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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선후 May 25. 2023

나도, 나름 괜찮은 엄마#1

-마음 비행기



  제각기 자기의 견해에 의해 

  부질없이 싸움을 일으키나니 

  그들이 그른 줄 알기만 하면 

  그는 바른 견해를 아는 이라. 


  다른 이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를 ‘어리석은 이’라 하나니 

  이러한 논쟁을 일삼는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로다.    (대지도론 중에서)


        

  눈이 쌓이고 있다. 눈이 쌓일수록 차들도 기다랗게 줄을 서고 있고, 너를 기다리는 시간도 내리는 눈과 함께 쌓이고 있다. 학원에서는 진작 갔다고 하는데 나는 시계만 보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사고는 절대 아니겠지?’     

전화를 수십 번 했건만 전화를 받지 않고, 세 시간이 지난 지금 아예 전화기 전원은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들려온다. 점점 날은 어두워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것인지? 

너를 기다리면서 발을 동동거린다. 시험이 코앞인데 공부 안한다고 너에게 소리치던 것을 후회하고 있어.  또 핸드폰 새로 산 지 하루나 지났을까?  네가 핸드폰 깨뜨렸을 때, 정말 그때는 너를 잡을 듯, 이를 악물고 소리쳤었지. 이런 날은 왜 이렇게 너에게 못되게 했던 일들만 생각나는지 모르겠어.      

 시간이 흘러갈수록 물씬 미안함도 쌓여가고 있다. 눈은 계속 쌓여 가는데 언제 올까!  띵 동! 순간 나는 꼭‘ 너’ 여야만 한다고 굳건히 믿었다. 등 뒤에서 네 목소리가 나자마자 그간 근심이   싹 덮어 버렸다.  나는 항상 우왕좌왕 대는 엄마고, 너는 무심히 똑딱거리는 시계 바늘처럼 자라는 아들이니!  철없는 엄마를 이해해 주길 바래.  너도 엄마가 하루라도 빨리 철들길 바라겠지. 내가 어때서?  소풍 때마다 김밥 꼭 싸서 보냈고, 학교 다니는 내내 지각한 번 지킨 적 없이 아침밥 꼭 먹여 보낸 엄마라구! 나도, 나름 괜찮은 엄마야!


채선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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