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도 운동이야

by 샤랄리방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걷기 좋은 봄날이었다.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는 주말에 태림이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가기 좋은 하루였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날씨는 우리 두 사람이 사뿐사뿐 봄바람을 맞으며 걸으라고 무대를 장식해 준 기분이었다. 우리가 걷는 곳은 거창한 곳이 아닌 어느 도시에나 있는 길거리였다.


오늘의 우리는 그토록 그녀가 먹고 싶었던 쿠우쿠우를 가기로 했다. 그냥 쿠우쿠우가 아닌 무려 쿠우쿠우골드. 프리미엄이 붙은 초밥뷔페에서 환상적인 저녁시간을 보내려고 잔뜩 기대를 하며 서로의 손을 꽉 잡고 걸어갔다.


너무 기뻤을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는데 그에 맞춰 태림이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그리고 점점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순간 나는 내가 너무 빠르게 걸었단 걸 인지하고 속도를 늦추고 그녀가 걱정되어 보았는데 잠깐 영혼이 탈출을 했다 돌아온 표정이었다. 마치 한 달 치 운동을 다 한듯한 표정을 하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영혼 빠진 표정 사이 눈동자 안에는 쿠우쿠우를 향한 집념이 보여서 얼마 남지 않은 거리 그녀의 속도에 맞춰서 걸어갔다.


그렇게 무사히 도착한 쿠우쿠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잠시 숨 좀 고르며 태림이를 쉬게 했다.


"내가 아까 너무 빠르게 걸었지? 미안 나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졌나 봐."

"오빠, 평소 같았으면 내가 멈춰달라고 했겠지만 쿠우쿠우를 가고 싶은 오빠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통해서 그냥 넘어간 거야."

"다음부턴 천천히 걸을게 미안"


숨 좀 고르고 나니 그제야 몸 나간 영혼이 다시 돌아와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기운도 차렸겠다 이 수많은 음식들을 정복하겠단 마음으로 우리는 접시를 집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맘껏 담아 프리미엄 뷔페를 즐겼다.


이 시간만큼은 어느 누구 하나 부럽지 않게 먹는 행복을 즐긴 우리였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뱃속이 빵빵해서 더는 행복을 담을 수 없을 지경까지 왔다. 뱃속에 행복이 가득하니 기분이 날아갈 거 같고 여기가 천국이 따로 없구나 라며 잠시 앉아서 쉬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아까 걸어왔을 때보다 날씨가 더 좋아졌다. 이는 마치 우리가 꼭 산책을 했으면 하는 하늘의 메시지 같았다.


마침 바로 앞에 공원도 있겠다 태림이에게 물어봤다.


"우리 요 앞에 있는 공원에 산책 좀 하고 갈까?"


그러자 행복했던 얼굴이 급격히 공포의 얼굴로 바뀐 태림이었다.


"산책.. 하자고? 이렇게 행복한데?!"

"집 들어가기 전에 소화 좀 시켜야 될 거 같아서, 그리고 날씨도 너무 좋다."


잠시 고민에 빠진 태림, 그녀의 머릿속에는 찬성과 반대가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게 운동을 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그녀에게 산책은 정말 무서운 소리일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치열하게 싸우다가 결판이 났는지 그녀가 말을 했다.


"좋아, 가자. 대신 딱 한 바퀴만 도는 거야"


그녀의 수락이 떨어지고 바로 그녀의 손을 잡고 공원으로 향했다. 따뜻한 햇살이 공원 전체를 덮고 그 아래에 선선한 바람이 지나가는 나무 그늘들이 쫘악 깔린 공원 길은 점심 먹고 회사 들어가기 전에 산책하는 회사원들, 커플, 부부,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봄날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그 사이에 끼며 천천히 봄날의 햇살을 즐기며 공원 한 바퀴 돌았다. 근데 걷다 보니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 태림이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 거 같아 한 바퀴 더 돌려고 조심히 다시 길을 이어갔다.


그때 태림이가 나지막이 나를 불렀다.


"오빠, 우리 지금 한 바퀴 다 돈 거 같은데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나와 재밌는 얘기를 나누며 걸어서 한 바퀴를 돌았는지 잘 몰랐을 줄 알았는데 속으로 이미 거리를 재고 있던 그녀였다.


약속한 대로 한 바퀴만 돌고 집에 가려고 했지만 걷다 보니 너무 좋아 더 돌고 싶어 태림이에게 얘기했지만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며 더는 못 걷겠단 그녀의 말을 끝으로 우리의 산책 데이트는 짧지만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태림이가 얘기했다.


"이제 한 달 치 운동 다했으니 이번 달에 운동 안 해도 되겠다."

"자기, 오늘 무슨 운동했어?"

"우리 공원 가서 산책했잖아. 걷는 것도 운동이야."


그러면서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짓는 태림은 집에 도착하고 나서 시원하게 씻고 침대에 누워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그 모습은 내겐 마치 순진한 아이가 보람차게 보내고 나서 집에 온 모습 같았다.

그래, 산책을 잘하지 않는 태림이가 나를 위해 이렇게 걸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

다음에는 그녀와 좋은 서울 거리를 걷는 코스를 짜봐야 하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그녀의 옆에 누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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