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실종

"어머님"과 "아버님"이 아닌 "손님"으로 불리고 싶어요.

by Rosary

지난달 퇴근길 전동차에서 30대 여성이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에 격분해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있었다. 반사회적 반응과 과잉행동인 건 분명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라는 호칭을 흔히 사용하는데 듣는 여성들은 불쾌한 경우가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남성들의 경우 20대 초반 군입대와 함께 너무 일찍 듣게 되는 ‘군인 아저씨’라는 호칭 때문에 나중에 ‘아저씨’로 불리는 것에 여성들보다 큰 거부감은 없는 듯하다. 반면 여성들은 ‘아줌마’라는 호칭을 들으면 상대방에게 나이 든 사람으로 보인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되어 생각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해외에서 오래 체류하다가 오랜만에 관공서에 갔더니 나를 부르는 호칭은 ‘선생님’이었다. “선생님께서… 블라블라…”라고 하는데 영 어색하고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공식적으로 민원인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라는 교육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으로 불리는 게 편치 않았다. 그냥 “OOO 씨”라고 호칭하면 될 텐데 무슨 이유인지 언제인가부터 관공서뿐 아니라 은행이나 일반 회사에서도 일회성 만남인 경우 “선생님”이 대중적인 호칭이 된 것 같다.


“선생님”보다 더 불편한 호칭은 따로 있다. 동네에 청년들이 하는 과일가게와 정육점에 갔다가 손님들에게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고 오글거렸던 기억이 난다. 청년들이 장사를 하면서 일종의 영업 스킬로 손님들을 살갑게 대하기 위한 호칭으로 선택한 걸로 짐작이 되지만 요즘처럼 미혼 중년이 많은 시대에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어머님”과 “아버님”으로 부르는 건 조심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그 호칭을 좋게 듣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녀가 있는 기혼남녀라고 하더라도 그저 물건을 사러 가서 “어머님”과 “아버님”으로 불리는 게 불편하다는 분들도 있는데 심지어 미혼이라면 큰 결례가 아닐까. 통계청(2021)에 따르면 40대 미혼 비중이 17.9%로 나타났다. 40대 5명 중 1명은 이혼이나 사별한 적이 없는 미혼인구라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035년엔 한국인 4명 중 1명이 50세까지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미혼인구가 될 전망이라는데 이런 사회에서 중년으로 보인다고 무조건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건 생각해봤으면 한다.


“손님”이라는 무난하고 좋은 호칭을 두고 왜 굳이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과잉된 호칭을 사용하는 걸까. 친밀감을 표현하는 일종의 상술로 시작한 거겠지만 “어머님”과 “아버님”이 아닌 “손님”은 불쾌해서 그 가게를 다시는 찾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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