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둘레길
칠흑 같은 어둠이어야만 아름다운
잃은 것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작은 빛에
잔잔한 위로를 얻는 밤 길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쳐다본 하늘에
달아놓은 것 같은 별이 아름답다.
낮부터 떠있던 달이 밝히는 길은 어둡지만
잡힐 것 같은 구름
파도가 치는 소리
나무와 풀내음에
설움이 씻겨 내려간다
공기의 떨림이 만들어낸 소리가
한쪽 귀에서 들린다
좋은 음악을 듣게 돼서 행복하고
날 행복하게 해주는 노래를 찾아서 행복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고
이야기가 있어 행복하고
작은 블루투스 이어폰에
행복하다
오감을 통해 선물 받은 간질간질함에
버려야 할 것이 떠올랐다
왜 착하게 사는 사람은 힘들게 살까?
왜 나는 그랬을까?
'생각' 같은 것을 줄이면
사는 데 조금 더 편할 것도 같은데
생각의 정량이 없다
밝은 길에 보이는 많은 언덕과 내리막 길에
다리에 힘을 주고 걷다 보니 허벅지에 자극이 온다.
밤에 오면 안 되겠다 생각했던 길을 밤에 걷게 되는 건
운명인 걸까
밤이라, 야맹증이라
가야 할 길은 한 칸씩 걸을 수밖에 별 수 있나.
그저 가야지, 난 잘 될 거야.
생각이 단순해진다
생각지도 못한 밤 길에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움에
깨닫는 게 아쉬워
혼자 서있는 버스정류장도 예쁘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 만난 아름다움은
꿈속에 있는 것 같은 비현실을 느낀다
무용함에 마음을 두는 것은
괴롭지만 낭만이 있다.
돼지에게
진주 목걸이를
던지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