우르스 피셔의 작품이 눈에 띄어 이 작가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대성이라고 말하면 무언가 대단히 거시적이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대성이란 한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니 과거 명작 속에 시대성을 내포하는 작품이란 그 시대의 상황, 생각, 철학 등을 잘 담아낸 작품일 것이고 동시대 미술이 나타내는 시대성이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시대적 상황과 개인의 희로애락이 반영되는 바로 우리들의 역사이자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작품 속에서 시대성을 어떻게 읽어 낼 수 있을까? 작품 속의 시대성은 개인적인 경험이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 속에서 발견할 수도 있고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적 기술이나 사상, 국제 정세, 정치적인 이슈 등 거시적인 내용을 담아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먼저, 개인의 소소한 일상이나 생각의 담은 작품 속에 나타나는 시대성을 알아보자. 이것은 미술뿐 아니라 소설이나 시 등 문학작품이나 다른 예술작품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을 아는가? 제목에서 바로 느껴지듯이 82년생으로 태어난 한 여성의 스토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대박이 났고 이후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바로 시대적 ‘공감’이다. 이 주인공의 이야기 속에는 비록 개인이 경험한 가족, 취업, 사랑 등 특별할 것 없는 누구나 겪는 평범한 삶의 이야기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하기 힘든 불평등한 이 시대 사회 구조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 이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자신의 상황과 경험을 오버랩시킨다. 예술가가 개인의 소소한 일상이나 경험을 주된 주제로 하면서도 지역사회나 한 나라, 또는 전 세계 인류 공통적인 시대적 문제나 고민을 담아내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다면 시대성을 내포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미술 작품에서 개인의 일상이 시대성을 나타내는 사례를 살펴보자면 ‘알렉스 카츠’의 그림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주변인을 그린다. 젊은 시절 작품의 깊이가 없다는 혹평을 들으면서도 그는 그 일을 멈추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 만났던 사람, 친한 친구나 지인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자연을 그림 속에 담았다. 화가의 그림 스타일이 약간 독특하다는 것 말고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이 작가의 작품은 현재 전 세계 최고 인기작이며 작가는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가로 우뚝 올라섰다. 그동안 화단에서 B급 작가 대우를 받다가 그의 나이 80세가 넘어서부터 A급 작가로 우뚝 올라섰는데 그의 작업은 한결같았다. 약 90년 동안 그의 삶의 역사는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겼고 그의 주변 인들과 환경은 그 역사를 함께했다. 이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역사가 아니라 미국인의 역사이고 가장 미국적인 사람들을 대표하는 기록과도 같은 것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도 아닌 다른 이의 얼굴이 그려진 작품을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다. 만약 알렉스 카츠가 다른 이의 비평에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그리는 일을 멈추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알렉스 카츠’라는 작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ART NYC로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Vicki Turbecille라는 아이디를 가진 분의 작품 구매 문의였는데 ‘Pas de Deux IV’라는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 작품 속주인공이 본인 자신과 그녀의 (Former hudsbund) 전 남편, 또는 돌아가신 남편이라는 것이다. 이메일 주소를 보니 이 작품에서 언급된 주인공과 이름과 일치했다. 1993년 발행된 에디션이니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그들의 모습일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이 나에게 연락을 해 오다니? 그리고 그 사람이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한다니? 마치 역사 속 한 챕터를 직접 경험하는 듯 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이 작품 속 viki라는 모델은 그 당시에는 몰랐을 것이다. 언제든 연락하면 만날 수 있었던 한동네 살던 알렉스가 자신을 그린 작품이, 그것도 오리지널도 아니고 150판이나 인쇄된 판화작품인데도 이제는 구하기가 힘들고 비싼 돈까지 지불해야만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작품은 더 이상 작품 속 모델의 개인적인 사연이 아니다. 그 당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찍은 사진과는 전혀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닌 알렉스 카츠라는 작가의 예술 작품이며 이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의 이야기와 역사 이기도 하다. 이 사연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한 개인의 소소한 일상도 예술가라는 필터를 거치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보편적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작품 속에서 꼭 대단한 사회적 이야기를 담아야만 시대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버리자.
한 시대를 살아가다 보면 그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 정치적 환경, 새로운 과학기술과 사상 등이 있다. 과거에 작품 속 시대성을 담은 작가를 예로 들자면 ‘프란시스 데 고야’가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제는 전쟁과 총인데 신식 무기의 등장으로 인간성을 잃어버린 인간의 잔인함과 추악함을 독특한 화풍으로 드라마틱하게 담아냈다. 다음은 지금까지도 인기가 많은 인상파 화가들을 살펴보자. 당시 카메라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화가들에게 초상화를 그리거나 ‘기록’을 해야 하는 역할이 사라졌다. 인상파 화가들은 튜브 물감을 들고 화실 밖으로 나가 빛을 관찰하고 한 가지 풍경을 계절별로 그리며 자연의 변화를 관찰했다. 끌로드 모네의 가장 유명한 작품 ‘수련’ 은 프랑스에 있는 모네 미술관에도 전시가 되어있고 최근 ‘이건희 컬렉션’에서도 등장했다. 이렇게 ‘수련’이라는 작품이 많은 이유는 작가가 한 곳에 머물며 지속적으로 자연과 빛을 관찰하고 연구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의 모든 인상파 화가들 에두아르 마네, 폴 세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에서도 나타나는 시대적인 특성이다. 앞서 말한 프란시스 데 고야의 작품은 작품의 내용에서 시대성이 표출된 것이고 인상파 화가들 에서는 형식적 시대성이 드러난다. 이렇게 내용과 형식으로 한번 더 세분화해서 보면 시대성을 읽기가 쉽다. 그렇다면 어려운 현대미술에서 시대성을 한번 읽어볼까? 아래에 있는 ‘우르스 피셔’의 작품을 보자.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한 조각 작품을 불로 녹이고 있다. 조각은 양초가 타서 없어지듯이 녹아내리고 있다. 보통 조각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견고해서 야외에도 설치가 가능하고 영구적으로 보존이 가능한 브론즈나 나무 등을 사용하는데 이렇게 내구성이 약하고 녹아 없어져 버리는 파라핀응 조각에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2007년 캐빈 브라운스 엔터프라이즈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에서는 아예 갤러리 바닥을 파내어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제목은 ‘You’이다. 메시지가 느껴지는가? 작가 자신을 형상화한 조각, 그리고 갤러리의 땅을 파내어 폐허로 만든 설치 작품 모두 나와 너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멀쩡해 보이지만 양초처럼 아주 약한 불에도 녹아 없어지는 그런 나약한 존재는 바로 나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폐허같은 모습을 한 이는 바로 너다. 내 안에 이런 폐허의 모습을 들킨 것 같아 낯 뜨겁다. 그러면서 작가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존재하는 무언가를 작품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바로 이 시대의 과학과 철학의 아이콘인 양자역학의 개념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리를 해보면 작품에서 나타나는 시대성을 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개인과 사회!! 그것을 또 세분화하자면 내용과 형식으로 구분하여 읽어내면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또 들것이다. 언뜻 보아도 엄청난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 같아 보이는 이런 작품들은 오히려 시대성을 읽기가 어렵지 않은데 예쁘고 기분 좋아지는 벽장식 같은 작품과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시대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그런 좋은 작품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