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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책갈피 16화

조병영의 <기울어진 문해력> (2)

by 황쌤

15화에 이어서 진행되는 내용입니다!


천천히 여러 번 읽기

우리는 눈앞에서 재생되는 영상에서 보고 싶은 부분에 주의 집중하지만, 매우 자동적인 방식으로 그 이외의 것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문제는 이렇게 자동화된 사고의 작동 영역이 커지면 눈앞에 보이는 것 중에 예상과 달리 미묘하고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온전하게 보기 위해서는 내가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메타인지 수준의 의식적 사고가 필수다. 생각에 대한 생각, 인지에 대한 인지, 잠재적인 나의 부족함과 편협함에 대한 의식과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미묘하고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면, 의식적 사고로 글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의식적 사고를 한다는 것은 ‘메타인지’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메타인지란 ‘생각에 대한 생각, 인지에 대한 인지’를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책을 읽으며 내가 이해한 바(인지)가 정확한지 ‘점검’(인지에 대한 인지)하는 사고를 메타인지라 부릅니다. 또한 메타인지로 내 생각과 글 내용을 비교하여 내 생각을 ‘점검’하여 수정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메타인지 수준의 의식적 사고’는 ‘잠재적인 나의 부족함과 편협함’을 고치도록 도와줍니다. 그렇다면, 의식적 사고를 활용하여 글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핵심은 글 읽는 속도에 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문해력은 ‘다시 읽기’의 힘이다. 19세기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21세기 인지과학자가 볼 때도 가장 효과적인 글 읽기 전략을 추천한다. 바로 리리딩(rereading), 다시 읽는 것이다. 모르면 다시 읽고, 중요한 건 또 읽는다. 복잡한 건 한 번 더 살펴 읽고 아는 것도 두 번 곱씹어 읽어본다. 다시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무엇을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자기 점검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읽기는 적어도 두 번의 노력과 집중을 요구한다. 그래서 다시 읽기는 ‘천천히 읽기’를 함의한다.


천천히 생각해야지만 내 사고를 점검하는 메타인지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다시 읽기’를 추천합니다. ‘모르면 다시 읽고, 중요한 건 또 읽’는 행위는 당연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같은 글을 한 번 더 읽을 때, ‘복잡한 건 한 번 더 살펴 읽고 아는 것도 두 번 곱씹어’ 읽어봅니다. 이를 통해 처음 읽었을 적 이해한 바를 ‘자기 점검’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메타인지를 발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읽는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리리딩’, 즉 다시 천천히 읽기입니다.


나가며 : 다독의 함정


‘문해력은 책만 많이 읽으면 장땡이다.’라는 말이 있죠. 물론 다독의 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독서를 해온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은 문해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자명하니까요. 이는 문해력이 저절로 키워지는 역량이 아니라 수많은 독서 및 소통 경험으로 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읽은 책 권수에만 매몰되어 강박에 빠져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저도 ‘독서력=독서량’ 콤플렉스에 빠져 다수의 책을 ‘빠르게 소비’했습니다. ‘나는 1년에 100권 가까이 읽는 사람이야!’라는 허영에 가까운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독후감을 써보기 위해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으며 메모했고, 메모하며 글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정리한 메모를 다시 읽으며 글로 옮겼고, 글쓰기 도중 막히면 필요한 부분을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 그러니 메타인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안 보이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고, 놓친 내용을 다시 찾았습니다. 글 이해는 넓어지고, 깊어졌습니다. 정말 멈춰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독서의 풍경’은 어떠신지요?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글을 편식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너무 많은 책을 빠르게 읽고만 있지 않으신가요? 과하게 자동화된 사고로는 세상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문해력이 안녕하기를 바라며 긴 글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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