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참 해맑고 귀엽고 투명한 사람이다. 무엇이 불만이고 무엇이 기분 좋은지 표정만 보면 누구나 다 한 번에 알 정도로 투명하고 순수한 사람이다. 그런 여자친구에게 이번 설에 만나면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어떤 선물을 줘야 여자친구가 기분 좋아할지 상상을 하며 선물리스트를 추려보는데 뭔가 마땅한 선물이 나오지 않았다.
옷을 선물해주고 싶다가도 여자친구의 옷 사이즈도 모르고 뭔가 실용적인걸 주잖니 딱히 잘 쓰지 않을 거 같았고 그냥 간단하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할까 하다가도 얼렁뚱땅 넘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선물을 추렸지만 끝끝내 선물을 고르지 못하고 만나게 되었다.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 우리는 전주 객사에 있는 뷔페에서 점심을 했다. 3주 만에 만나는 여자친구는 전보다 더 수수하고 예뻤다. 나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부끄러워하며 반가운 얼굴로 본 여자친구는 정말 기분이 좋고 때 타지 않은 아이의 해맑은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를 보니 나도 같이 웃게 되었다.
아이 같은 미소로 여자친구는 조심스럽게 내게 무언가 건넸다. 바로 선물이었다. 이번에 건강주스를 몇 개 구매했는데 나에게도 주면 좋을 거 같아서 내 것도 몇 개 구매해 가져왔다고 한다. 너무 고맙기도 하며 한편으로 나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하루종일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내내 잡혀있어서 어떻게든 여자친구에게 기분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러다 딱 한 가지가 떠올랐다. 여자친구는 물건 사는데 큰 집착을 안 한다. 그래서 신형 휴대폰이 나오거나 최신 이어폰이 나와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검소한 사람 같지만 알고 보면 자기한테 돈을 잘 안 쓰고 오히려 동생이나 가족들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어서 동생들이 필요한 게 있다면 과감하게 지갑을 열어주는 언니였다.
여자친구의 그런 모습을 보면 장남인 내 모습도 겹쳐 보이니 꼭 여자친구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고 그때 딱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여자친구의 블루투스 이어폰이었다. 좋은 브랜드 제품이 아닌 편의점에서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이어폰을 여자친구가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 쓰는데 큰 불편함을 없지만 이어폰을 보니 그 말이 문득 생각이 났다.
"나는 최신형이나 브랜드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
'옳거니, 그러면 이번에 한 번 최신형 이어폰을 써볼 기회를 만들어줄까.' 그날 저녁 집에 들어와서 빠른 배송으로 최신 블루투스이어폰 버즈3프로를 구매했다. 연휴인데 택배가 빠르게 올 수 있을지 걱정을 했지만 아주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여기는 연휴에도 택배가 아주 쏜살같이 와서 무사히 물건을 잘 받았고 나는 얼른 여자친구에게 선물해서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만날 날을 기약했다.
그러고 금요일 저녁. 전주에서 볼 일을 보고 나서 여자친구 퇴근시간에 맞춰 직장 앞으로 갔다. 딱 퇴근을 하고 온 여자친구를 반겨주고 둘이 저녁 먹으러 갈 식당으로 걸어가면서 조심스럽게 선물을 건네줬다.
"여기, 선물"
여자친구는 무슨 선물이냐며 안절부절못했지만 손사래 치지 못하게 바로 건네주었고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아 감동을 받고는 내게 고맙다는 따스한 마음을 나눠주었다.
"오빠 근데 이게 뭐야?"
"아주 아주 깜짝 놀랄 선물"
선물백에 들어있는 선물을 꺼내본 여자친구. 곧 그 실물을 눈앞에서 만나고는 여자친구는 그대로 멈췄다.
"오빠 뭐야 이거!! 진짜야?!"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여자친구의 모습은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께 받고 싶은 선물을 받은 순수한 아이의 모습과 흡사했고 그거 지켜본 나는 25년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여자친구는 오늘 기분이 너무 좋다며 오빠 먹고 싶은 거 자기가 다 사겠다며 나에게 아주 맛있는 소고기를 대접해 줬다.
전에 회식했을 때 아주 맛있게 먹은 적이 있어서 여기로 나를 데리고 왔고 우리는 아주 맛있고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밥은 먹으면서도 선물 얘기를 나누었다. 여자친구가 한 번도 버즈 같은 브랜드 이어폰을 안 써봐서 이것저것 알려줬다. 마침 여자친구의 휴대폰이 갤럭시여서 호환도 가능해 전보다 더 편리하게 이어폰을 쓸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이게 바로 '돈 쓴 보람'이지 않을까. 이래서 열심히 돈 벌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그 기쁨을 받는 것이 내가 돈을 쓰는 이유이자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 행복한 얼굴을 보려고 여태 잘 버티고 살아온 거 같다. 내가 이렇게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이번 한 주 일상이 너무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