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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터 바른 토스트 Dec 06. 2023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야 할 때

어쩌면 끝이 뻔한 이야기 :: 일곱 번째

오늘은 임금 체불 회사에 재직한 지 딱 2년 차가 되는 날이다. 가장 긴 재직기간을 자랑할 수 있는 회사. 두 번은 진행되어야 했던 연봉협상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다. 내가 일을 못해서? 회사에 폐를 끼쳐서? 악의적인 행동이나 의도치 않은 큰 실수로 연봉협상을 하지 못했다면 자기반성이나 자아성찰이라도 했을 것이다. 매년 5월마다 이뤄졌다던 연봉협상. 풍문으로만 들었던 연봉협상 시기가 다가왔을 땐, 팀장들의 급여가 밀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힝 속았지?'를 1년 넘게 당하다 보니 인이 박혔다. 회사에 기대하는 바는 0에 수렴한다. 이직이 답인 상황이지만 나는 당장 이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퇴사(이직) 해도 당장 받을 수 없는 밀린 월급과 퇴직금 (약 2천만 원을 살짝 넘는 금액..)

UX 기획(디자인) 이직 시 필요한 포트폴리오의 부재

UX 관련 지식의 부족함 (*솔직하게 공부 안 함)

연봉을 낮추고 UX 기획 신입으로 이직 vs 연봉을 높이며 마케터로 이직 




UX 기획자로 이직을 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경험도 부족하다. 또한 연봉에 대한 고민도 빠질 수 없다. 당장 생활이 여유로웠다면 사직서를 내고 가고 싶었던 나라로 떠나 휴식기를 가지며 '신입으로 입사해도 괜찮아' 했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재직 중인 회사는 출근만 한다면 일단 받지 못할 수 있는(?) 월급은 쌓인다. 이 조차 12월 말이면 끝날 수 있겠지만. 돈만 생각한다면 그나마 경력이 3년 차는 되는 마케터가 연봉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에 대한 성취나 만족감을 따져봤을 때 마케터는 나에게 큰 성취나 기쁨을 안겨주는 직무는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멘탈이 붕괴되다 못해 바스러진 나는 약 4개월 넘게 아무 생각 없이 무의미하게 생활했다. 무감각한 채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켜 출퇴근 후 잠이 들기에 바빴다. 퇴근 후 운동을 하거나, 이미 수준급의 영어실력을 자랑하지만 멋져 보여 불어를 배운다거나, 가죽공방을 다니거나, 이런저런 소모임 활동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딱히 트리거는 없었지만, 오늘 아침 일어나는 순간 머릿속에 '막연하게 생각만 하지 말고, 움직이고 실천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의욕은 금세 산화되어 버리니 무조건 글로 남기자는 다짐도 했다. 




차가운 공기가 맴도는 사무실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적어 내려갔다. 


1. 이력서 업데이트 / 자기소개서 작성 (혹시 모르니 UX, 마케터 2가지로 분류해 작성하기)
2. UX 기획 (개선) 포트폴리오 제작
3. 브런치 글쓰기 꾸준히 하기
4. 다독하기
5. 영화 감상 후, 감상평 작성하기
6. 영어(회화) 공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포트폴리오 제작은 이직을 위한 필수요건이니 스킵하겠다. 브런치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자 메타인지를 위한 수단이다. 꾸준한 글쓰기로 나의 마음이나 정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게을러지지 않기 위함이다. 지금은 맞춤법 검사 외에 퇴고까지 가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추후에는 초기에 기고한 글과 최근 글을 비교해 가며 더 나은 글쓰기를 해나갈 예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해선 다독하는 습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수많은 아티클을 봤을 때 정말 잘 작성된 글이 있는 한 편, 다소 아쉬움이 드는 글들도 존재한다. 출판사를 통해 수십 번의 퇴고를 거친 도서만큼 글의 흐름과 구성상의 오류가 없는 글쓰기는 없으니 독서를 통해 글쓰기를 배우고자 한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 [작별하지 않는다]



뜬금없이 영어 공부는 뭐냐? 싶겠지만 경우 UX를 공부하며 닐슨 노먼 그룹 (NNG ; Nielsen Norman Group) 웹 사이트에 기재된 아티클을 보다 심도 깊게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아티클은 UX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번역기를 돌려 읽는 아티클은 아쉬움이 깊게 남는다. 또한 한국어로 번역된 해외 아티클은 생각보다 적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사고와 안목을 기르기 위해선 영어는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기로 다짐했다. 


긴 잉여시간 동안 반복해서 본 미드가 하나 있는데, ABC에서 방영했던 '모던 패밀리 Modern Family'다. 얼마나 많이 봤으면 시즌 11화 중 아무 에피소드나 재생해도 '아! 이거 이런 내용이었어' 하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다. 스토리는 얼추 외웠으니 무자막으로 에피소드를 보며 미믹킹(Mimicking)을 시도해보려 한다. 요금제 인상 문제와 스트리밍 기기 수 제한 문제로 해지해버린 디즈니 플러스를 다시 결제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그놈의 돈!)





by Wikipedia



자유분방하게 놔뒀던 나를 가둘 때가 왔다. 속절없이 흘러 보낸 시간이 너무 길었다. 너도나도 갓생을 살고 있는 이 시기에, 부서진 멘탈을 부여잡고 한탄만 하거나 우유부단 한 태도는 스스로를 더 내려앉게만 할 뿐이다. 당분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잠을 줄이고, 계획한 모든 것을 습관화해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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