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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선후 Aug 02. 2024

나도 나름 괜찮은 엄마야 #3

-사춘기 자녀와 부모가 읽는 대지도론 



 무상한 것을 항상하다고 보면 

  이것을 뒤바뀜顚倒이라 한다.  

  공(空)한 가운데는 무상도 없거니 

  어디에서 항상함이 있음을 보랴. 



  내 몸에는‘항상’,‘그대로’있기를 바라는 생각들이 번져있다. 

그 번짐은 오랫동안 굳건히 나를 물들였다. 하지만 좀처럼 없어지지 않을 거 같은 번짐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 세상 변하지 않는 게 없다는 진리 때문일까! 더운 땀이 흘러내리던 코끝에서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것처럼 모든 것은 변한다. 작년에 입었던 네 옷들이 모두 작아진 것처럼. 모든 것은 변한다. 네가 늘 그대로 일거라는 내 생각이 뒤바뀜이었다. 회초리가 부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 생각도 뒤바뀜이었다. 나에게는 뒤바뀐 것들이 많았다.      

 나는 말한다. 사는 게 정말 지겹다고. 

너도 말한다. 공부하는 게 지긋지긋하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보물을 숨겨 놓았으니 빨리 찾아보라고. 

그래서 하루하루를 보물 찾듯 살아 보려고 하는데 아직 그 보물을 못 찾고 있다. 그 보물이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보물이 있기는 한 것일까.      

 아침. 너는 가방을 메고 어제처럼 길을 나선다,  나도 차 열쇠를 들고 길로 나선다. 무엇을 찾기 위해서 나가는 것인지. 무엇을 만나기 위해 나가는 것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곧잘 어디서든 헤맨다. 길에서는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헤매고, 집에서는 무엇을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 헤맨다.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분명히 또 집에 가면 무언가 찾아 헤맬 것이다.  오늘은 무엇을 찾으려나? 이제는 찾는 것도 지친다.  매일 이러다 보니 나름 잘 찾기 비법이 생겼다.  무엇이든 보물을 찾듯이 신중히, 꼼꼼히 찾기로 했다.       

오늘은 보물이 뭐고 싸움 없는 하루가 되기만 바란다. 아침부터 준비물 때문에 언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왜 미리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고 꼭 학교 교문 앞에서 준비물을 말하는지..... . 

속에서 부글부글 열이 오르고.  크게 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걸어본다. 분명 어제와 같은 길이었는데 다르다. 이 길에는 어떤 보물이 숨겨 있을까. 잠시 멈추었다. 저만치서 나를 향해 반짝이고 있는 것이 있다. 두 눈 크게 떠본다. 네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웃고 있다. 너는 그런 보물이다. 어제도 보물이었고, 오늘도 보물이었겠지만 나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니, 잠시 보물이 아니라고, 못난 돌맹이라고 뒤바뀐 생각을 했었다. 모든 것은 변한다. 생각 하나로~ 돌도 변하고, 보물도 변한다.  모두가 변할 수 있어 더욱 아름답다.      

아들아! 이 세상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 숨어 있단다.  너는 숨바꼭질하듯 그 아름다움을 찾아가게 될 거야.  아름다움을 찾으며 사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찾고 있는 순간에는 아름다움이 잘 안 보인단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하나도 예뻐 보이지 않던 것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어. 그 순간부터 너에게 보물지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거란다.  요즘 엄마는 보물 창고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너도 언젠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거야.      



-사춘기 자녀와 부모가 읽는 대지도론 마음비행기, 첫 번째 번뇌, 나도 나름 괜찮은 엄마야 #3         

수필가 채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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