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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상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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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Aug 18. 2023

회상 15

지게차 임대사업

  회사를 그만두고 지게차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라 모든 게 낮 설었지만 부닥쳐 봐야 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연립주택에 살던 사장에게 분양받은 현대 5톤 지게차로  첫 작업을 하게 되었다. 지게차 임대업은 사무실을 만들어서 전화번호를 홍보하여 지게차가 필요한 분들이 전화로 지게차를 보내 달라고 하면 가서 일을 해 주고 시간당 일정 금액을 받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하게 된 일은 보도블록 공사를 하는 곳에 가서 보도블록 파렛트를 옮겨주는 일이었다. 파렛트 위에 보도블록을 가득 쌓아서 밴딩 줄 하나만 묶여 있는 것을 들고 경계석을 넘어서야 하는데 수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결국 보도블록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다행히 깨지는 물건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에게 핀잔은 들었지만 다시 블록을 쌓아서 옮겨 놓았다.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경험했던 일이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실수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현장 일에 적응했고 나중에는 차분하게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명 노가다판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사람들도 거칠었고 갑, 을 관계가 깊게 형성되어있었다.      


  건설장비는 개인 사업자이지만 사업자를 관리하는 지입 회사가 있다. 그 지입사에서 세무관계에 관한 일체를 관리해 주고 있다. 그리고 사업장은 개인이 할 수도 있지만 보통 사무실을 운영하는 곳에 지입을 들어가서 사무실에서 주는 일을 하고 소정의 지입료를 사무실에 지급하면서 일을 한다. 그런데 지입사무실 사장이 자기는 일을 많이 하고 우리에게는 어렵고 안좋은 일만 내보내는 안좋은 운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 관계로 인해 가끔 지입 사무실 사장하고 갈등을 겪게 되어 결국은 나와 생각이 잘 맞는 친구와 따로 사무실을 내기로 하고 일을 추진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고등학교 후배를 영입해서 사무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사무실은 친구가 운영하는 고물상 컨테이너를 쓰기로 하고, 홍보용 스티커를 제작했다. 그동안 다니며 일했던 현장을 찾아다니며 현장 소장과 작업반장들을 만나 명함도 돌리고 현장 사무실에 스티커 작업도 했다. 내가 그동안 현장 일을 하면서 관계를 잘해왔고 일을 열심히 잘해서 조금씩 거래처를 확보해 나갔다. 우리 사무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비가 다양했다. 5톤 지게차 3대, 페이로더 1대, 빼코로더 1대, 총 다섯 대의 장비를 운영했다.     


  새롭게 사무실을 열고 내 이름을 대표로 하여 공동 운영 하는 방식으로 했다. 지입료는 특별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했다. 그러므로 지입을 들어온 사람들도 운영 방법을 좋아하고 열심히 동참을 했다. 아마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배운 민주적 사고방식이 몸에 배어 있어서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평등하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일을 하는 것도 순서대로 누가 많이 하고 누군 적게 하고 하는 불평이 생기지 않도록 배분하여 일을 내 보냈다. 그렇게 운영을 하다 보니 동료들의 마음도 넉넉해져서 서로 양보도 하고 도와 가며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가수 권선국이 자기 조카라고 자랑하던 권창원이란 친구가 많이 생각난다. 하지만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내가 가장 싫어했던 갑,을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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