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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책갈피 5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 (2)

by 황쌤

4화에 이어서 진행되는 글입니다!


몰입의 조건

어떻게 하면 ‘몰입 상태’를 경험할 수 있을까요? 미하이는 ‘목표, 과제 수준, 실력’, 이 세 가지를 몰입의 조건으로 제시합니다. 먼저 우리가 할 일의 ‘목표’는 명확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단기적인 목표가, 원대한 목표보다는 작고 구체적인 목표가 높은 확률로 몰입으로 이끕니다. 행동의 방향을 쉽게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년 뒤에 칠(고3 학생은 아닙니다만) 대학수학능력시험보다 몇 주 뒤에 학교에서 칠 중간고사가 동기부여가 더 잘 되는 이치이지요. ‘과제 수준’과 ‘실력’은 다음 그래프로 알아보겠습니다.

<과제와 실력의 함수 관계에 따른 경험의 질>

이 그래프에 따르면, 인간은 높은 실력으로 높은 수준의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몰입합니다. 즉 몰입은 도전적인-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버겁지도 않은-과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실력을 온통 쏟아부으면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과제는 힘겨운데 실력이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면, 사람은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다가 제풀에 포기하고 맙니다. 과제와 실력의 수준이 모두 낮으면 아무리 경험해도 미적지근할 뿐이겠지요. 몰입하려면 도전적인 과제와 높은 실력이 결합해야 합니다.

몰입의 조건을 정리해 볼까요? ‘명확한 목표, 높은 실력, 도전적인 과제 난이도’. 명확한 목표, 적절한 난이도, 높은 실력이 조화를 이루면 우리는 몰입을 경험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나가며 : ‘몰입’이 쉽냐?


‘몰입의 즐거움’을 느껴 보고 싶어졌나요? 그런데 몰입의 조건을 만족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일, 도전적인 과제를 선택하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높은 실력을 갖춰야 한다니, 몰입을 향한 길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이상적으로 보면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기면서도 꾸준한 성장의 길을 걸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몰입의 단계로 넘어가기에는 권태와 무력감이 너무 강하여 비디오처럼 이미 나와 있는 규격화된 자극으로 우리의 정신을 채우거나, 필요한 실력을 닦기도 전에 지레 겁부터 집어먹고 마약이나 술 같은 인위적 이완제가 가져다주는 몽롱한 상태로 가라앉는다. 최적의 경험을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첫발을 내디딜 기운조차 없는 경우가 흔하다.


미하이도 현실적으로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하기가 어려움을 인정하며 한탄합니다. 이 현실을 살펴 보기 위해서 <과제와 실력의 함수 관계에 따른 경험의 질> 그래프를 다시 볼까요? 처음 과제를 맞닥뜨렸을 때, ‘누구라도’ 이 그래프 위의 ‘걱정’, ‘불안’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라도’ 처음에는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내가 실패할까 무섭고 두려울 수밖에 없는 시기에 ‘지레 겁부터 집어’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당연히 자신의 무능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몰입에 ‘필요한 실력’을 닦아야 합니다. 물론 능력 수준을 단번에 높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조바심 내지 않고 정진해야 합니다.

학업 스트레스로 힘겨워하는 반 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성적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는데, 능력이 안 따라주니 불안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 친구에게 <과제와 실력의 함수 관계에 따른 경험의 질> 그래프를 그려주며, 이렇게 말해줬어요. ‘과제 수준이 올라갔으니, 그 불안을 없애려면 능력을 올릴 수밖에 없어. 몰입에 이르려면 걱정이나 불안의 영역을 반드시 거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이죠. MBTI의 T 같은 답변이었나요? 그 친구도 저처럼 T였는지, 아니면 그래프로 본 그 사실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하며 교무실에서 떠났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입시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재미없다고 포기하지 맙시다. 당연히 어렵고, 힘들고, 재미없는 겁니다. 이를 견디고 집중하여 능동적으로 행동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스스로 성취한 ‘몰입의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행복의 비밀을 담아낸 두 번째 책갈피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 읽기를 권장하며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참고 자료]

<몰입의 즐거움>_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해냄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_야마구치 슈, 다산초당

<도둑맞은 집중력>_요한 하리, 어크로스


6화는 '세 번째 책갈피 : 장대익의 <공감의 반경>'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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