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숲 Mar 18. 2024

무용한 것들

산방산 둘레길


칠흑 같은 어둠이어야만 아름다운 

잃은 것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작은 빛에

잔잔한 위로를 얻는 밤 길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쳐다본 하늘에 

달아놓은 것 같은 별이 아름답다. 

낮부터 떠있던 달이 밝히는 길은 어둡지만


잡힐 것 같은 구름 

파도가 치는 소리

나무와 풀내음에

설움이 씻겨 내려간다


공기의 떨림이 만들어낸 소리가

한쪽 귀에서 들린다 

좋은 음악을 듣게 돼서 행복하고 

날 행복하게 해주는 노래를 찾아서 행복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고 

이야기가 있어 행복하고

작은 블루투스 이어폰에 

행복하다


오감을 통해 선물 받은 간질간질함에

버려야 할 것이 떠올랐다


왜 착하게 사는 사람은 힘들게 살까? 

왜 나는 그랬을까? 


'생각' 같은 것을 줄이면 

사는 데 조금 더 편할 것도 같은데 

생각의 정량이 없다


밝은 길에 보이는 많은 언덕과 내리막 길에

다리에 힘을 주고 걷다 보니 허벅지에 자극이 온다. 

밤에 오면 안 되겠다 생각했던 길을 밤에 걷게 되는 건

운명인 걸까


밤이라, 야맹증이라

가야 할 길은 한 칸씩 걸을 수밖에 별 수 있나. 

그저 가야지, 난 잘 될 거야.

생각이 단순해진다


생각지도 못한 밤 길에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움에 

깨닫는 게 아쉬워 

혼자 서있는 버스정류장도 예쁘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 만난 아름다움은 

꿈속에 있는 것 같은 비현실을 느낀다 

무용함에 마음을 두는 것은 

괴롭지만 낭만이 있다. 


돼지에게 

진주 목걸이를 

던지지 말라



이전 03화 나는 배달 콜라를 모아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