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이란 이런 것인가. 나는 프로미스나인의 팬이다. 그중에서 송하영을 아주 좋아하는데 어느 정도 좋아하냐? 유튜버에서 영상을 찾아볼 정도다. 그만큼 송하영의 팬심이 가득한데 단 한 번도 굿즈상품이나 콘서트에 가본 적이 없다. 가볼 생각도 해보지 못했으며 마땅히 나에게 필요한가 싶기도 했다.
오로지 팬심으로만 가득한 내게 오늘은 좀 색다른 경험이 있었다. 내 동생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굿즈 카페를 함께 방문을 하고 왔다. 동생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플레이브. 버츄얼 아이돌이다. 실물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돌. 나는 이 아이돌이 처음에는 그리 와닿지 않았는데 시간이 흘러 동생의 덕질과 플레이브라는 이름의 힘을 두 눈으로 보고는 여기 팬층도 일반 아이돌 못지않게 장난이 아니란 걸 느꼈다.
오늘 다녀온 굿즈 카페는 홍대 AK몰에서 운영을 하고 있었다. 예약제로 매 1시간마다 예약한 사람들이 방문해서 약 50분가량 카페를 이용했다. 이런 곳을 오기는 처음이며 하물며 버츄얼 아이돌이지만 남자 아이돌이어서 낯설게 느껴졌는데 좀 있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왔다.
해당 아이돌의 카드를 얻기 위해 여러 상품을 구매하는 팬들이 있었지만 예전에는 그런 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나 또한 프로미스나인 송하영의 팬인 한 명의 플로버로서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 상품들을 구매하며 팬심을 채우는지 알 거 같았다.
팬심에 대한 대단함을 느끼다 보니 이분들도 각자의 본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결국은 아이돌 팬심은 나의 행복을 찾아서 그 행복을 누리는 영광의 순간이 아닌가 싶다.
동생의 부탁으로 함께 다녀왔다가 팬심에 대한 값진 경험을 느낀 하루였다. 색다르고 팬심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동생과 동생의 최애 아이돌 플레이브에게 오늘 하루의 감사함을 느낀 순간이다.
플레이브 카페에서 먹은 음료와 케이크
3월 5일 화요일 / 구름이 낀 하늘
한동안 코감기에 걸려 정말 괴로울 때가 있었다. 만성 측농증이 있어서 환절기 때 코로 숨 쉬기 정말 힘든데 딱 환절기 오기 직전에 코감기에 걸려 나의 괴로움은 몇 주 앞당겨졌다.
날 괴롭히는 코감기는 생각보다 오래갔고 때문에 며칠을 끙끙 앓았다. 난 이 코막힘에서 빨리 해방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간 코감기에 무기력해지고 그냥 빨리 낫길 기도만 했다.
이렇게 아플 때는 보상 심리로 나의 몸이 맛있는 영양분을 선물해 주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바로 고기다.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은데 그냥 고기가 아니라 내가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 먹은 제육볶음이 먹고 싶었다.
신림에서 먹은 제육 중에서 가장 맛있었으며 친구들을 데려갔을 때도 극찬했던 그 제육볶음. 먹으면 나를 괴롭히는 이 코감기를 잊고 먹는 행복으로 가득 차게 해 줄 이 제육볶음을 꼭 먹고 싶었다.
조만간 시간 내서 꼭 가야지라고 다짐을 한 게 2주가 지나 오늘! 퇴근하고 친한 형과 함께 신림 제육맛집인 서울밥집에 왔다.
내가 며칠을 제육 노래를 불러서 같이 온 친한 형도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해했다. 그 궁금증. 고기를 첫 입하는 순간 물음표가 쫘악 펴져 느낌표가 되었고 형의 추임새와 함께 이 제육볶음의 극찬이 시작되었다.
아파서 괜히 먹고 싶었던 게 아닌 정말로 먹고 나서 내 먹는 행복을 치솟게 해 줄 이 제육볶음은 코감기 때문에 몇 날며칠고생한 나에게 큰 보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토록 먹고 싶던 제육을 누군가와 함께 먹음으로써 기쁨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좋지 않을 수 없었다.
매번 음식을 먹을 때 감사한 마음으로 먹지만 오늘은 그 감사함이 두배로 느낀 하루였다. 나의 괴로움을 치유해 주고 함께하는 기쁨을 선사해 준 제육볶음아.
정말 고맙다.
한 번 먹으면 계속 생각나는 맛
3월 6일 수요일 / 구름이 낀 하늘과 꽃샘추위
22년에 서울에 상경해 영상 쪽으로 진로를 가겠다 마음을 먹고 열심히 학원을 다니고 있었을 때다. 코로나가 발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었으며 서서히 내 생활 반경 안으로 들어왔다.
새벽에 고열과 함께 오한이 찾아와 급하게 편의점에 찾아가 자가키트를 구매해서 코로나 검사를 해보는데 이때 딱 내 증상이 무조건 코로나 같은 두려움이 나를 감쌌다.
그리고 그 직감은 맞아떨어졌고 1년을 무사히 버티다가 결국 들켜 코로나에 걸렸었다. 한창 열심히 수업 들으면서 영상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 코로나에 걸리니 학원도 못 가고 집에만 있다는 게 답답했다.
거기에 음식 맛도 느껴지지 않으니 우울 아닌 우울감이 찾아와서 이를 떨쳐내고자 유튜브에 들어갔다. 재밌는 영상이라도 보며 내 우울함을 이겨내고 싶었던 마음이 커 들어갔는데 이날 평소에 보이지 않던 아이돌 영상이 내 알고리즘에 들어왔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 귀여워 클릭한 영상. 그 영상은 곧 내가 아이돌에 빠지게 된 시초가 되었다. 숏츠에서 해맑게 웃으며 팬과 소통하는 아이돌은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예뻐 보였다. 이윽고 난 그 영상을 시작으로 코로나로 인한 일주일 격리 기간 동안 그 아이돌 영상만 시청을 했다.
아이돌 영상만 봐도 기분이 좋고 행복한 느낌이 가득. 내 팬심은 이때 두텁게 형성해 2년이 지난 지금도 열심히 이 아이돌을 응원하고 있다. 바로 프로미스나인.
그중 난 송하영이라는 귀여운 맏언니에게 푹 빠졌다.
그녀의 미소는 우울한 내게 웃음을 선사해 준 치료약이었다. 미소만 봐도 힘이 나는 기분이 들어서 힘들 때마다 찾아보고는 한다. 진짜 송하영의 미소를 보면 귀여운 강아지가 웃는 거 같아 내 마음을 녹아내리게 만드는데 그 어떤 약보다 더 효과가 있는 치료제다.
그래서 항상 내 알고리즘 우선순위에는 프로미스나인 송하영이 있다. 우연히 접한 영상에 의해 팬심이 생겨 응원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그때 그 영상은 내 삶 속 새로운 행복을 찾아준 인연이었다.
때마침 오늘, 일터에서 나와 같은 프로미스나인 팬인 매니저님께 프로미스나인 포토 카드를 받아 기분이 좋았는데 이 포토 카드를 보니 내가 처음 프로미스나인에 빠지게 된 계기가 떠올랐다.
잠시 과거를 되돌아보며 프로미스나인의 팬으로서 좋았던 순간 기억들이 떠오른 선물을 준 매니저님께 감사하며 나를 웃고 힘내게 해 준 프로미스나인 송하영에게 감사한 오늘이다.
하냥은 어떠한 모습도 귀엽다.
3월 7일 목요일 / 우중충한 하늘뒤
점심을 먹고 걷다가 바라본 하늘. 오전에 분명 흐린 하늘이었는데 건물 안에 있는 동안 구름이 잠시 푸른 하늘을 보라고 자리를 피해 줬다.
"예쁘다" 하늘을 보며 꺼낸 첫마디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는 사진을 찍었다. 일을 하고 나서 아무 생각이 없는 내게 순간의 기록을 남겨 잠시 감상의 시간을 안겨준 하늘.
오전부터 일해 피곤한 상태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피곤함에서 깨어난 기분이 들었다.
구름 걷힌 하늘은 내게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고맙다. 하늘아.
구름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3월 8일 금요일 / 언제 흐렸나는 듯 맑았다.
내가 근무하는 곳 구내식당은 음식 맛이 쏘쏘 하지만 가끔 이게 뭔가 싶은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평범하다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여기서 밥을 먹다 보면 오후쯤 속이 니글거려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오늘 식당 메뉴도 왠지 먹으면 속이 니글거릴 거 같아 심히 고민에 빠졌는데 마침 같이 근무하시는 분들이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한다 해서 같이 따라나섰다.
거기는 점심에 한식뷔페를 해서 팔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준수하게 나와 좋았다. 가끔 직원분들이 밖에 나가 식사를 하시고는 하는데 왜 그런지 여기를 방문하고 나서 알았다. 괜찮게 나오고 속도 든든한 한 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마침 오늘 근무가 유달리 힘들어서 고기가 생각이 났는데 오늘 여기에는 돈가스도 나오 또 다른 고기반찬도 나와서 괜찮았다.
여기는 진짜 힘들고 구내식당 메뉴가 진짜 아니다 싶을 때 와서 먹어야 할 거 같다. 그래서 오늘 정말 든든한 한 끼를 채우게 해 준 뷔페가 너무 고마웠다.
진짜 든든한 뷔페
3월 9일 토요일 / 날씨는 맑고 찬바람이 부는 꽃샘추위였다.
아침에 병원을 갔다가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정리하고 나오니 밖이 너무 화창해서 이대로 집에 가는 게 너무도 아쉬웠다.
"그냥 집 가기 아쉬운데".
머릿속으로 이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발걸음은 미용실을 나오는 바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 아래 한강이 보고 싶어 곧장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지하철 안에는 화창한 날, 집에만 있기 아쉬워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도 나처럼 오늘의 낮을 즐기기 위해 예쁜 옷을 입고 나왔겠지.
그런데 막상 한강에 오니 찬바람이 불어 괜히 왔나 싶었다. 분명 하늘은 화창한데 왜 이리 추운지. 아직 봄을 맞이하기엔 이른 날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기왕 온 거 맥주 한잔 마시고 가야지 싶었다.
후다닥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를 보니 한 캔에 5000원 하는 거 보고 바로 맥주는 포기. 이를 대체할 체리콕콕과 함께 나의 단백질을 채워줄 프로틴바를 사서 벤치에 앉았다. 이렇게 사서 5000원인게 안 비밀.
벤치에 앉아 넓은 한강을 보며 프로틴바를 먹으니 머릿속이 깨끗해지며 고요함을 줬다. 멍하니 바라보며 잡생각을 지우고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것뿐인데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마음의 여유랄까. 찬바람에 찌부러진 얼굴과 다르게 내 마음은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자리 잡아 주말의 따뜻함을 맞이했다.
한강을 정말 오랜만에 왔지만 이제 날씨가 풀리면 종종 찾아와서 오늘처럼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서울 살면서 한강을 보며 마음을 비우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