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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상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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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Sep 21. 2023

회상 17

부도

  1997년 어둠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당시 아파트 건설 쪽에는 그래도 국내 우수기업이라 할 수 있는 ㅇㅇ주택이 사채시장에 들어왔다고 어음 장사꾼에게 연락이 왔다. 불길한 징조였다. 결국은 부도 발표가 되고 어음 장사들에게 넘겼던 부도난 어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당시 어음 깡이라고 하는데, 어음을 수수료를 떼고 사주는 어음 장사꾼들이었다. 

  당시에는 건설사들이 장비 대금 결제를 전부 어음으로 결제를 해 주었다. 거래하는 각 건설사에서 받은 어음들이 부도로 인해 뒤돌아 왔다. 회수된 어음들은 종이조각이 되고 어음 장사에게 받은 돈을 뒤돌려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이미 건설 경기는 파탄이 나고 그에 따른 건설장비도 일이 줄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장비를 처분하여 어음을 정리한 후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폐업을 신고한 후 가족들과 함께 정들었던 고양시를 버리고 고향으로 귀향을 하게 되었다. 고향이라지만 오랫동안 객지 생활로 낯설기만 했다. 가족들도 힘들어하고 있었다. 나는 고향이라 친구들이 있지만, 가족들은 친구도 없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은 아버지가 짖고 있는 포도 농사일을 돕기로 했다. 농사일을 도와 가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아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할 수 있는 일이 지게차 운전뿐이라 지게차 일을 찾기로 했다. 교차로를 매일매일 찾아보다 지게차 기사 구인 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여 이력서를 들고 찾아가 면접 보았다.      


며칠 후 취업 확정 연락이 왔다. 취업이 확정되고 형님댁에 가서 형수님께 취직 소식을 알렸다. 회사가 어디냐고 해서 ㅇㅇ글라스 라고 했더니 그 회사는 형님이 근무하는 회사라고 했다. 취업 후에도 나는 형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열심히 일도 배우고 한참 동안 일을 했는데, 관리소장이 묻는다. 혹시 ㅇㅇㅇ과장님 동생 아니시냐고, 해서 어떻게 아셨냐고 물으니 이름이 비슷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형제라는 것을 내색하지 않고 일을 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 새로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기로 마음을 다짐했다.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삶이 나는 참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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