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없는 집에서 살기
집에서조차 쉴 수 없다면 어디서 쉬어야 할까요.
운 좋게도 지금까지 층간소음 때문에 별다른 고통을 겪은 적이 없다.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공동주택 거주자가 78.3%라고 한다. 층간소음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이 10명 중 9명이라는 국민권익위원회 설문조사도 있다. 나 역시 인생 상당 부분을 아파트에서 생활했던 것 같다. 30대 초반 회사 근처 원룸을 얻어 독립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이 아파트였고, 싱가포르에 체류할 때도 대체로 아파트에 살았으며, 귀국해서도 부모님과 살았던 집 역시 아파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을 모르고 살았다니 3대가 덕을 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운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 사고를 보면 소음을 발생한 집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이웃과 얼굴을 붉히며 싸우기도 한다. 윗집의 소음이 개선이 안 된다고 생각한 아랫집에서는 우퍼 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하는 갈등으로 치닫기도 한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고 돌이킬 수 없는 철천지 원수지간이 되고 뉴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사는 집은 1년 반쯤 전에 이사 와서 살고 있는데 3층 짜리 상가 주택 2층 투룸이고, 모두 조용한 1인 가구라서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다. 살던 아파트를 전세 놓고, 혼자 살 집을 알아보던 중 오피스텔, 아파트보다 투룸을 선호했던 이유는 관리비 부담이 적고, 출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층간소음 걱정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어서였는데 딱 그런 집을 찾아서 바로 계약했다.
공동주택에 살게 되면 이웃은 복불복이다. 늦은 밤과 새벽에 싸움을 즐겨하는 파이팅 넘치는 부부, 하루종일 짖어대는 반려견들, 집안에서 롤러 브레이드를 씽씽 타는 어린아이들이 있을지 이웃을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웃 간의 분쟁이 시작되면 좋게 끝나는 경우는 기대하기 어렵다. 당신들이 얼마나 큰 민폐를 끼치는지 지적하면 가끔 아주 가끔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도 있지만 기분이 상하고, 상대에게 흠을 잡아서 반격할 준비를 갖추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생애 처음으로 장만한 새집에 기분 좋게 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층간소음에 시달리다가 결국 멀쩡한 자기 집을 두고, 다른 거처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간혹 자신은 1인 가구인데 여러 명이 사는 세대와 이웃으로 살다가 층간소음에 시달려서 억울하다고 토로하는 지인도 있다. 혼자 사는 성인이 소음을 만들어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 그럴 만도 하다 수긍을 하면서 1인 가구들이 사는 곳으로 이사 가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조언을 건넨 적도 있다.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 집이 소음 때문에 따로 쉴 공간을 찾아야 할 정도라면 집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집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주거’보다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집에서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견뎌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가장 근본적으로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온갖 휘황찬란한 광고를 해대면서도 층간소음 차단조차 못하는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사들이고, 이들을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지만 이들에게 해결을 바라는 건 요원한 일이니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