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모욕하는 걸로 스트레스를 푼다고요?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인간관계를 맺고 살다 보면 때로는 못난 짓을 할 수는 있다. 자격지심이나 열등감, 누군가를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마음이 못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했는데 지나고 보니 참 못난 행동이었다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못남을 채우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때 못된 마음을 먹을 때가 많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거나, 내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종종 못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한마디로 본성을 감춘 비열한 겁쟁이들의 고약한 행동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마음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게 악성댓글이 아닐까 싶다.
미디어에서 꽤 오랫동안 일하면서 인터넷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 무섭고 두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생각 없이 남긴 한 줄의 글이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자신을 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수없이 지켜보면서 온라인에서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자유가 부여한 용기였던 것 같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늘 지적되어 왔던 심각한 수준의 악플에 대한 문제의식이 2020년 무렵 연예인, 운동선수 등의 잇단 자살을 계기로 공론화되었고, 포털 댓글이 폐지되거나 숨겨졌다. 대부분의 악플은 그냥 피식 웃고 지나칠 정도지만 어떤 악플은 못나고 못된 심리가 합쳐져 제삼자 입장에서 읽더라도 분노가 치밀 정도로 수위가 심한 것들도 있었다.
대중에게 공개된 사람을 향해 익명성을 방패 삼아 온갖 험한 말로 모욕하는 것은 비겁하고 미성숙한 행동이다. 간혹 조롱과 비난을 견디지 못한 유명인들이 고소해서 악플러들의 정체가 밝혀질 때가 있는데 청소년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멀쩡하게 일상 생활하는 직장인과 주부들, 심지어 의사나 교수 같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있는데 왜 그랬냐는 질문에 마치 입을 맞춘 듯이 똑같은 대답을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고…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모욕하는 대상들이 버는 돈은 욕먹는 값도 포함된다고 당당하게 맞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수긍하고 싶어도 그들이 써 내려간 악플의 처참한 수준을 보면 얼마나 궁색한 변명인지 알 수 있다. 가짜뉴스, 유언비어 수준의 뇌피셜을 진짜인양 쓰고 퍼 나르거나, 성희롱은 물론 가족들까지 싸잡아 모욕하는 글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그 대상은 유명인이 아닌 경우도 있다. 커뮤니티에서 댓글을 주고받다가도 광기에 휩싸여서 한 사람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괴롭히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논쟁을 하다가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반론을 펼치면서 공격적인 댓글은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 있지만 누군가의 인격을 짓밟고, 아니 인격이 없는 사람을 대하듯 막말을 퍼붓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지도 못하면서 폭주하는 행동은 자신의 못남을 못되게 표현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