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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Mar 18. 2024

무용한 것들

산방산 둘레길


칠흑 같은 어둠이어야만 아름다운 

잃은 것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작은 빛에

잔잔한 위로를 얻는 밤 길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쳐다본 하늘에 

달아놓은 것 같은 별이 아름답다. 

낮부터 떠있던 달이 밝히는 길은 어둡지만


잡힐 것 같은 구름 

파도가 치는 소리

나무와 풀내음에

설움이 씻겨 내려간다


공기의 떨림이 만들어낸 소리가

한쪽 귀에서 들린다 

좋은 음악을 듣게 돼서 행복하고 

날 행복하게 해주는 노래를 찾아서 행복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고 

이야기가 있어 행복하고

작은 블루투스 이어폰에 

행복하다


오감을 통해 선물 받은 간질간질함에

버려야 할 것이 떠올랐다


왜 착하게 사는 사람은 힘들게 살까? 

왜 나는 그랬을까? 


'생각' 같은 것을 줄이면 

사는 데 조금 더 편할 것도 같은데 

생각의 정량이 없다


밝은 길에 보이는 많은 언덕과 내리막 길에

다리에 힘을 주고 걷다 보니 허벅지에 자극이 온다. 

밤에 오면 안 되겠다 생각했던 길을 밤에 걷게 되는 건

운명인 걸까


밤이라, 야맹증이라

가야 할 길은 한 칸씩 걸을 수밖에 별 수 있나. 

그저 가야지, 난 잘 될 거야.

생각이 단순해진다


생각지도 못한 밤 길에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움에 

깨닫는 게 아쉬워 

혼자 서있는 버스정류장도 예쁘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 만난 아름다움은 

꿈속에 있는 것 같은 비현실을 느낀다 

무용함에 마음을 두는 것은 

괴롭지만 낭만이 있다. 


돼지에게 

진주 목걸이를 

던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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