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탈출비법, 알려주세요.

식물들과 함께 지치고 시들어가는 나날들

by Rosary

작년 12월, 내 안의 Green Thumb(식물 재배의 재능)을 발견한 듯 신이 나서 글을 썼지만 불과 8개월 만에 그린썸은 개뿔, 폭염에 식물 친구들이 하나둘 나가떨어지고 있다. 3월에 벼르다가 구입한 떡갈고무나무가 잎을 하나둘 떨구더니 5월 중순에 벨벳 느낌의 푸른 잎이 너무 예뻐서 샀던 멜라노 크리썸 잎이 하나둘 누렇게 변한 게 보기 싫어 떼어버렸더니 이제 몇 장 남지 않았다.


그뿐인가 커피나무, 재스민, 로즈메리는 저 세상에 보냈고, 마른 가지에 새잎이 돋아 희망을 주던 녹보수도 끝내 잎이 까맣게 변해서 죽어버리더니, 작년 봄에 사서 거의 방치 수준으로 둬도 너무 잘 커서 걱정이던 몬스테라까지 잎이 누렇게 변해버렸다. 작년 여름에는 별일 없이 버텼는데 올여름이 더 더운 걸까. 에어컨 가동이 줄어들어서 그런 걸까.

20230520_093902.jpg 5월에 반짝반짝 윤이 났던 멜라노 크리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식물들이 저렇게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는데도 내 마음은 어쩐지 태연하다. 예전 같으면 식물들이 저렇게 시들해지고 죽어가는 걸 보면 안타깝고 어떻게든 살려보려 동동거렸을 텐데 요즘은 ‘그래, 만 원짜리 화분 3개월 봤으면 오래 봤지, 뭐.’ 이런 속 편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더위에 식물들뿐만 아니라 나도 지치고, 무기력해진 게 아닐까 싶다. 7월까지만 해도 열심히 다니던 도서관에 가는 발걸음도 무거워져서 8월 들어서는 몇 번 가지도 못했다. 날이 더운데 왜 이리 잠이 쏟아지는지 낮에도 몇 번씩 낮잠에 빠져든다. 어떻게 자도 자도 계속 졸릴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문밖을 나섰다가도 작열하는 태양을 이기지 못해 금세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뉴스에서 쏟아지는 무서운 뉴스를 볼 때마다 안전하고 편한 집이 최고라는 생각에 집콕의 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구차하지만 그럴듯한 핑곗거리가 하나 늘었다.) 브런치에 무슨 글이라도 매일 써서 365일 꽉 채워보려는 도전에 위기가 찾아왔다.


내 상태가 이러다 보니 식물들이 시들어가도 시큰둥해지고, 꼼짝하기 싫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눈에 거슬려도 치우고 정리하는 걸 생략하다 보니 집안꼴이 점점 말이 아니다.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꺾이려나 싶어 달력만 쳐다보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슬럼프가 찾아온 것 같다.


*이럴 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합니다. 실전 경험담 공유가 절실합니다.

keyword
이전 16화하루 사이에 성큼 다가선 가을