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대신 손선풍기가 있는 풍경

옛사람들은 무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

by Rosary

아침부터 땡볕이 쏟아지더니 하루종일 "덥다, 더워." 소리가 절로 나오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얼마나 더운지 움직이기 싫고, 먹는 것도 귀찮아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계속 누워만 있었더니 배가 고파서 간단히 빵 하나로 끼니를 때우다가 더위 속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안경점에 주문한 도수 있는 물안경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며칠 전에 받았는데 도무지 외출할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찾으러 가려고 나선 것이다.


버스로 두 정류장쯤 떨어진 안경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녀올 생각으로 문밖을 나섰는데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싶을 만큼 햇볕이 뜨거웠다. 그래도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리니 조금은 시원한 기분이다. 안경점에 갔다가, 간단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서 탄산수에 청귤청을 타서 마시니 그제야 정신이 차려졌다.


물론 지금보다 옛날이 훨씬 더위가 덜했겠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인데 옛사람들은 선풍기, 에어컨 없이 무더위를 어떻게 보냈을까 싶다. 부채 하나로 여름을 견뎠던 우리 선조들은 오래전부터 부채를 좋아하고 아껴 고려시대에도 접선(접는 부채)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700여 년 전 송나라 때 사신으로 왔던 서긍은 고려인들은 한 겨울에도 부채를 들고 다니는데 접었다 폈다 하는 간편하고 신기한 부채를 사용한다고 기록했을 정도로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송나라는 이를 ‘고려선’이라고 부르면서 귀하게 여겼으며 조선시대에는 중국이나 일본에 수출할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깃털이나 가죽으로 부채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장 오래된 부채는 고려 공민왕 때 고려 건국공신에게 하사했던 비단부채가 남아있다. 가는 대나무 살을 네모나게 휘어 2개를 앞뒤로 붙이고 그 틈 사이에 부챗살 없이 비단을 끼워 부채 면을 만들었으며 그 한쪽에 나무 손잡이를 박았다.

20221001.jpg 백선도의 8폭 병풍에 그려진 부채(19세기)_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본격적으로 부채가 발달하고 대중화될 수 있었던 것은 ‘종이’로 부채를 만들기 시작한 후였다. 신라 때부터 한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닥나무 속껍질이 질겨서 내구성이 좋고 가벼워서 부채를 만들기에 적합했다고 한다. 종이로 부채를 만들었기 때문에 접는 부채 제작이 가능했을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27일(현지 시간) “올해 7월이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 될 것이라면서 지구 온난화(global walming) 시대는 끝났으며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세계 곳곳이 40~5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에어컨 가동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고,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유롭게 부채질로 더위를 떨쳐내라고는 못하겠지만, 외출할 때조차 잠시도 참지 못하고 손선풍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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