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한 주를 보내면 항상 나 자신에게 보상을 주기 위해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뭘 먹어야 맛있고 보람찰지 고민을 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이번 주에도 굉장히 바쁘고 고된 일과를 보내서 나에게 보상을 주고 싶었다. 그걸 딱 알아봐 준 건가. 새벽 출근길에 우연히 한 닭강정집이 새로 오픈한 걸 봤다. 가게 앞에 크게 현수막을 걸고 오픈이벤트로 닭강정 대를 할인행사로 이틀 동안 판매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이날은 아주 고되게 보내는 날이기 때문에 퇴근 후에 와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포장을 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거 하나를 간과했다. 오픈 이벤트의 힘, 할인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는 걸. 퇴근하고 신림역에 도착했을 때가 저녁 7시. 딱 저녁 먹기도 좋은 시간대여서 얼른 포장을 하고 집에 가려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퉁퉁 치며 걸었는데 가게 앞에 온 순간 퉁퉁 치는 마음은 뚝 멈췄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이 가게 앞에 들어섰고 이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닭강정을 포장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줄을 보니 딱 봐도 기본 1시간은 기다려야 할 거 같았다. 사람들을 보니 나와는 다르게 가벼운 발걸음이 아닌 보물을 쟁취하기 위한 트레저헌터처럼 날쌔게 달려온 거 같아 보였다. 이들을 보니 나는 도무지 이 긴 줄을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나는 당장에 배가 고파서 얼른 먹고 싶었기 때문에 1시간이라는 시간을 도저히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다른 대체제를 찾기 위해 발을 돌렸다. 햄버거를 먹을까 하는 마음에 근처 햄버거집에도 갔지만 오늘은 햄버거가 아닌 닭강정이 먹고 싶었다. 그러다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것은 신원시장. 신원시장에는 닭강정집이 여럿 있기에 얼른 가서 포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가려고 했던 가게가 휴무였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오늘은 닭강정을 포기해야 하나 싶어서 발길을 돌려 집에 가려던 찰나에 아주 빛깔이 좋은 양념치킨을 보았다. 닭강정을 사러 가는 길에 봤던 치킨. 몇 명 사람들이 줄 서서 얼른 사갔고 갔던 모습이 떠올랐던 치킨. 그 치킨이 딱 한 마리가 남았다.
"이건 먹어야 하는 건가"
빛깔 좋은 양념치킨이 딱 한 마리 남았는데 급 호기심이 생겼고 곧 결제를 집에 왔다. 내가 딱 사고 나서 바로 한 손님이 오셨는데 그분도 양념치킨을 먹으려고 왔다가 내가 마지막 남은 하나를 집어서 못 먹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만큼 이 양념치킨이 맛있고 인기가 많다는 뜻. 얼마나 맛있을지 내 기대는 점점 올라갔고 포장을 받고 나서 축지법을 쓴 도인처럼 후다닥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해서 포장을 풀고 기대가 찬 마음으로 치킨 한 조각을 들었다. 과연 얼마나 맛있을지 내가 보는 이 빛깔처럼 양념의 맛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지 야심 차게 한입을 베어 먹은 순간! 입안에서 양념이 파사삭 터지더는 게 느껴지더니 고개가 절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맛있어서 왜 그동안 이걸 몰랐을까 후회의 고개를 돌리며 이 양념치킨을 감탄하며 먹었다.
사람이 너무 맛있으면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는데 그런 의미로도 내 고개를 돌아갔고 천천히 입을 움직이며 좀 더 그 맛을 오래 느끼고 싶었다. 내가 왜 그동안 못 봤을까. 그건 아마도 내가 오기도 전에 다 팔려서 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한다. 내가 그동안 너무 안일했었다. 이렇게 맛있는 걸 너무 늦게 발견했고 행동이 너무 느려 있는 거 조차 인지하지 못했단 것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밥을 먹는다는 속담처럼 부지런하고 빠른 사람이 맛있는 양념치킨을 쟁취할 수 있다는 걸 오늘 이 치킨을 통해 많은 인생을 배웠다. 역시 치킨은 위대하다. 교훈도 주고.
비록 처음에 내가 원했던 닭강정은 먹지 못했지만 대체제를 찾고 그걸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게 되어 알찬 저녁이었다. 나는 또 한 번 음식에게 그것도 아주 맛있는 양념치킨에게 보람을 느꼈단 것에 감사함을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