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코감기를 앓아 측농증이 완화가 되어 병원에 다녀오며 며칠을 골골 앓아누웠다. 기껏 고향이 쉬러 내려왔는데 감기를 걸려 누우니 억울한 마음도 들고 그랬는데 불행은 곧 행운이 찾아올 시기라는 마음으로 익산에서 1등이 잘 나오는 복권방에 가서 복권을 구매했다.
나의 눈에 보인 숫자는 6. 마침 또 사주를 보러 갔을 때 나의 황금기는 숫자 6이 들어간 나이 때가 보였고 로또에 적힌 6은 곧 나에게 뭔가 행운이 가져다줄 거 같았다. 그리고 18일. 일요일에 복권을 확인해 보니 복권에 당첨.
엄청난 대박을 누리는 1등은 아니지만 4등이라는 소소한 행운이 찾아와 당첨의 기쁨을 안겨줬다. 그리고 오늘. 복권방에 찾아가 당첨금을 수령했다. 하늘에서 내게 작은 기쁨을 안겨주셨다. 이런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하루에 참으로 감사하다.
로또가 가져다 준 5만원 행복
그리고 7년 만에 받아본 발렌타인데이 선물. 여자친구는 아닌 친구에게 받았지만 내가 약과를 좋아하는 걸 기억해 뒀다가 초콜릿 대신 내가 좋아하는 걸 선물해 준 친구. 받는 게 아직도 낯설지만 이 약과는 참 반갑고 고마웠다. 고마워 잘 먹을게.
초콜릿이 아닌 약과 선물
2월 20일 화요일
그런 날이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이 꼭 생각나는 날. 나에게 화요일은 제육볶음이 너무 먹고 싶은 하루였다. 신림 쪽에 제육볶음이 정말 맛있는 곳이 있는데 바깥 날씨는 흐리며 비가 내리고 집에서 거기까지 가려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오전에 병원을 가야 하기 때문에 나오기는 했지만 병원에서 제육볶음집까지 거리는 좀 있어 방문을 다음으로 미뤘다. 하지만 마침 집 근처에 시장이 있고 그 시장에서 제육볶음과 비슷한 고추장불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정육점이 있었다.
가격도 싸고 그래서 자주 애용한 곳인데 오늘의 날을 만족시켜 줄 곳은 거기만 한 곳도 없었다. 병원 진료를 다 보고 나서 내 발걸음은 빠르게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에 들어서면 곧바로 보이는 정육점. 이미 그곳에는 몇 명의 손님들이 계셨고 나도 그 틈사이로 들어가 고추장 불고기를 구매했다. 때마침 또 여기서 만든 수제 돈가스도 보여서 같이 구매. 우선 고추장 불고기를 먹고 나서 이 돈가스를 먹기로 생각을 했다. 남자는 제육볶음과 돈가스를 좋아한다는 말은 진심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는 이 고추장 불고기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집 근처에 시장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으면서 감사한 일인 거 같다. 그게 아니었으면 비 오는 날 먼 길을 걸을 뻔했기 때문.
이 정육점을 알게 된 지 꽤 되었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여기를 알고 있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했다.
점심은 고추장 불고기.
저녁도 고추장 불고기와 어제 먹다 남은 전복죽.
2월 21일 수요일
한동안 일이 없어서 알바를 뛰는 요즘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나라 큰 물류센터에서 매일 근무를 하는데 생각보다 일이 할 만해서 당분간은 계속할 거 같다.
물류라고 하면 사람들이 몸을 많이 쓸 거라고 생각하지만 맞다. 그러나 엄청나게 쓰는 건 아니고 적당히 쓰는 기분이다. 내가 이걸 대수롭지 생각 않고 일을 하는 거 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이 모든 것이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연극을 했기에 별 무리 없이 하는 것일 수도. 연극은 무대에서 연기하는 게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온갖 소품을 옮기는 힘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오랫동안 몸을 써서 그런지 여기서 근무하는 게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거 참, 연극을 한 게 이렇게 도움이 되네. 고맙다.
물류센터 인증
2월 22일 목요일
돈가스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점심 저녁으로 먹는 돈가스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오늘의 물류센터 점심은 돈가스. 사실 매번 점심을 간단하게 때웠는데 오늘은 돈가스가 나온다고 하니 먹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는 제육과 돈가스만 있으면 일주일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은 확실하게 맞다. 여기가 엄청 맛있게 잘 나오는 건 아니지만 돈가스는 평타를 치니 나름 괜찮았다.
돈가스를 맛있게 먹으니 오늘 저녁에는 돈가스를 뭐랑 같이 먹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네 단어. 스파게티. 그래 오늘은 스파게티와 먹자!
저녁에 돈가스를 스파게티와 함께 먹을 생각을 하니 입에서 노래가 흥얼거리며 일하는 시간도 빠르게 흘러갔다. 이게 바로 돈가스의 힘인가.
퇴근 후 편의점에 들러 스파게티를 사가지고 와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돈가스를 튀기며 저녁 준비를 했다. 돈가스가 맛있게 튀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불온도 낮추며 속까지 잘 익도록 튀긴 결과 아주 맛있는 돈가스가 내 눈앞에 놓이게 되었다.
참으로 맛이 없을 수 없는 돈가스와 스파게티. 이 두 조합으로 저녁식사는 맛있게 보냈다. 오늘 하루는 돈가스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돈가스야 고마워.
2끼로 먹어도 맛있는 돈까스
그리고 갑자기 아빠한테 전화가 왔었다.
"너 감기 걸렸다며? 괜찮아?
엄마와 통화하면서 듣게 되셨는지 엄마와 통화를 끝내자마자 바로 전화하신 거 같았다.
"괜찮아, 다 나았어"
항상 내가 먼저 안부 전화를 하고는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아빠가 먼저 안부 전화를 해주셨다.
짧은 통화였지만 이런 게 바로 가족인가 싶을 다정함이 느껴진 통화였다. 어떻게 보면 감기를 걸린 덕에 아빠와 통화를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감기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그래 고맙다.
이제는 기본 1분 통화하는 부자
2월 23일 금요일
금요일은 언제나 즐겁다. 왜냐? 다음날은 토요일이니까. 그런데 오늘의 금요일은 뚝딱거리는 하루였다. 잦은 실수가 많아서 나 스스로가 민망함을 느꼈는데 도움을 준 주변인들에게도 괜히 민폐를 끼친 게 아닌가 싶었다. 금요일. 오늘의 금요일은 나에게 13일의 금요일과도 같았다.
그래서 낮동안 우울해했는데 이 음료수 하나로 우울함이 싹 사라졌다. 나는 식혜를 좋아한다. 씹고 맛보는 재미가 있으며 아주 달달하기 때문이다.
마침 내 눈에 보인 자판기에 식혜가 있었고 나는 고민도 없이 바로 결제를 해 식혜를 꺼냈다. 그리고 바로 캔을 따 목을 축이는 순간! 이날의 우울감은 고스란히 사라졌다.
달달한 식혜가 나를 둘러싼 우울함을 깨끗이 씻겨주며 내 안을 시원함과 행복이란 에너지를 채워줬다. 유독 오늘의 식혜는 평소에 마신 식혜보다 더 달콤하며 위로가 되었다.
식혜를 좋아하는 나.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음료수에게 달달한 위로를 받은 날이다. 고맙다 식혜야.
나를 위로해준 식혜
2월 24일 토요일
신림에서 3년 가까이 자취를 하며 동네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서 어디 괜찮은 가게를 발견해도 대다수 구경만 하고 가보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에 대학시절 친하게 지낸 동아리 형을 신림에서 우연히 만났고 이 형이 신림에 산다는 소식을 듣고는 요 근래 둘이 같이 밥도 먹고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 부쩍 생겼다.
만약 이 형을 만나지 않았다면 난 아마도 계속 집에만 있었겠지. 오늘도 형과 저녁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 이렇게 동네 친구와 만나 밥 먹고 수다 떠는 게 소소한 행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