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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책갈피 14화

케네스 쿠키어 외 2인의 <프레임의 힘> (2)

by 황쌤

13화에 이어서 진행되는 내용입니다!


저번 화에서 프레임 형성의 구성요소를 살펴봤는데요. 가상의 A 도시가 기후 변화 대비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며 정리해봅시다. A시는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과 홍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A시의 여러 정책 입안자는 ‘왜 우리 도시는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고 있을까?’라는 주제로 논의합니다. 도시화로 인한 녹지 감소, 노후화된 배수 시스템,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둔감한 시민의식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됩니다.(프레임의 첫 번째 구성요소, 인과성) 이윽고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 ‘도심 녹지 공간을 확대하자.’, ‘배수 시스템을 개선하자.’, ‘시민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 교육을 실시하고,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자.’, ‘기후 변화에 대비한 법과 정책을 도입하여 강제적인 조치를 시행하자.’ 등.(프레임 형성의 두 번째 구성요소, 조건부적 사고) 하지만 모든 대안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기존 도시 구조를 급격히 바꾸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강제적인 정책 시행으로 일어날 시민의 반발도 무시하지 못합니다.(프레임 형성의 세 번째 구성요소, 제약조건) 치열한 논의 끝에 다다른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기적으로 배수 시스템 개선과 시민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여 홍수 피해를 줄이고, 시민의 기후 변화 대응력을 높이자! 장기적으로는 도심 녹지 공간 확대를 추진하여 열섬 현상을 완화하자!’ 이처럼 프레임은 우리가 겪는 문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돕습니다. 물론 프레임 처리 능력은 사람마다 편차가 존재하기에 능률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프레임 처리 능력은 학습이 가능해서 키울 수 있는 영역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프레임 적용은 3C, 즉 인과관계, 조건부적 사고, 제약조건을 이용하여 탐색 공간을 과감하게 줄이고 아주 유용한 선택지만 남기는 처리 과정이다. 여기서의 목표는 처리 과정의 효율적인 속도와 선택지의 적합도다. 기본적으로 행위로 이어지는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3C는 인지적 복잡성을 줄이고 간결한 형태의 시행착오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우리는 3C를 통해 제한된 형태의 실험을 해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프레임 적용에 더 능숙해질 수 있다.


저자는 프레임 형성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학습 방법을 제시하는데요. 그 중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인지적 수렵 채집 : 편식은 나쁜 습관!


우리는 이미 굳어진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생각하는 걸 어려워합니다. 쉽게 말해 익숙함이 편한 거죠. 익숙함을 따르는 건 나쁜 습관이 아닙니다. 인과성을 활용하여 체득한 패턴으로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가진 프레임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도 이를 고수하려 한다는 점에서 분명 단일 프레임은 위험성을 지닙니다. 세상의 복잡성에 대항할 때, 몇 개 되지 않는 프레임으로는 감당해내기가 턱없이 부족하죠. 단일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우리에게 ‘인지적 수렵 채집’을 권장합니다.


심적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또 다른 전략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향한 욕구를 자극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를 프레임을 얻겠다는 구체적인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탐구한다는 의미로 ‘인지적 수렵 채집’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경험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추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호기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목적은 본인의 영역 밖에 있는 수많은 시각, 다양한 관점, 넘쳐나는 개념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필요할 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심성모형을 추구하고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호기심을 가짐으로써 아이디어의 수렵채집인이 되는 데 익숙해진다. 지속적으로 찾으면 더 잘 볼 수 있다.


인지적 수렵 채집’은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의 다양한 요소를 알아보는 행위입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아이디어의 수렵채집인’이 되어 ‘본인의 영역 밖에 있는 수많은 시각, 다양한 관점, 넘쳐나는 개념에 노출’되어 보라고 합니다. 당연히 그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수용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라는 말에 가깝지요. 즉 문제의 단면만을 보지 말고, 다른 면도 알아야 함을 촉구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인지적 수렵 채집’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지닌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견해를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평소 관심 밖이었던 분야의 책을 읽어볼 수도 있겠네요. 이 방법의 핵심은 ‘심적 다양성’입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갖추어 새로운 연결을 찾고, 더 나은 선택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일 프레임으로는 이 복잡한 세상의 모든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적합한 해결책을 제안할 수 없다. 여러 가지 관점을 사용하여 판단할 때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프레임의 수가 적으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즉 잠재적인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최적의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더 많은 수의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가며 : 당신은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나요?


세계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갑니다. 그 수만큼 다양한 프레임이 존재하지요. 때로는 서로 다른 프레임이 충돌하며 긴장을 일으키곤 합니다. 2025년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프레임이 긴장을 넘어서 전쟁을 벌이고 있죠. 과연 이 갈등이 아름다운 조화로 나아갈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지도는?’이라는 질문은 추상적인 수준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도를 사용하는 맥락과 목적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프레임도 마찬가지다. 그 자체로 올바른 프레임이라는 것은 없다. 상황과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


저자는 열등한 프레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상황의 ‘맥락과 목적’에 들어맞는 프레임과 그렇지 않은 프레임으로 나뉜다고 보지요. 나쁜 프레임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프레임을 거부하는 프레임’이 유일하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인지적 수렵 채집’을 부지런히 해야 할 때입니다. 저마다의 반향실에 앉아 소리치는 게 아니라 겸손하고 열린 태도로 다른 의견을 들을 때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바라며, ‘여섯 번째 책갈피 : <프레임의 힘>’을 추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참고자료]

<프레임의 힘>_케네스 쿠키어·빅토어 마이어 쇤버거·프랑시스 베리쿠르, 21세기북스


15화는 '여덟 번째 책갈피 : 조병영의 <기울어진 문해력>'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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