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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Apr 08. 2024

버스정류장 로맨스

두근두근 


저는 추위를 많이 타서 제주도에 갈 땐

가볍게 입을 외투를 챙겨요. 

비 오는 제주는 바람이 엄청 불거든요. 


제주도 버스정류장의 의자는 따뜻한 난방의자예요. 

육지에서 온 손님들이 추울까 봐 난방의자도 틀어주네 

제주도는 너무 좋네 룰루 랄라♪


해가 떠도 좋고 

비가 와도 좋고

콧노래가 절로 흘렀어요. 


그냥 내 마음이 좋으니 다 예뻐 보였어요. 

나는 나인데 

내가 내가 아닌 느낌 아시나요? 


제주도 버스정류장에서 제주버스를 기다릴 때는

다음 여행지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요. 


무엇을 보게 될까? 무엇을 만날까?


제주는 버스 간격이 길어서

하나를 놓치면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빠르게 걸어 버스를 바로 타면 기쁘고

막차를 놓치지 않으면 기뻐요.


아무도 없는 버스에 혼자 타면

나를 위한 버스 같아 기쁘고

같이 타면 함께 있어 기뻐요. 


서울에선 10분의 배차간격도 너무 길게 느껴지던 것이

제주에 오면 행운처럼 느껴져요. 


이미 나에게 있던 풍족함에 대하여 생각했어요.

얼마나 내가 가진 것이 많은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많은 좋은 사람인지

하는 짓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생각하다가 슬퍼져요. 


이것은 신기루일까?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있을까?


나의 익숙한 삶의 터전의 고민들이 

여기 낯선 여행지에서 정돈되는 기분에 감사해요. 


오늘은 일본 여행지에서 느꼈던 설렘이 떠올랐어요. 

요즘 제주여행보다 일본여행이 인기가 더 많잖아요. 

저는 혼자 후쿠오카에 다녀왔어요. 

타지에서 느끼는 낯섦과 일본 특유의 잔잔함이 좋았어요. 

그리고 편의점 음식이 왜 이렇게 맛있는 거죠? 


제주는 제주만의 예쁨이 있어요. 


달리는 버스에서 보이는 창밖의 풍경과 

걸으면서 보이는 내 눈의 초록들이 

저를 행복하게 했어요. 



하….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주 스런 제주가 주는 아름다움에

사진을 찍느라고 우산을 계속 놓쳤지만 

예쁜 것들을 놓치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차를 타고 갈 때 볼 수 없는 이런 아기자기한 것들을

눈에 다 담아낼 수 있어서 

뚜벅이 여행을 좋아해요. 


저는 제주 올레길이 좋더라고요.

걸어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언젠가는 꼭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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