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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책갈피 13화

케네스 쿠키어 외 2인의 <프레임의 힘> (1)

by 황쌤

들어가며 : 프레임, 그게 도대체 먼데?

"가짜뉴스 동력은 ‘내편 네편 프레임’ … 미국·유럽도 비상"(중앙일보)
"[뉴스 깊이 보기]미세먼지 보도, 보수언론일수록 ‘중국 프레임’ 강해"(경향신문)

두 가지 헤드라인에는 우리가 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사용됩니다. 바로 ‘프레임’입니다. 프레임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정작 그 뜻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이 복잡함을 해결하기 위해 ‘여섯 번째 책갈피 : 케네스 쿠키어, 빅토어 마이어 쇤버거, 프랑시스 드 베리쿠르의 <프레임의 힘>’을 읽어봤는데요. 이 책의 저자는 프레임을 ‘단순한 관점이나 사고방식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사고의 틀’로 설명합니다. 여기에 진보적인 프레임, 보수적인 프레임을 가진 사람이 한 명씩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공평한 사회 만들기’라는 과제를 수행합니다. 진보적인 사람은 ‘결과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 복지 정책을 확대하겠지요. 반면 보수적인 사람은 노력과 능력에 따른 차등적 분배가 옳다고 생각하여 ‘기회의 평등’ 실현에 노력할 겁니다.(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과격하게 둘로 대별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어떤 프레임으로 현실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같은 현실에 다른 선택을 합니다.


프레임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프레임은 구성 요소 중 일부는 확대하고 일부는 축소한다. 자본주의자의 프레임으로 보면 모든 곳에 상업적인 기회가 있고, 공산주의자의 프레임으로 보면 모든 것이 계급투쟁으로 이어진다. 기업가는 열대 우림에서 값비싼 목재를 보는 반면 환경운동가는 장기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지구의 허파’를 본다. (중략) 같은 데이터, 다른 프레임, 반대의 결론이다.

프레임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명확하게 구분’된다면, 우리 인생에서 어떤 프레임을 가지는지, 어떤 프레임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부상합니다. 저와 함께 이 책을 따라가면서 프레임 형성의 구성요소가 무엇인지, 적절한 프레임을 어떻게 갖추는지를 알아봅시다.


인과성 : 인간은 인과-유추 엔진


우리는 원인과 결과의 렌즈로 세상을 본다. 이 렌즈 덕분에 우리는 예측할 수 있고, 일이 돌아가는 방식과 다음 순간에 닥칠 일을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먹이를 사냥하거나 나무에 오르거나 돌을 던지거나 길을 건너거나 다리를 놓거나 헌법을 작성하는 등의 계획도 수립할 수 있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인과관계이며, 그 덕분에 인간은 생존할 수 있다. 인간은 모든 곳에서 인과관계를 인식한다. (중략) 인과성 덕분에 현실을 이해하고 결정으로 인한 결과를 예측한다. 그래서 인과관계는 프레임 형성의 필수 구성 요소다.


인과관계’는 프레임 형성의 첫 번째 ‘필수 구성요소’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원인과 결과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지요. 프레임 덕분에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개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연관 지어 해석합니다. 해석한 정보를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하고, 일어난 사건 간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그 속에서 ‘문제-해결’ 패턴을 발견합니다. 낯선 상황이 닥쳐도 이 패턴을 응용하여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요. 만약 세상을 인과적으로 바라보지 못해 패턴을 찾을 수 없다면, ‘경험하는 개별 상황은 매번 새롭게 보일 것이고 우리의 행동을 안내할 수 있는 일반적인 규칙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건부적 사고 :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기


우리는 인과적인 프레임을 활용하여 미래를 대비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선택지를 두고, 각 선택지가 불러올 결과를 예측하는 거죠. 이때 여러 가지 선택지를 상상하는 능력을 ‘조건부적 사고’라 부르고, 저자는 이를 프레임 형성의 두 번째 구성요소라고 말합니다.


조건부적 사고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넘어선 무언가를 보는 방법이다. ‘그렇게 될 수도 있었던 것’, ‘그렇게 된 것’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 없다면, 지금 그리고 여기에 ‘존재하는 것’에 영원히 갇힐 수도 있다. (중략) 무작위적인 의식의 흐름이나 자유연상과는 달리 조건부적 사고는 초점이 분명하고 목적지향적이다. 그래서 조건부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을 준비한다. 프레임에 포함된 인과관계를 이해해야 조건부적 사고가 가능하며, 무언가를 상상할 때 시간의 축에서 앞으로 또는 뒤로 움직일 수 있고 하나의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이 다른 맥락에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조건부적 사고는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통해 우리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원인과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건부적 사고 덕분에 현재에 갇히지 않고 여러 대안 현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비교하며 더 나은 선택을 내리게 됩니다. ‘우리의 초점을 깊게 하기보다는 넓혀주는 선택지를 떠올리기 때문’이지요.


제약조건 : 현실과 비현실에 경계 짓기

그러나 상상에 한계가 없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한낱 공상으로 번질 겁니다. 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선택은 무의미할 뿐이지요. 그래서 조건부적 사고에는 프레임 형성의 마지막 구성요소 ‘제약조건’이 필요합니다.


제약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많은 대안 현실을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그런 대안 현실은 심적인 인과 모형에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인간의 행위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 따라서 상상력이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경계선을 설정해주어야 한다. 제약조건은 규칙과 규제로 볼 수 있으며, 인간의 조건부적 사고를 특별한 방식으로 형성한다.


우리 사회는 사회 존속에 필요한 ‘규칙과 규제’를 만들고, 우리는 이를 따릅니다. 이를 무시하는 대안 현실은 이뤄질 수 없고, 당연히 ‘인간의 행위에 영향을 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 상상에는 ‘적절한 경계선’이 있어야만 하고, 그것이 바로 ‘규칙과 규제’가 되지요. 이를 상상을 억압하는 걸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현실에 비추어 가장 적절한 대안을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신속하게 확인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제약조건’은 인지의 불필요한 탐색공간을 줄입니다.


14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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