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어김없이 여자친구를 마중 나가러 가는 길이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직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때 속에서 약간 가스가 찬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내 뒤와 옆에는 사람들이 가깝게 있지 않아 나는 조심히 뱃속의 가스를 살포시 내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 지나가니 속은 다시 진정이 되었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곧 도착한 태림이를 마중하러 나갔다.
버스 도착지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오빠, 나 도착했어."
"여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천천히 와"
2주 만에 태림이를 볼 생각에 무척이나 기뻤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몸속에서 계속 가스가 차 더부룩했다. 아직 우리는 방귀까지 턴 사이가 아니니 태림이가 오기 전에 다시 시원하게 비우고 기다리는데 때마침 태림이가 나를 발견해 다가왔다.
"오빠, 하이 잘 지냈지?"
"왔어~ 자기 보려고 잘 지내고 있었지~"
여전히 귀여운 태림이, 보자마자 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너무 몸이 신난 것일까. 갑자기 장운동이 활발하게 나오더니 몸의 긴장감이 풀린 틈을 타서 뱃속에 있던 가스가 자연으로 나왔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엄청 가까이 붙어있다면 못 들을 소리는 아니었는데 태림이가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걸 보니 듣지 못해 안도했다. 나는 아무 일도 없던 듯이 태림이를 데리고 저녁 먹으러 이동했다.
약 25분 정도 이동해서 우리는 신림역에 도착해 내가 알아본 가게로 갔다. 주말은 어디를 가던 사람들이 많지만 주말의 신림은 역시나 한 주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온 많은 사람들의 모임장소가 되어 북적북적거렸다. 우리는 그 틈을 비집고 이동하는데 내 장기가 그걸 또 알아봤는지 이 무수한 관중 속에서 시한폭탄을 터뜨리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괄약근에 힘을 주었고 두 손은 긴장감을 놓지 않은 채 태림이를 데리고 가게로 향했다. 관중 속에서 벗어나 무사히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얼른 화장실에 가서 뱃속을 비우고 나왔다.
자리에 돌아와 태림이와 함께 메뉴를 주문하려는데 태림이가 안쓰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오늘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지?"
"왜?"
"터미널부터 계속 소화가 잘 안 되는 거 아닌가 해서."
"터미널에서?"
그렇다. 태림이는 그 수많은 군중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나온 화학폭탄을 들은 것이다. 태림이가 내가 뀐 방귀를 들었다고 생각하니 내 뇌는 순간 다운이 되었고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해답을 찾고 있었다.
내가 아주 부끄러워하는 걸 본 태림이는 웃으며 말했다.
"오빠, 괜찮아. 사람이 먹고 싸고 하며 사는 거지. 소화가 너무 잘 되어서 그런 거였네, 난 또 오빠 속이 안 좋은 걸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너무나 예쁘게 내가 무안하지 않게 말해준 태림이 덕분에 나는 난처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고 다시 한번 정말 좋은 여자친구를 만난 것이 가장 큰 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방귀 이야기는 무사히 끝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방귀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내 집으로 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때였다. '꾸르륵' 뱃속에 엄청난 시한폭탄을 나도 모르게 만들고 있었다. 이건 정말 나오면 완전 대형사고라 생각해 태림이에게 유튜브 소리를 크게 틀며 있으라 하고 후닥닥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변기에 앉고 괄약근의 힘을 서서히 푸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내 안에 있는 폭탄은 수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화장실을 화생방으로 바꾸었다.
몸 안의 위기는 넘겼으나 화장실의 위기는 이제 시작이었고 태림이가 화장실을 쓰기 전에 이 냄새의 흔적을 없애려고 창문 열어 환기를 시키고 방향제를 뿌려 독한 것을 내몰았다. 사투 끝에 화장실은 무사히 평화를 찾아왔고 나는 승리의 미소를 안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내가 웃으며 나오니 태림이는 큰 전쟁을 치른 나를 안아주며 위로해 줬다.
"큰 전쟁을 치르고 오느라 고생 많았어. 아주 시원하게 비운 거 같구먼"
그녀의 품에 안겨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갑자기 엄청난 지진과 함께 굉음이 들렸다.
'뿌아앙!!!'
나는 어디서 크게 울리고 진동이 났는지 일어나 확인을 하는데 갑자기 태림이가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더니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알았다. 방금 울린 진동과 소리는 방귀였다는 걸, 그것도 태림이가 뀐 방귀.
사태를 파악한 나는 태림이를 안심시키려고 하지만 태림이는 부끄러워서 이불 밖으로 못 나오겠다고 한다.
"내가 이런 큰 실수를 저지르다니! 내가 어떻게 괄약근 조절을 못하다니!!!"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버린 그녀. 한 순간에 우리의 역할이 바뀌었다.
"나 너무 수치스러워.. 이건 꿈이야 꿈이야!!"
아니 이건 현실이다. 꿈이라 믿고 싶겠지만 나는 톡톡히 들었다. 그건 내가 만든 폭탄을 능가한 핵폭발이었다. 짧고 굵게 한 순간에 나타나 한 순가에 사라졌다. 강한 이펙트를 남겨서 이 순간만큼은 절대로 잊히지 않을 거 같았다.
그렇지만 이 현실에 계속 머물면 이 사태는 끝나지 않을 걸 알기에 나는 꿈으로 들어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몇 분 정도 지났을까 그녀는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하고 이불 밖으로 나와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오늘의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
강한 인상이 쉽게 지워지기란 어렵다. 하지만 그녀를 안도하게 하려면 여기서 예스라고 대답해야 했다.
"알겠어. 근데 무슨 일 있었어?"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넘어가니 그제야 그녀는 다시 원래의 태림이로 돌아와 우리는 다시 오순도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린 만난 지 6개월 만에 방귀를 튼 커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