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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상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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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Sep 06. 2023

회상 16

경쟁사회의 부패

   줄 곳 직장 생활만 하던 사람이 첫 번째 사업을 시작하고 나니 동종 회사들이 여러 군데 있어 업체 쟁탈전이 아주 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같은 지역에 지게차 임대사업자가 여서일곱 개의 사업자들이 있었다. 신도시 형성과 함께 아파트 건설사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건설사업에 필요한 협력회사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인데, 동종 업체들의 과잉으로 영역 다툼이 생겨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새로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면 그 현장을 먼저 찾이하기 위해 온갖 로비가 이루어진다. 아파트 토목 공사가 시작되면 장비 업자들은 건설사 현장 소장을 어떻게든 만나서 로비를 한다. 고급 룸살롱으로 모셔다 놓고 비싼 양주와 아가씨를 불러 향응을 제공하고 약속을 받아낸다. 그렇게 현장을 맡아 일을 하면 또 다음 단계가 있다. 현장 작업반장들이 매월 장비 임대료를 청구하는 날에는 손을 벌린다. 현장 용어로 기성을 받으면 막걸리값을 달라고 한다. 또 의례 것 그렇게 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소위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하는 내 양심은 도저히 허락할 수가 없었지만 피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매달 상납을 하고 그 돈을 복구하는 방법은 작업시간 청구서를 가 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1시간 일을 하면 반장하고 합의하에 2시간 일을 한 것으로 인을 받아낸다. 그렇게 해서 결국은 건설 회사의 돈을 받아내는 방법이었다. 반장은 막걸리값 받아서 먹고 나는 빼앗긴 돈을 건설사에 편법 청구하는 것이다. 우리뿐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 동내에 살던 친구는 철근 회사에서 건설사로 철근을 납품하는 운송 사업자였다. 철근을 싫고 현장으로 가면 현장 담당자는 철근을 확인만 하고 다른 장소로 안내를 하고 그곳에서 하역하라고 한단다. 그 철근은 아파트 건설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중간에서 뒤로 빼돌려 팔아먹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철근이 들어가야 할 양은 줄고 부실공사로 연결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어떤 건설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그곳은 국내에서 탄탄한 대기업 건설 회사였다. 어렵게 현장을 뚫어서 우리 장비들이 들어가 일을 하는 곳인데, 역시 그곳 반장도 매달 막걸리값을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대금에서 일부를 떼어 주고 추가 작업보고를 이야기했는데 반장은 소장이 보고 있다는 핑계로 단 한 시간을 달아주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몹시 불편했고 약이 올라 있었는데, 어느 날 오전에 일찍 들어간 지게차 기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게차가 빠졌는데 지게차는 빼주지 않고, 다음부터 우리 지게차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내가 직접 지게차를 가지고 현장에 가서 우리 지게차를 빼내어 주고 그 반장에게 같다. 석고보도를 타워크레인으로 내리고 있던 반장에게 다짜고짜 욕부터 시작을 했다. “야이 개XX아 너 이리 와 이 씨XX아 !!!” “너 뭐라고 했어. 우리 지게차 안 쓴다고?” “야! 나도 더러워서 일 안 할 거니까 너 내 돈 처먹은 거 다 토해내 이 씨XX아!!!” 많은 사람 앞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너 오늘부로 일 다했어, 지금 소장한테 가서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소장실로 향했다.      


  그 반장은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분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30대였고 그 반장은 50대 이상이었다. 평상시에는 늘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화가 나니 욕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현장 사무실로 향하고 있는데 우리 기사한테 바로 전화가 왔다. 한바 식당으로 오라고 해서 다시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에는 반장이 쪼그리고 앉아 벌벌 떨면서 나한테 사정을 했다. “이사장 미안하네, 내가 술 한 잔 해서 실수를 했으니 한 번만 넘어가 주시오” 그런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약해졌다. “형님 그동안 내가 형님한테 서운 찬 게 해드렸는데 형님은 나한테 한 시간이라도 달아준 거 없지 않습니까. 앞으로 막걸리값 얄짤 없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 지게차 외에 다른 지게차가 이곳 현장에 들어오는 순간 형님은 그날로 끝이니 알아서 하십시오.” 하고 경고를 하고 돌아왔다. 정말 그 이후로는 막걸리값 안주고도 그 현장은 어느 누구도 얼씬을 못 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건설 현장은 부정과 비리로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그것이 결국은 대형 건설사들의 부도와 IMF 금융 위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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