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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Apr 22. 2024

홀로 선다는 건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이다

나 다움


제주에서 아름다운 것은 가장 제주 다운 것에 있다.

아파트가 아닌 시골 기와집,

콘크리트를 바른 벽이 아닌 돌을 쌓아 올린 담이 예쁘다. 


콘크리트 벽이나 쌓아 올린 돌담이나 딱딱한 벽인 것이지만

쌓아 올린 돌담에서는 생명이 느껴진다.

살아있고 새로운 것들에 집중한다. 


나는 이런 제주스런 것들이 너무 좋다.

쌓아진 돌담이며 그 사이의 생명들이며 모든 것이 제주스러우니까


자기 자신이 되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나

무슨 일을 하든지 나를 먼저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한다는 게 

다시 또 생명이 연장될 수 있는 힘을 가질 만큼 대단한 것이었나. 


인생은 나를 있는 그대로 품어줄 수 있는 사람 한 사람만 붙들고 가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도 결국은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다는 마음이란 게 뭘까? 

그렇지만 외로움에 속지 말아야지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것은 허탄하다. 



나는 변하지 않는 마음을 어떤 관계에서 느껴봤을까 생각하니 하나님이 떠올랐다. 

이런 마음은 하나님에게서만 느껴봤다. 


하나님을 찾고 있다. 

제주에 와서는 눈물이 많아졌다.

이런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그렇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너무 아프다. 

어린 시절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내 안에 살고 있다.

부모의 역할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이 삶, 태어나보니 그런 환경

보호받으며 안전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상황들에 

꾸역꾸역 살아냈던 이유는 신 존재 때문이었다. 


이 땅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이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죽어서의 영원이 더 긴 시간이니 

지금은 참고 견딜 수 있다는 다짐으로 꾸역꾸역 살아왔다. 


내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안정적인 가정, 

나를 지지하는 한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렇게 큰 것이 아니었는데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허용하심에 

아무런 답이 없으시니 직접 따져 물으려고 시도했던

자살시도, 자살사고 그리고 매번의 실패로 다시 살아났던 좀비 같은 시간들. 

그리고 또 웃으며, 아프며, 화나며, 기대하며, 지겨우며 살아가는 시간들. 


온전한 회복이란 것이 이 땅에서 있을까? 

살다 보면 또 아픈 일을 겪게 되겠지 

어쩌면 내가 바라는 이상이 높아 쓸쓸한 것은 아닐지. 

나는 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들로 

혼자여도 심심할 새가 없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정말로 괜찮아서일까. 


내가 웃는 것은 스마일병에 걸린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기쁜 것일까의 정신적 과잉 상태로 

순간순간 느껴지는 제주의 아름다움으로 그저 걷는다. 



제주는 버스 간격이 길어서

하나를 놓치면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빠르게 걸어 버스를 바로 타면 기쁘고

막차를 놓치지 않으면 기쁘다.


아무도 없는 버스에 혼자 타면

나를 위한 버스 같아 기쁘고

같이 타면 함께 있어 기쁘다. 


서울에선 10분의 배차간격도 너무 길게 느껴지던 것이 

제주에 오면 행운처럼 느껴진다.

이미 나에게 있던 풍족함에 대하여 생각한다.

얼마나 내가 가진 것이 많은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많은 좋은 사람인지 

하는 짓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생각하다가 슬퍼진다. 


상담 선생님은 나에게 남들이 배우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통찰력과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새살이 돋아 많은 사람들을 살릴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가진 능력을 없애달라 기도한다.


왜 영원한 것은 없을까? 

이 마음속의 공허함과 예측하고 싶은 

안전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냥 인생을 간단 데쓰로 살 순 없을까?


드러나지 않은 아픈 사연 가진 마음들을 

면면히 위로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그랬었나?


결핍은 삶을 깊게 보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결핍이 있어서 글을 쓰고 싶고 예술을 하고 싶은 것이겠지. 

남들보다 발달된 감각으로 인해 작은 사물에게도 

영혼을 느끼는 것이겠지. 


달라서 특별하고, 다양함은 소중하지만 특별해서 슬펐다. 


나를 돌봐주지 못한 미안함을 느끼다 하나님이 생각났다.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살고자 노력했지만 

하나님은 나의 피나는 노력을 정말 기뻐하셨을까 

내가 나를 헤치면서까지 누군가를 사랑하고자 했던 그 마음을 기뻐하셨을까 

정말 그 노력이 하나님 입장에서도 그러셨을까 할 때 

하나님의 마음은 인간인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으나 

하나님이 가장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다.  

그는 나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분이다. 


주께서 인생으로 고난 받게 하시며 근심하게 하는 것이 

그분의 본심이 아니시다. (애 3:33)


사랑은 좋은 것이다. 

홀로 선다는 건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주에서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눈물로 씨를 뿌리나 

기쁨으로 단을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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