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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여행

by 윤인선 Mar 20. 2025

한 땀 한 땀 수놓은 것처럼

아이들의 발자국이

수 놓인 산허리

무거움도 잊었는지

표정이 흐뭇하다.     


약수보다 더 귀한

아이들의 땀방울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행여나 지칠 새라

달디 단 가랑비가

슬몃슬몃 벗 된다.     


아침부터 남한산성 갈 준비로 몸도 마음도 분주했다. 아이가 입학하고 모든 것이 신기해서 학교 주위를 맴돌았었는데 학교 주최의 산행은 학교 전체 행사에 온 가족이 참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가족끼리의 등산은 자주 하는 일이지만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로는 또 다른 맛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집결지에서 물과 떡을 받아서 가방에 챙기고 손수건을 받아서 목에 매면서 학교 밖에서의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생겼는지 아이의 얼굴에도 뿌듯함이 드러났다.

코스를 하나씩 정복해 나갈 때마다 스티커를 받는 이벤트는 아이가 힘들지만 즐겁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날씨도 적당하게 좋아서 지치지 않고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걸으면서 문득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런 행사가 있었던가 하고. 온 가족이 학교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운동회 때뿐이었다. 우리 부모님들이 학교와 친밀감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었지만 그런 기억은 없었다. 운동회 날이면 앞집 뒷집 옆집에서 김밥 싸는 고소한 냄새와 집으로 가는 좁은 골목 초입에 있던 슈퍼에는 과자와 사이다가 많이 팔리는 날이었다. 우리들은 체육복을 입고 머리에는 헝겊으로 만든 머리띠를 하고 학교로 갔다. 준비 운동을 하고 백팀 청팀으로 나뉘어서 운동장 계단에 앉아서 응원 준비를 했다. 

백팀 이겨라.

청팀 이겨라.

각 종목마다 선수로 뽑힌 아이들이 나타나면 함성을 울렸다. 

와~ 우리 팀 이겨라. 이겨라.

엄마들은 도시락 가방을 들고 운동장에 하나 둘 나타났다. 집집마다 사정이 달라서 엄마만 온 집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총동원된 집도 있었다. 그 당시 운동회는 동네잔치와 같은 역할을 했다. 운동장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은 가족들은 싸 온 음식들을 먹으며 즐거워했다. 운동장에 흙먼지가 풀풀 날려도 마냥 좋은 날이었다.      

아이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친구들과 산에 오르면서 몹시 신나 했다. 산에 오르는 동안 한 번도 힘들다는 내색을 안 한 아이가 대견했고 기특했다. 같은 반 아이들과 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정상에서 싸 온 도시락과 학교에서 나눠준 떡을 나누어 먹었다.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 훗날 아이에게 정서적인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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