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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May 19. 2024

〈청개구리의 노래〉



12. “내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야.” 청개구리는 작은 연못을 떠나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좋은 그림책이다. 스토리를 텍스트로 요약하자면 정말 짧게도 가능하겠지만 크게 의미는 없다고 느껴진다. 충분히 큰 책의 사이즈에 공간감을 구현한 그림은 정말 근사했다. 스토리는 대충 이렇다.


 숲의 어느 작은 연못에 어느 청개구리가 산다. 청개구리는 자신이 노래를 부르면 비가 내린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에 대해서 아니면 그 노래가 비를 불러온다는 이유로 다른 여러 숲속의 동물주민들은 별로 반가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인용한 것과 같이 청개구리는 연못을 떠나서 점점 더 트인 곳을 나가게 된다.

 그리고 바다에서 커다란 고래를 만나게 되는데 고래는 자신처럼 물을 뿌리고 작은 무지개를 띄울 수 있어 위로를 주게 된다. 이어서 자신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된 동종의 개구리들이 청개구리의 노래를 갈구하여 다시 원래 있던 연못으로 귀환한 청개구리는 다시 한 번 노래를 부르고 비를 내린다. 그리고 무지개가 뜬다. 간단하다.


 내가 책에서 좋았던 건 청개구리가 작은 연못에 있을 때마다 근처에 빼꼼 보이는 달팽이와 이름 모를 꽃, 그리고 많은 섬세한 붓칠을 통해 그려진 듯한 동물과 배경이었다. 그림이 주는 에너지가 정말 좋다. 숲에서 연못 주위의 나무들에 비가 내릴 때는 추적추적 내리는 것 같으면서도 폐쇄감이 들지 않는다. 청개구리가 해변의 모래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바다 위로 비가 내릴 때는 구름의 깊이 덕분에 분위기가 잘 전달되면서도 아동도서에 걸맞게 지나친 다크함은 묻어나지 않는다. 또한 물이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특성을 살려 섬세하게 물에 반사되는 풍경을 구현한다.


 서사는 메이저하게 환영되지 않는 예술 혹은 사회적 행동을 하는 이들이 겪는 갈등으로도 느껴졌다. 그들은 국소적인 범위에서는 환영받지 못할 지라도 분명 다른 사람들이 쉽게 깨닫지 못하는 진실을 일깨워주어 전체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은 자신의 노래를 좋아하는 고래 친구를 바다에서 만났음에도 작은 연못으로 돌아온 연유였다. 고래가 부르는 노래에는 숲에도 너의 노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마치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음에도 결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과 공통된 역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보다 중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역수출되다 시피 국내에서 뒤늦게 인정을 받는 사람들, 예를 들면 백남준, 을 떠올리게 했다.


 아무튼 재밌는 그림과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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