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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학 나는 0.5반화학

by 김소희

"언제 시험을 봐야 할지 모르겠어."


지지난 달인가 정규수업 외에 프라임 칼리지에서 하는 일반화학 강의를 추가 신청하였다.

프라임 칼리지 수업은 참 특이했다.

우선 필수가 아니고 선택과목이다. 부담이 없다.

과목마다 정해진 학점이 있다. 내 성적에 포함을 시킬지 안 시킬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성적을 보고 정하면 되는 건가? 후훗)

짧은 수업 과정과 한 번의 온라인 시험으로 마무리된다.

온라인 시험이다 보니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서 접속하여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시험을 치르기 전, 잊어서는 안 될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강의를 80% 이상 수강하여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수업이 총 15강이 있다. 그중 12강 이상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 기말고사 일주일 전부터 화학 강의를 들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10강인가? 그 정도까지 듣고 화학수업은 말 그대로 멈. 췄. 다.

기말고사 준비하는 동안에는 화학수업을 말 그대도 잊. 었. 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렇게 정신줄 놓고 있다가 깜빡하고 수업을 놓치면 과목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방송대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다행히 나는 정신을 꽉 붙잡고 있었다.

기말고사 끝나고 일반화학 시험까지 일주일 정도의 텀이 있었다.

일주일 사이에 지금까지 못 들은 수강을 채워야 했다.

"진짜 어렵다"

화학이라는 과목이 어렵기도 할 테고 내 배경지식이 부족하기도 할 것이다.

수업을 듣는 내내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어쩌다 아는 부분(아는 단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나오면 너~무 기뻤다.

이런 소소함에 기대며 끝까지 버텨냈다.



둘째. '몇 날, 몇 시에 시험 시작!'이 아니다.

6월 2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 접속하여 자유롭게 시험시작이다.

단 시험시간은 50분이고 마감시간 9시가 되면 10분 전에 시험 시작한 사람도 종료가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낮에 공부 쫌 하고 저녁에 시험을 보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눈 뜨자마자 강의 자료를 꺼내 보았다.

수업시간에 나온 예제와 연습문제에 중점을 두었다.

- 아마도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 감이 안 잡히니 계산문제에 집착한 것 같다.

근데 그 계산문제도 못 풀겠..큰 문제였다. 너무 어렵.......


오전 내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걱정과 부담을 안고 하루를 보낼 수 없었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점심시간 전에 시험을 끝내고 싶어 11시 조금 넘어 사이트에 접속했다.


시험 시작 버튼을 눌렀다.

문제는 총 35문제다. 화면 오른쪽 위에 남은 시간이 표시되며 1초씩 줄었다.

8-9번을 풀 때는 시간을 보았다.

헉! 벌써 20분이 지났다.

문제를 이해하려 읽고 또 읽은 게 화근이었다.

정신없이 15번까지 정답을 체크하고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 35번으로 갔다.

35번 34번 33번.. 거꾸로 풀며 올라갔다.

안 보려고 했는데 마음과 달리 자꾸 남은 시간을 힐끗거렸다.

남은 문제 5문제, 남은 시간 7분

1분에 1문제 풀면 된다고 괜찮다고 말하는데도 심장이 쪼여왔다.

모든 문제의 답을 채워 놓고 보니 1분인가 2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남았다.

한번 훑어보려다가 제한시간을 넘길까하는 걱정에 재빠르게 '제출하기'를 눌렀다.


50분이 5초처럼 지나갔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다급하게 시험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두 가지 생각을 했다.

"빨리 시험보길 잘했어. 속이 후련하다. 공부 1-2시간 더 했어도 지금하고 똑같은 상태였을 거야. 많이 모르는 문제여서 후회가 없네."

"엔탈피와 엔트로피가 뭐였지? 다시 자료 찾아봐야겠다."

스스로를 위안하고 문제에서 마치 과제를 받은 듯 모르는 부분을 공부하려는 뒷북도 쳤다.


이제 며칠 뒤 성적을 마주할 일이 남았다.

아.. 궁금하기도 하고 안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1학기 시험은 끝이 났다는 것이다.!

브라보~!

여름방학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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